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용돈 대신 주고픈 그림책

[그림책 수업] 중요한 사실/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by 다해문방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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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문화를 바꾸는 새로운 시도


명절이 돌아오면 여러 가지 생각들이 지나간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까지가 나의 가족인가?', '가족이라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명절에 진정한 만남이 존재하는가?', '명절 문화의 중심 세대가 우리가 되는 날이 오면, 어떤 대화와 놀이를 하며 명절을 보내는 것이 좋을까?'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머릿속을 맴맴 돌다 흩어진다. 나와 가족에 대한 질문들을 만나는 기간, 명절이다.


명절이면 결정해야 할 일들이 많다. 그러나 그 결정은 주체적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관습적인 방식에 대해 어쩔 수 없이 따라가며 불편함을 떠안은 채로 이루어지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용돈도 그중에 하나다. 명절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해서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과 시조를 지어서 명절의 풍경을 돌아본 적이 있었는데 용돈 이야기와 고스톱 이야기가 주로 등장한다.

용돈


할머니가 사촌동생들에게 용돈을 주시네
5학년은 만원 4학년은 만원 5살은 천 원
하지만 곧 엄마들의 손으로 들어가네

성묘

아빠가 산소에 같이 가면 돈 준단다.
따라갔네 하늘 봤네 정말 맑네 기분 좋네
내려와 밤도 땄네 돌아와서 돈 받았네

아이들에게 남는 명절의 풍경은 기승전'돈'이다. 만약 용돈 대신 책을 선물로 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기승전'돈'에서 '돈'이 빠져 허탈하고 실망스러운 표정일까? 그렇다면 그런 실망을 한 번쯤 주는 건 어떨까? 기승전'책'이 되는 명절문화를 만들 수 있다면 기승전까지 '실망'이 있다 하더라도 결말 '책'으로 끝난다면 해볼 만한 시도가 아닐까.

사실 한 권의 책을 선물한다는 것은 용돈을 주는 일보다 더 많은 관심과 정성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책을 선물한다는 것은 선물 받는 이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지금 어떤 시기를 보내고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고민이 있는지에 대한 이해, 그런 이해는 직접 이야기 나눈 경험, 함께 한 추억들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직접적 공통 경험이 부족할 때에는 자신의 십 대, 이십 대, 시기별로 과거를 돌아보면서 의미 있었던 책을 떠올려 보면서, 가족들과 함께 읽고 싶은 가치 있는 책을 고르는 방법으로도 가능하다. 책 면지에 간단한 추천하는 말이나 메시지를 남긴다면 책은 하나의 '추억'이자 '사랑이 담긴 하나뿐인 선물'이 될 것이다. 할아버지가, 삼촌이, 형수님이, 아빠가, 이모가 해주는 북 큐레이션, 명절문화를 바꾸는 새로운 시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단어 하나, 낱말 하나에 담긴 중요한 사실


그림책 '중요한 사실'을 특별히 명절에 선물하고 싶은 그림책으로 고른 이유는 이 책이 '숟가락'이라는 낱말 하나에서부터 시작해서 '비, 풀, 눈 등' 이어지는 일상적인 단어들에 대해 일관적으로 '본질'을 묻고 발견하게 하기 때문이다. 명절이면 '나'라는 존재는 '성별', '나이', '역할', '의무', '도리', '직업', '학벌', '경제적 능력'등에 의해 오르락내리락 저울질되며 웬만큼의 자존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도 정체성의 혼란을 피해가기가 어렵다.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의 문장은 그 혼란의 폭풍의 중심으로 꿰뚫고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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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 하늘이 언제나 거기 있다는 거야.
하늘이 파랗고, 아득히 높고,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 있고,
공기로 되어 있다는 건 틀림없어.
하지만 하늘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
하늘이 언제나 거기 있다는 거야.


우리 주변에서 늘 접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스쳐 지나갔던 물건과 자연에 대해서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의 글은 낱말 하나하나에 주목하여 물음을 건넨다. '하늘은 무엇일까? 하늘은 어떤 색깔이야? 하늘은 어떤 느낌이야? 하늘은 어디에 있어? 하늘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하늘은 너에게 어떤 의미니? 그렇다면 하늘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 무엇일까?' 화가 최재은의 초현실적이면서도 친근한 그림은 낱말 하나에 대한 자신만의 다양한 생각과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데 다정한 지원군이 되어준다.

'숟가락, 데이지, 비, 풀, 눈, 사과, 바람, 하늘, 신발'까지 중요한 사실들을 읽어나가다 보면 특유의 시적인 운율감이 입에 맺혀 계속해서 이어 말하고 싶어 진다. 그 즐거움은 자연스레 일상에 스며들어 주변에 있는 물건들, 자연의 모습, 사람들을 볼 때에도 '~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이라는 방식으로 현상의 이면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너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


너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 너는 바로 너라는 거야.
예전에 너는 아기였고, 무럭무럭 자라서 지금은 어린이고,
앞으로 더 자라서 어른이 된다는 건 틀림없어.
하지만 너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 너는 바로 너라는 거야.


이 책을 읽으면서 발견한 '중요한 사실'들에 대한 생각을 둘이서 또는 가족들과 다 함께 이야기하다 보면 '낱말' 하나에 대해 서로가 같게 또는 다르게 생각하고 느끼는 점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대화들의 끝에 어딘가 도착하게 된다면 아마도 그것은 이런 물음일 것이다. '그 낱말의 중요한 사실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고 결정하는 존재는 누구일까? 그 존재에 대한 중요한 사실은?' 숟가락에서 출발한 여정이 '나'라는 종착점에서 끝이 나는 것이다. 그림책의 종착점에는 특별한 선물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그림책에서 직접 확인해 보기를.


그리고 아래에 이 책을 교실에서 명절 후에 아이들과 함께 읽고 나서 나눌 수 있는 대화 주제와 활동이 제시되어 있으니 자유롭게 활용하시기를. 그럼 새로운 명절문화와 함께하는 한가위 보내세요! ^^



<자유로운 대화>


- 가족에 관한 가장 중요한 사실은 무엇일까?

- 가족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 서로 다를 수 있을까?
- 무엇이 중요한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 네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의 공통점은?
- 너(나)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니?
- 너에게 속하는 것은 무엇일까?
- 너 자신은 세상에 하나뿐일까?
- 너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것은 무엇일까?
- 너에 대한 가장 중요한 사실은 무엇일까?



<흥미로운 창작활동>


- 개념어 사전 만들기/스무고개

: 내가 관심 있는 단어들에 대한 중요한 사실들을 적어서 나만의 개념어 사전을 만들어 본다. 각자의 개념어 사전들에 담긴 낱말들을 가지고 스무고개 놀이를 해본다.


- 보물상자 놀이

: 동그랗게 둘러앉은 한가운데 보물상자 하나를 놓는다. 아이들은 보물 상자 바닥에 거울이 있는 것을 모른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이 보물 상자 안에 정말 소중한 보물이 있다고 말해서 아이들의 궁금증을 일으킨다. 그리고 모든 아이들이 차례대로 한 번씩 상자 안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단, 모두에게 차례가 돌아갈 때까지 보물 상자 안에 어떤 보물이 들었는지는 혼자만 알고 있어야 한다. 상자를 넘겨받은 아이는 상자 뚜껑을 열고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본다. 모든 아이들이 보물 상자 안을 한 번씩 본 후에 '너는 어째서 보물일까?', '네가 거울 속에서 본 것만 너일까?', '무엇이 너를 가치 있는 사람으로 만들까?'라는 질문으로 이어간다.

(그림책이 있는 철학교실에서 제안되는 한 가지 방법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