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23일 오전 (1)

손.다.친.날....하나

by 하얀늑대

그날 날씨가 참 좋았다. 이런 저런 미루어 놓은 일을 해치우기에 딱 좋은 날이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사는 동네는 산과 호수를 끼고 있다. 겨울이면 서울 강남보다도 2-3도는 더 춥다. 그리고 바람도 심하게 부는 편이라서 실제로는 3-4도는 더 추운 동네이다.


그리고 내가 사는 집은 일부 베란다 확장공사가 되어 있는데 ... 내가 보기에는 무리하게 공사를 하느라고 좀 안한것만 못한 형태가 되어 있다. 주방쪽의 베란다를 확장하면서 벽을 없앴는데 , 이 쪽으로 해서 겨울에 한기가 많이 들어온다. 해서 올해는 이 쪽의 벽을 세우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단열재 ... 정도를 이용해서 한기를 막아보면 조금은 따뜻한 겨울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나름 셀프 공사 계획을 세웠다.


셀프 공사? 필자는 목공을 몇달간 배우기도 했었다. 나름 그런 일을 좋아하고 있고 ... 집에 이런 저런 전동공구를 비교적 충실하게 갖추고 살고 있기도 하다. 단열재를 사고 + 테이프로 붙이고 + 판자를 무너지지 않게 지지대를 세우고 ... 이러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한 한시간이면 끝내겠구나' 생각했다.


헌데 지지대를 세우다가 판자의 길이가 더 긴게 필요했다. 물론 판자를 새로 주문을 하면 되겠지만 그러면 2-3만원 정도 더 들고 ... 무엇보다도 시간이 지체되는게 싫었다. 집에 돌아다니는 짧은 판자를 재활용할 겸 두개 판자를 이어 붙여서 사용하는 걸로 결정했고 , 이 과정에서 예전에 사 놓고도 한번도 써 보지 않은 비스켓 조이너 ( 플레이트 조이너 라고도 한다 ) ... 라는 공구를 이용하기로 했다.


이 공구는 아마 독자분들이 생소할 것이다. 동영상 주소 하나 첨부한다 ( https://www.youtube.com/watch?v=-5jFkNIOhuQ ) 쉽게 이야기 하면 ... 판자 두개를 이어 붙일때 쓰는 전동공구이다. 예전에 오디오 스피커 캐비넷을 만들어 보고 싶어서 사 놓은 공구기도 하다.


나름 동영상을 보면서 사용법을 숙지했다고 생각은 했는데 ... 역시 미숙한 상황에서 무서웁고 위험한 공구를 사용하는 것은 ... 정말 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두개의 판자를 이어 붙이려고 가공을 하는데 ... 새로운 공구의 사용법에 익숙치 않은 터라 정말로 중요한 기본을 망각했던 거지


전동톱 같은 고속으로 회전하는 공구 ( 대체로 전동톱 계열은 분당 6000번 이상의 고속회전이 기본이다 ) 를 사용할때는 충분히 공구를 회전시킨 다음에 가공해야 한다. 완전히 풀 스피드로 속도를 올린 다음에 가공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공구가 반동으로 튀어오른다. 그 튀어 오르는 힘은 대단하다. 인간의 완력으로는 제어할 수 없다. 심지어 작업대에 고정시킨 공구도 튀어오르기도 한다. 내가 그 사실을 깜박 해 버린거다.


공구를 회전시키고 ... 풀로 회전력을 올리지 않은 상태로 힘을 주어서 가공을 하려고 하다가 ... 그 다음은 생각나지 않는다. 아마도 0.1초도 되지 않았을거다. 사람이 조심하고 뭐고 할 틈 조차 없었다. 공구는 튀어 올랐고 내 손등에 공구의 칼날이 들어가 있는 것이 보였다. 그나마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새 공구였던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녹슨 공구에 다쳤으면 그건 또 그거 나름대로 골치아픈 일이니깐 ...


지혈을 하기 위해 러닝셔츠를 손에 감아 대면서 얼핏 상처 부위를 봤다. 심각하다. 완전히 손등이 너덜 너덜 해 졌다. 폭 6-7센티 정도 되는 크기의 피부가 너덜 너덜해 져 있고 , 그 너덜해진 상처 아래에 근육이 보였다. 그리고 그 근육 사이에 허연 것이 보였다. 세상에 ... 내가 내 손의 뼈를 내 눈으로 보는 일이 벌어진거다. ( 사실 이 부분은 지금 생각해 보면 피부조각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당시는 백퍼 뼈로 봤다. )


그 이후는 정신을 놓았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수도 없이 스스로를 다그쳤다. ( 필자는 혼자 살고 있다. 나름 사정이 좀 있다... ^^;; ) 누군가 도와 줄 수 있는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 일단은 바로 근처에 벗어 놓은 티셔츠 하나로 지혈을 했다. 손 하나는 다치고 손 하나는 상처를 눌러야 하니 ...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다. '이거 대형사고 났다. 빨리 큰 병원 응급실로 가야한다.' ... 뭐 당시에 그냥 수면바지 입고 있엇는데 양말도 못신었다. 손이 없으니까 옷은 겨우 걸쳤고 ... 핸드폰과 지갑 없이 아파트 엘레베이터를 타려다가 놓고 온 것을 깨닫고는 다시 돌아갔다 ... 한마디로 정신 없는 거지...


엘레베이터 타고 , 아파트 현관을 나서면서 이웃을 만났다. 강아지 산책을 나가는 중이었는데 내 상황을 보고 이거 심각하다고 보고 어떻게든 도와주시려고 했다. 강아지는 사태파악을 했는지 겁을 먹고 있었다. 경비실 아저씨가 사태를 파악하고 도와주시려고 했고 나는 119좀 불러달라고 부탁드렸다.


... 5분정도? 아니 10분정도? 119차량을 기다리는 시간은 길었다. 솔직히 아픈건 잘 몰랐다. 손등이 신경이 적게 퍼진 곳이어서 그럴까?... 아니면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와서 아픈줄을 못느끼게 되어서 그럴까 ... 손가락은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고 ... 아닌것 같기도 했다.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그렇게 다치고 ... 아파트 현관으로 나오기 까지

이렇게 기도했던 기억은 생생히 난다. ( 앞서 얘기한 것 처럼 필자는 예수믿는 사람이다 )


....


"하나님 이거 큰일 났습니다. 하나님 어떻게 하죠? 왼손입니다. 하나님 왼손 잘못되면 저 어떻게 하죠? 어떻게 살아야하죠? 하나님 기타도 못치고 ... 컴퓨터도 못하고 ... 아무것도 못하게 되면 어떻게 해죠? 제가 그나마 잘 하는 건 손으로 하는 것들이 전부 다 인데 ... 왼손 잘못되면 저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거죠?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죠? 하나님 ... 저 어떻게 하나요... 어떻게 하나요 ... "


....


... 이러면서 119 기다리는 시간을 버티었던 것 같다. 그 와중에 119 차량의 요원과 전화통화를 했던 기억이 난다. 플레이트 조이너라는 공구를 잘 모르고 있을 테니까 "그라인더와 유사한 공구입니다. 그런 공구에 손등을 다쳤고요. 피부가 많이 없어지고 벗겨졌습니다. 너덜너덜 해진 상황이고요 , 피부 아래에 근육과 뼈를 봤습니다. " 라고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날 날씨는 정말 무지하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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