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한계 어디까지인지 궁금해요”

디자인업계가 놓친 스포츠인재, 정혜란 러너 <2>

by 아임유어엠버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니 러너가 아닌 인간 정혜란의 삶도 궁금해졌다. 정 러너의 이력에는 변화가 좀 있었다. 디자이너 회사에 다녔다가 헬스 트레이너를 하다가 지금은 가족을 도와 매장 관리 업무를 하고 있다. 잦은 변화 속 고민은 없었을까.


“전직으로 직업이 바뀌고, 이사로 생활 환경이 바뀔 때마다 힘이 들긴 했지만 오래 고민하진 않았어요. 특히 트레이너는 제가 좋아서 한 거였어요. ‘이 일을 오래 할지 안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일단 해보자’라는 생각이었죠.”


디자이너였을 때 무슨 일을 했나요?

시각디자인을 했어요. 배너나 메뉴판, 명함 등 실용적인 것을 만들었죠. 아무래도 업계가 돈이 크게 안 드는 사업이다보니 디자이너로서 박봉일 수밖에 없었어요. 돈은 크게 안벌면서 꼼꼼해야하고 일은 힘이 많이 들었죠.


재능이 아까워서라도 그 일을 계속 할 수도 있었잖아요.

디자인 사무실을 제가 차리자고 하니 미래가 밝지 않았어요. 회사 대표님이라든가 업계 선배들을 봤을 때 10년, 20년 후에 ‘아 이 사람처럼 되고 싶다’ 하는 게 긍정적이면 쭉 했을 거에요. 또 업계 자체가 워낙 야근도 많고 하다 보니까 가정을 꾸리면서 하기에는 조금 힘들 수도 있다고 느꼈어요.




정 러너가 트레이너로 일하기 전 생활체육지도사 자격증을 딴 것은 ‘일단 따보자’라고 부담없이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이왕 이렇게 자격증을 딴 김에 한번 이걸 직업으로 해볼까’라고 호기심이 일어 도전을 했다.


“디자이너 한 5년~6년차 됐을 때 슬럼프가 또 왔거든요? 근데 운동이 너무 좋은 거예요. 러닝에 완전 빠져있었어요. 퇴근하면 빨리 뛸 생각에 너무 막 기대되고, 그 생각에 일이 손에 안 잡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 내가 이렇게 러닝을 좋아하는 구나 싶었어요. 운동을 좋아하니까 자격증을 따보자 한 거에요.”


즉흥성이 인생을 뒤바꿨네요?

맞아요. 변화가 오히려 도움이 된 게 그때 자격증 따면서 인체 생리학이나 뼈, 근육 구조에 대해서도 공부한 게 러닝을 하면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러너가 되신 것도 즉흥적인 일이었나요?

그렇다고 볼 수 있어요. 저는 친목을 위해 러닝크루에 가입했었어요. 5km씩 뛰던 때인데 다들 마라톤 대회에 나간다고 하니까 처음으로 도전해봤죠. 결과가 어땠냐고요? 죽을 뻔한 거죠.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대회 안 나가야겠다, 경험 한 번이면 족하다 그랬어요. 그런데 다음날 되니까 완주의 뿌듯함이 생각나는 거예요. 한번 더 해볼까 이런 마음이 그 다음 대회로 이어졌죠. 그때부터는 대회 일정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정 러너는 롯데월드타워 123층 2917계단을 오르는 수직마라톤 대회에서 2023년, 2024년 연속으로 상위 3위 안에 들었다. 올해 대회에서는 7등을 했다. 해당 대회 참가 영상을 비롯해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린 <운탄고도 트레일러닝> 대회 영상, 하남조정경기장에서 열린 <하루런> 3위 인증 영상 등 러너로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그의 채널에서 만나볼 수 있다.


‘라니’라는 유튜브 채널은 언제부터 운영해온 거에요?

코로나시국 때부터요. 저도 영상이 80개가 넘게 쌓인 줄 미처 몰랐어요. 보통은 저 혼자 찍어요. 부탁하기 미안해서요. 조회 수나 구독자를 올리거나 하는 걸 목표로 유튜브를 하는 건 아니에요. 제가 주기적으로 영상을 올리지도 않고 있고요. 저는 목표를 세우고 잘하려고 하기보단, 그냥 성실하게 내가 하는 것들을 계속하다 보면 어떤 기회가 올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유튜브 말고 다른 취미는 없나요?

운동이라고 하면 헬스 정도요. 러닝을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너무 러닝에만 몰두 해도 좋진 않은 것 같아요. 내가 몰두하고 있는 게 한순간에 사라져 버리면 허망할 수 있잖아요. 그걸 알기에 헬스를 꾸준히 했어요. 바디프로필을 3번 찍었어요. 처음 바프는 코로나 시국 때 찍었는데요. 그땐 평생 나오기 쉽지 않은 근육을 만들었는데 두 번째 세 번째에는 ‘그렇게까지 엄격하게 하지 말자’ 하면서 먹는 걸 줄이고 운동하고 자연스럽게 찍었어요. 지인들이 후자가 더 좋았대요.


F45 둔촌점 엠버서더, 헬스 트레이너 이력이 있는데. 헬스를 통해 어떤 도움을 받았나요?

부상이 하도 많다 보니까 러닝을 쉴 때 우울함이 찾아오더라고요. 그런데 헬스장에서 웨이트(근력 운동) 하면서 보강 운동을 하니까 그나마 그걸 극복 할 수 있었어요. 러닝 못하는 날이면 헬스장 가서 스쾃이나 푸쉬업 했죠. 아마 웨이트에 관심 없으신 분들이 러닝하다가 부상 오면 우울증이 많이 올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아니 그런데, 헬스를 하다가 부상이 와서 러닝에 지장이 생겼다고 하시지 않으셨어요?

맞아요. 너무 열심히 해서 부상이 왔어요. 웨이트랑 러닝을 병행하니까 근육은 근육대로 털리고, 그 몸으로 러닝을 빡세게 하다 보니까 몸이 과부화 됐나봐요.


앞으로 또 해보고 싶은 러닝이 있어요?

제 목표는 단기적으론 SUB3하는 것이고요 장기적으로는 평생 롱런을 하는 거에요. 또 인생에 한 번쯤, 40대~50대 정도에 울트라마라톤이나 철인 3종 대회도 해보고 싶어요. 인간으로서 제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시험해보고 싶어서요. 2세가 생긴다면 유모차 런 하고 싶어요. 근데 러닝용 유모차가 그렇게 구하기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바퀴가 일반 유모차랑 달라서 해외 유명 브랜드 것을 써야한대요.

참 욕심 많은 러너다.



정혜란 러너의 마라톤 주요 기록

2022년 11월 jtbc마라톤 풀 - 3:31:17

2023년 3월 서울마라톤 풀 - 3:18:07

2024년 3월 서울마라톤 풀 - 3:14:38

2024년 5월 바다의 날 하프 – 1:28:19

2024년 8월 썸머나이트런 10k - 40:57

2024년 11월 jtbc마라톤 풀 - 3:08:22

2025년 4월 YMCA마라톤 10k – 4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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