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읽어주는 그림책]으르렁 아빠/알랭 세르 글, 브뤼노 하이츠 그림
으르렁 늑대가 있었어요. 모든 아이들이 그 늑대를 무서워했어요.
그렇지만 정말 끔찍한 건 으르렁 늑대가 다정한 아내, 사랑스러운 딸 그리고 세 아들에게도 겁을 주고 가족들이 불안해하는 모습조차 즐긴다는 것이었어요.
강렬한 빨강 배경,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 옷을 입은 검은 늑대가 아이들에게 으르렁거리는 옆모습이 오늘 나눌 그림책, '으르렁 아빠'의 표지입니다. 이상하게도 온통 검은색인 아빠 늑대의 모습이 어색하지도 이질적이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익숙하게 느껴집니다. 왜일까요? 검은색을 떠올려봅니다. 검은 사자, 검은 개, 검은 늑대.... 깜깜한 밤처럼 보이지 않고 어디선가 괴물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검은색은 알 수 없고 무서우면서도 강한 힘을 느끼게 하는 색입니다. 권력, 권위를 상징하기도 하지요. 검은색인 아빠 늑대가 낯설지 않은 것은 많이 바뀌었지만 아직까지도 ‘남자는 강해야 한다.’, ‘남자는 울면 안 된다.’ 같은 남성에 대한 고정관념, ‘아빠는 가족의 가장이다. 우리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 ‘아빠는 권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와 같은 가족 안에서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 고정관념은 '엄마'라는 단어를 떠올려 '아빠'를 떠올렸을 때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해보면 더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잠시 엄마를 떠올려보세요. 어떤 색이 떠오르나요? 부드럽고 따뜻한 사랑의 색, 핑크색이나 화목한 느낌을 주는 생기 있는 오렌지색이 떠오르지 않나요? 물론 엄마를 떠올렸을 때 무채색이 떠오르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대체로 아빠보다 엄마를 생각할 때 밝고 화사하거나 다채로운 색깔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아무래도 아직까지 가족 안에서 엄마가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아빠보다 더 많고, 아이들과의 소통에 있어서도 아빠보다 더 친근하고 풍성하게 관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빠라고 이런 빛깔로 관계할 수 없을까요? 엄마에게 떠오르는 색깔을 아빠가 갖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리고 온통 검은색인 것 같았던 아빠가 실은 그 안에 알록달록한 색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떨까요?
이 책의 주인공, 검은 옷에 검은 장갑, 검은 장화까지 온통 검은색의 아빠 늑대는 늘 으르렁댑니다. 심지어 더 무섭게 보이려고 집에서도 검은색 장화와 장갑을 절대 벗지 않습니다. 그런 검은 늑대의 모습을 보며 늑대의 아내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합니다.
여보, 그 검은색 옷들 때문에 당신은 항상 화난 것 같아요.
아빠는 왜 이렇게 항상 화난 것처럼 보일까요? 아빠는 왜 이렇게 무섭게 보이려 할까요? 이 질문을 다시 이렇게 바꾸어 봅니다. 어떤 사람이 쉽게 화를 내고 늘 강해 보이려고 할까요? 더 무섭고, 더 강해야 하고, 더 잘해야 하고, 더 멋져야 하고, 더 특별해야 하고... 비교 속에서의 우월감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는 사람, 바로 자존심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으르렁 아빠는 자존심을 바탕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화날 일도 많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강해야 하고, 다른 사람 위에 서서 힘으로 다른 사람을 마음대로 할 수 있어야 자신의 존재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으르렁 아빠는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권위적인 아빠의 모습을 보입니다. 일방적이고 지배적인 생활양식으로 가족의 문화를 검은색으로 칠해갑니다. 자존심이 세워져야 존재감을 느끼는 으르렁 아빠는 아이들에게 조차 질 수 없습니다. 이겨야 합니다. 무서운 존재가 되어야만 합니다. 그런 으르렁 아빠에게 엄청난 변화가 일어납니다. 바로 네 명의 아이들의 비밀작전으로 인해서!
으르렁 아빠가 곤히 잠든 사이 네 명의 아이들은 아빠의 검은색 장갑과 검은색 장화를 하나씩 벗깁니다. 그런데 그 안에는 놀랍게도 알록달록한 색들이 숨어있었습니다.
"첫째 딸은 검은 장화를 벗기고 깜짝 놀랐어요. 왜냐하면 항상 무섭게만 보였던 아빠의 발이 사각사각 사과 같은 초록색이었거든요."
사과 같은 초록색, 활짝 핀 장미 같은 완벽한 분홍색, 작고 연약한 꽃망울처럼 아름답고 선명한 노란색, 땅을 사랑하는 하늘과 꼭 닮은 파란색, 아빠의 발이 원래는 이렇게 알록달록한 색깔이었다니요. 혹시 강해 보이고 커 보이기만 하던 아빠에게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경험이 있나요? 자주 못 봐서 자세히 못 봐서 몰랐지만 잘 생각해보니 스쳐 지나갔던 아빠의 알록달록한 색들을 떠올려보세요. 아이 같은 장난을 치고 소년 같은 미소를 짓거나, 최신 아이돌 가요를 따라서 흥얼거린다거나, 알고 보니 엄마보다 더 맛있는 된장찌개를 끓일 수 있다거나, 의외로 길을 잘 못 찾는다거나, 슬픈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린다거나, 남몰래 쓴 시와 일기들이 있다거나.
아이들은 아빠에게서 벗긴 검은 장화와 검은 장갑을 다시는 꺼낼 수 없도록 묻습니다. 다음날, 잠에서 깨어난 으르렁 늑대는 태양 아래에서 알록달록 빛나는 네 발을 발견합니다.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진짜 모습이 완전히 드러나자 으르렁 늑대는 견딜 수 없어합니다. 알록달록한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우스꽝스럽다고’, ‘초라하고 약해 보인다고’ ‘부끄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다시 검은색으로 감추려 발버둥 칩니다. 하지만 한번 무너진 자존심은 다시 세워지지 않습니다. 자존심은 모래성 같은 것이니까요. 파도는 끝없이 찾아올 거고 무너지고 세우기를 반복해야 하겠지요. 몸을 페인트로 칠하고 그을려본다 해도 모래성이 무너지듯 으르렁 늑대의 발들은 다시 알록달록한 원래의 색들로 다시 돌아옵니다. 그리고 으르렁 아빠는 절망에 빠진 채 아주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생애 처음으로 눈물을 흘립니다.
으르렁 늑대의 눈물은 무너진 자존심 때문입니다. 그러나 으르렁 늑대가 모르고 있는 게 있었죠. 한 번도 무너진 적 없는 것이 있다는 것, 하나도 상처받지 않고 온전히 밝게 빛나는 것이 있다는 것, 그게 무엇인지를 다정한 아내와 네 명의 아이들이 알려줍니다.
집에 돌아온 늑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울었어요. 그리고 아내에게 말했어요.
숲에서 가장 알록달록한 늑대와 결혼한 것을 제발 후회하지 말아 달라고요.
다정한 아내는 알록달록해진 남편에게 말했어요.
"여보, 이 아름다운 색깔들 때문에 지금 당신이 얼마나 부드러워 보이는데요."
으르렁 늑대가 혼자서는 하지 못한 일이 아내와 네 명의 아이들로 인하여 이루어집니다. 바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일', 자존심이 아니라 '자존감'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것, 그 기적 같은 일이 가족의 사랑으로 이루어집니다. 이제 으르렁 늑대는 더 이상 강해 보이지 않아도 됩니다. 더 이상 검은색 장화와 검은색 장갑으로 알록달록한 발을 감추지 않아도 됩니다. 이제는 경쟁 속에서 자기를 긍정하는 자존심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긍정하는 '자존감'을 바탕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더욱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으르렁 늑대에게 건강한 자존감이 생기자 늑대 가족의 관계는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으르렁 아빠와 아내는 함께 아이들을 꼭 껴안아 주었어요.
따뜻하고 부드러운 아빠 품에서
마침내 늑대 가족은 처음으로 하나가 되었답니다.
마침내, 드디어, 처음으로! 가족이 온전한 일치감을 느끼게 된 것이죠. 사랑으로 하나가 된 것입니다. 우리 가족이 '하나'라는 것을 처음으로 실감한 순간, 얼마나 행복했을까요. 서로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보금자리, 바로 '가족'이 세워지는 순간입니다.
이제 '으르렁 아빠'를 다시 읽어보세요. 그리고 으르렁 아빠뿐만이 아니라 '으르렁 엄마', '으르렁 딸', '으르렁 아들'은 없는지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 가족 중에 누군가 온통 검은색으로 자신을 감추려 하고 있는 사람이 있지는 않은지, 있다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긍정할 수 있도록 가족으로서 도와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아빠, 우리 엄마, 우리 딸, 우리 아들은 어떤 알록달록한 색을 지니고 있을지 사랑의 눈으로 발견해보세요. 그리고 그 색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온전한지 표현해주세요. 그렇게 함께 가족을 세워가는 시간을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우리 가족을 색으로 표현하기
: 1. 우리 가족은 어떤 색깔일까요?
( 가족 구성원들을 한 명 한 명 생각해볼 때, 어떤 색이 떠오르나요? 그 이유는?
우리 가족을 한꺼번에 떠올려 하나의 색으로 표현한다면? 그 이유는?)
2. 아빠는 잘 모르는 것도 같지만 나만 알고 있는 아빠의 색깔은?
(이 질문을 다른 가족 구성원에 대하여해 볼 수 있습니다.)
-미니 토론
:자존심을 위해 필요한 것 vs 자존감을 위해 필요한 것
-프리허그
:엄마를 아빠를 딸을 아들을 말없이 꼭 껴안아 줍니다.
-가족 마니또
: 가족 마니또는 두 가지 방법으로 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는 일주일간 서로의 마니또가 되어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긍정할 수 있는 말을 서로에게 해주는 겁니다. ‘엄마의 오늘 요리는 예술이에요! 색이 아름다워요.’, ‘아빠가 오늘 퇴근하고 돌아와서 꼭 안아주셔서 따뜻했어요. 감사해요.’, ‘우리 딸이 있다는 것이 엄마, 아빠의 큰 행복이야, 사랑해’와 같이요.
또 하나의 방법은 서로의 관찰자가 되어 주는 거예요. 예를 들면 ‘나는 언제 가장 멋져 보이나요?’ ‘내가 언제 가장 크게 웃나요?’ ‘나는 언제 가장 편안해 보이나요?’와 같은 질문을 하나 정하고, 일주일 동안 엄마, 아빠, 또는 동생의 관찰자가 되어주고 서로 발견한 것을 나누는 것입니다. 그러나 들키지 않아야겠지요. 누가 누구의 마니또인지요. 들키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