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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각보자기 Dec 25. 2021

슬픔 방관자의 짝꿍에게

가만히 누워 해가 지는 것을 보았어요.

건넛집 담벼락을 타고 가을 그림자가 길어지는 그 모습에

시간과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살아 내야 하는 구나, 생각했어요.

하지만 오늘 하루는 결국 방관하고 말았어요.

발이 너무 시렸지만 일어나는 것도 귀찮았거든요.

 

숨겨뒀던 슬픔이 겹겹이 몰아쳐 왔어요.

아무 것도 아닌 것에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날이었어요.

너무 일찍 떠나버린 고향과 가족들, 왠지 엄마가 느꼈을 허무함이 전해졌어요.

이제는 소식이 잘 닿지 않는 친구들, 세월 앞에 모든 것이 변하는 군요.

이루지 못하고 덮어둔 꿈들, 산다는 건 뭘까요.

세상의 모든 슬픔과 외로움을 짊어진 듯, 마음이 가라앉았어요.

 

슬픈 노래를 찾아 듣고, 더 슬픈 생각을 했어요.

이렇게 눈물이 찾아온 날에는 너무 외롭지만 어쩔 수 없어요.

더욱 더 나락으로 떨어지며 슬퍼하는 나를 내가 방관해요.

 

‘이제 갈게, 조금만 기다려’라고 말하는 그 목소리에 왈칵 눈물이 났어요.

하루 종일 혼자였거든요.

세상 모두가 걱정스러운 이 슬픔의 날에

사실은 나 내가 제일 걱정스러웠는지도 몰라요.

모두의 슬픔을 빌어 나의 슬픔을 잊었는지도 몰라요.

 

사실은 그리웠나 봐요.

따뜻하게 안아줄 당신이 그리웠어요.

생각해보니, 난 예전에도 찬바람만 나면 이런 슬픔을 달고 살았어요.

그리고 알았어요.

이제 내 옆에는 당신이 있다는 걸.

혼자 울어도 끝끝내 풀리지 않는 설움은

결국 당신을 만나 엉엉 울어낼 수 밖에 없다는 걸.

 

나는 혼자가 아니에요.

나를 사랑해 줘서, 함께 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2014.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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