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보다는 나를 먼저 위해야 할 때
일을 마치고 노트북을 덮으려는데 카톡이 온다.
“이것 좀 처리해 주자”
보도자료를 쓰라는 상사의 연락이다. 카톡이 온 시각은 정확히 오후 6시 2분이었다. 아니, 급한 건도 아닌데 이런 건 내일 하게 냅 두면 안 되나? 별로인 기분을 담아 답을 보냈다.
“밥 먹고 있습니다. 밥 다 먹고 쓸게요”
답하기 싫은 카톡에도 답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별로 연락을 하고 싶지 않은 누군가에게 카톡이 올 때, 아예 휴대폰을 보기 싫을 정도로 지쳐 있을 때. 특히나 근무시간이 아닌데 일 관련한 지시가 떨어지는 방금 같은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열이 날 때 먹는 쓴맛 가득한 약물을 꾸역꾸역 삼키는 기분이 든다.
카톡을 ‘읽고 씹을’ 권리도, 아예 읽지 않을 권리도 내게 있지만 나는 나도 모르게 모든 카톡에 일일이 답을 한다. ‘1’이 사라지지 않으면 상대가 얼마나 답답해할까 싶어 칼답을 한다. 카톡에서 뿐만 아니라 대면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내게 뭘 부탁하거나 물어볼 때, 즉각 답을 하는 습관이 있다.
“잠시만” “생각해볼게”라고 답을 미뤄도 되고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아” “싫어”라며 단호히 거절을 해도 되는데 그게 참 어렵다.
반면 내 친구들은 자기가 시간될 때 답을 한다. 내가 뻔히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걸 알면서 카톡을 보지 않고, 읽고 씹는다. 그럴 때면 얘들은 일부러 답을 회피하는 구나 싶어서 서운하고 화도 난다.
모든 행동은 내 의지에 따라 하는 거지만, 어떨 땐 내가 ‘예스걸’인 게 억울하다. 나는 니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쉬운 사람이 아니다, 어느 정도의 선을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끔 행동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상사가 지시한 일을 끝내고 카톡을 보냈다.
“하라고 하신 거 처리했습니다.”
1시간이 지나도록 내가 보낸 카톡의 ‘1’은 없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