3년 전, 가을의 전설을 함께 쓴 러너들

7월의 반가운 방문객, 주지혜 김은지 #1

by 아임유어엠버

사람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정현종 ‘방문객’


인터뷰를 할 때마다 되뇌이는 시구절이다.


기자는 인터뷰이에게 매번 고맙다. 누구에게 말 못하고 고이 덮어둔 아픈 마음, 애지중지 아껴온 소중한 기억을 기꺼이 기자에게 꺼내 보여주어서, 인생의 일부를 공유해주어서 말이다. 그가 실타래처럼 풀어놓는 희노애락에 고개를 괴고 장단을 맞추고 있노라면 괜히 특별한 사람이 된 기분이 들어 소름이 돋기도 한다.


‘이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공유해도 되는 사람으로 나를 생각해주는구나,
나는 지금 신뢰받고 있구나.’


특히 기자와 어떤 ‘시작’을 함께 해준 러너라면 인터뷰에 더욱 애정이 깃든다. <아이엠유어 엠버서더 프로젝트> 다섯 번째 주인공 주지혜 러너와 김은지 러너처럼.


2022년 춘천마라톤 10km 코스표.<조선일보>


“와 우리 인연이 가짜 인연이 아니었나봐요. 근데 매칠리스님이랑 노라님은 어떻게 지내신대요?”

두 사람과는 런데이 ‘러너스 헬스클럽 1기’를 통해 인연을 맺었다. 매칠리스와 노라는 러너스 헬스클럽 1기에 함께 소속돼있던 러너들의 닉네임이다.


주지혜 러너는 소피아, 김은지 러너는 늘첨으로 불렸다. 러너스 헬스클럽 1기는 기자의 첫 온라인 커뮤니티였다. 오픈 채팅방으로 뛴 거리를 인증하고, 러닝 관련한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모임이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어떤 호텔에 모여 케이터링도 즐기고 이봉주 마라토너의 토크쇼도 듣고, 다른 기수 러너들과 무동력 트레드밀 위에서 뛰는 대결도 펼쳤다.


우리는 2022년 춘천마라톤 10km 대회를 같이 참가했다. 기자의 첫 메이저 대회이자 10km 대회였다.


서울 여의도 63 빌딩에서 모여 한 버스를 타고 춘천에 도착해, 부스에서 함께 준비를 하고 다시 한 버스를 타고 서울로 되돌아왔다. 차 안에서 요란한 MC의 진행을 들으며 뜬눈으로 잠을 자고 제공된 간식(유부초밥과 과일)을 먹고 긴장된 마음으로 창밖을 바라봤다.


대회 당일 새벽 4시쯤이었나. 대형 버스를 타러 여의도까지 간 길을 아직도 기억한다. 첫 차를 타도 집합시간까지 맞출 수가 없어서 집에서 여의도까지 편도 20km 정도 되는 거리를 따릉이를 타고 갔다. 해 뜨기도 전인 깜깜한 새벽, 10월 말의 추위에 오들오들 떨며 그날 있을 첫 10km 마라톤에 대한 상상을 했다.


2022년 10월. 주지혜 러너, 김은지 러너와 63 빌딩 앞에서 버스를 타고 춘천에 갔다. <런데이>
2022년 10월 춘천마라톤 당일 러너스 헬스클럽 1기 일정표. <런데이>


35도를 넘나드는 폭염 속에 1km만 뛰어도 땀이 비오듯 흐르는 요즘. 기자는 컨디션 관리를 위해 러닝 마일리지를 대폭 줄이고 있다. 초심자의 그것처럼, 마일리지와 페이스 둘다 대폭 하락했다. 날씨 탓을 하는 건 아니다. 모든 건 다 의지 문제!! 이런 더위 속에서도 뛸 러너들은 다 뛰니까. 어떤 러너는 7월에만 1500km를 뛰었더라... 내가 나태해진 게 초심을 잃어서는 아닐까 싶은 요즘이었다.


얼마 전 춘천마라톤 접수 기간이었을 때 3년 전 춘천마라톤을 떠올리며 초심에 대해 생각했다. 3km, 5km를 한 번에 뛰는 것도 어려웠던 그때 그 시절. 1km에 딱 맞춰서 뛰는 미션을 0.99km에 멈춰서 여러 번 시도하고 ‘오히려 좋아’ 라며 훌훌 털어버렸다. 신발이 폭폭 빠질 만큼 눈이 왔던 겨울,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뛰고 나서 기분이 좋아서 내가 뛴 길에 난 발자국을 사진찍어 sns에 올렸다.


2022년 10월 러닝 기록. 기자의 런데이 앱. <손민지>


주 러너, 김 러너와 ‘처음’에 대한 대담을 나누기로 한 건 어쩌면 지금 기자에게 필연적인 결정이었을지도 모른다. 인터뷰 장소는 이화여대 정문 바로 앞에 있는 국내 스타벅스 1호점으로 정했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1호점인 만큼 역사적인 의미가 강한 매장이다. 1999년에 스타벅스가 국내 진출한 것을 기념하는 기념비와 2009년 제작된 스타벅스 국내 진출 10주년 기념 현판이 매장 내에 설치되어 있다. 스타벅스의 국내 진출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019년 7월 26일 스타벅스 커피 포워드 리저브 및 스타벅스 티바나 인스파이어드 매장으로 리뉴얼 오픈했다. 2024년 9월, 1호점으로서의 상징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특별 매장으로 전환하면서 리저브 타이틀을 다시 떼고 대신 특화 머천다이즈 판매, 텀블러 각인 서비스 제공을 하고 있다.


러닝의 '처음'을 함께 한 이들과 '처음'의 상징성이 깃든 곳에서의 대화라니! 쿵쾅쿵쾅, 설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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