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은 가장 건강한 마음치료제"

건강한 할머니가 목표인 주지혜 러너

by 아임유어엠버

“지난주 화요일에는 치악산을 달리고 수요일에는 설악산을 갔다왔거든요? 다음주에는 민둥산을 가요.”

중환자실 간호사 출신이자 현재는 프리랜서(강사)인 주지혜 러너의 일상은 쉴틈없이 흘러간다. 발목 골절 수술을 한지 몇 달 안되었음에도 산행 스케줄이 빡빡하다. 인터뷰가 있던 지난 7월 11일에도 서울 마포구 신촌 인근 중학교에 강의가 있어 간다고 했다.


주 러너는 탑걸즈크루 7기~8기에 참여했고 런데이 앱이 만든 ‘러너스 헬스클럽 1기’ 멤버로도 활동했다. 현재 소속크루는 ‘토톤즐’과 ‘1일1러닝’이다. 4년차 러너지만 제대로 달리기 시작한 지는 체감상 5개월인 ‘초보 러너’. 올해 하반기 하프 대회, 내년 첫 풀(완주) 도전 예정. 예쁘고 건강한 할머니가 되는 게 목표. 즐겁게 오래오래 달리면서 등산도 하고 플로깅도 하며 두근거리는 삶을 살고 싶은 40대.


주 러너가 이거 아냐고 하면서 휴대폰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뭔가 하고 봤더니 네이버 밴드에 있는 마피아 커뮤니티였다.


“마피아 tv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만든 밴드예요. 마피아는 뭐냐면 ‘마라톤을 피크닉처럼 즐기는 아이들’인데요. 저는 온라인 러닝 커뮤니티를 이걸로 처음 했어요. 그리고 이 방에서 같은 또래(79년생)들끼리 방을 만들었어요. 거기서 분화된 모임이 또 있는데, 주일 날 대회를 못 나가니까 토요일에 마라톤을 즐겨서 ‘토톤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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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엔 운동을 종종 하는 편이었나요?

운동을 원래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나이 들면서 요가 필라테스 발레만 했어요. 러닝도 그렇고 지금 몰입 하고 있는 등산도 그렇고 야외 액티비티는 저랑 어울리지도 않고 잘 못할 거란 생각이 컸죠.


그럼 러닝은 어떻게 처음 접하셨어요?

그 즈음에 마음이 힘들었어요. 나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해야할까요? ‘나는 왜 이럴까’ ‘나의 성격 형성에는 어떤 영향이 있어서 그런 걸까’ 이런 거요. 제 개인적 기질 때문도 있겠지만, 내가 자란 양육 환경들 내가 경험했던 여러 가지 이벤트들 이런 게 나를 만들어가는 되게 많은 부분들인 거잖아요. 그런 걸 생각하니까 되게 생각이 많아지고 마음의 정리가 필요했어요.


제가 심장 뛰는 그 느낌,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었나봐요. 그러려면 뛰어야한다고 생각해서 뛰었어요. 뭐에 흘린 것처럼요. 두근두근 할 일이 너무 없었나 봐요. 저는 야외 달리기가 진짜 좋아요. 같이 달리는 것도요. 가슴이 두근두근해요. 그래서 제가 인스타그램 아이디이랑 동호회 활동 닉네임을 ‘두근두근’으로 한 거에요.

막상 뛰어보니 어땠어요?

뛴 지 1분도 안 돼서 죽을 것 같던데요. 제가 상상한 살아있음의 느낌이 직접적으로 확 왔어요. 그런데 그게 좋더라고요. ‘런데이’ 앱에서 30분 달리기 챌린지를 했거든요? 마지막 8주차 30분을 쉬지 않고 달리기 하는데 눈물 났어요.


왜 눈물이 났을까요?

30분을 내가 안 쉬고 뛰었다는 게 너무 놀라워서요. 생각해보면 직업도 그렇고 제가를 뭔가를 지속적으로 한 게 아예 없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저 스스로 ‘나는 뭔가 계속 못 해내는 것 같다’고 생각한 거에요. 아웃사이더, 루저라고 여겼나봐요. 수치적인 증거도 없고 내가 부족한 게 실제가 아닌데도요.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던 거죠. 주 러너는 고등학교 때 이유없이 왕따를 당했다고 고백했다. 병원에서도 ‘태움문화’ 탓에 괴롭힘이 심했다고 한다.

“주사기 보면 앞에 바늘이 있잖아요. 거기에 위험하니까 캡을 끼우거든요? 그런데 그걸 움직여서 신체에 닿게 해서 모욕감을 줘요.


“제가 마음고생 당한 세월이 사실은 제 탓이 아니었던 거에요. 그런데 지금에서야 그 당시를 돌아봤을 때 ‘내가 그걸 못 버텼을까? 조금만 더 있었으면’ 싶지만 그때의 저는 정말 매일 죽을 것 같고, 매일이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 기억들이 제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됐나봐요.”


어떤 생각이 주 러너를 더 힘들게 했을까요?

다른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뭔가 통하는 게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나는 그런 느낌이 안 들었는데 말이죠. 매우 민감한 사람들’(HSP, Highly Sensitive Person)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제가 거기에 엄청 높은 점수에 해당이 되는 거예요. 예를 들면 대화를 하는 중에 잠깐 좀 불편한 것 같지 않아 이런 거 있잖아요. ‘저 사람 약간 지금 불편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는 건데요. 예민하지 않은 사람들은 ‘너 너무 민감하다’라고 하는데 그게 저를 불편하게 만들어요. 섬세한 건 감각이 있다는 거고,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거잖아요. 예술가들에게 필요한 자질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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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러닝이 도움이 됐군요?

세상에 정답이라는 건 없겠지만, 저는 러닝이 가성비 좋은 마음 치료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이클 이런 운동보다 효율적인 것 같아요. 30분만 운동을 해도 땀이 나고 자기가 원하는 기분 전환도 되고 성취감도 크잖아요.


나를 사랑하게 되신 거네요. 그거 말고도 러닝의 좋은 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서울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거요. 프리랜서로 이동이 많다보니 하루에 동선이 복잡해요. 동에 갔다가 서에 갔다가하죠. 그런데 왔다갔다 하면서 주위 풍경을 쳐다볼 여유가 없었어요. 맨날 새벽에 나와서 밤에 늦게 들어가니 제 눈에 세상은 잿빛이었어요. 러닝을 하면서 산이 이렇게 예쁘구나, 이렇게 한강이 감동적이구나를 처음 느낀 거예요. 새로운 색으로 보인 거죠. 한마디로 그동안 제가 놓친 일상의 소중함을 캐치하면서 그거에서 행복을 느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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