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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해문방구 Oct 21. 2020

두 번째 수업. 생각을 생각하기

로랑 모로/무슨 생각하니, 생각/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모두들 한 주 동안 생각 연필로 '좋은 생각'을 찾아보았니? 좋은 생각이 무엇인지 어쩌면 아직은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어. 그렇다면 ‘아직은 알지 못한다’라는 생각을 출발점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겠다. 앞으로 남은 여정을 통해 좋은 생각이란 무엇일까에 대해서 계속해서 탐구해볼 거야. 그러니 좋은 생각이 무엇인지 알지 못해도 ‘지금부터 찾아보고 싶다!’라는 호기심, 궁금한 마음만 있다면 그것으로 이번 수업 준비는 충분히 갖춘 거야. 물론 일주일 동안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생각이 무엇인지를 발견해 온 친구도 있을 거야. 그렇다면 그 생각 씨앗이 앞으로의 수업들을 거치면서 변하게 될지 기대하며 지켜보도록 하자. 

 지난 시간에는 좋은 생각이 무엇이고 어디서 오는지 알아보았다면 오늘은 '좋은'이라는 형용사를 한번 빼고 '생각' 그 자체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해. '좋은' 생각에서 '좋은'에 강조를 붙이면 떠오른 생각이 좋은지 나쁜지 판단을 내리려는 조급함이 생길 수 있어. 그렇게 되면 자유로운 생각들을 제한하게 될 수도 있어. 물론 '좋은 생각'인지 판단을 쉽게 내릴 수 있는 생각도 있지만 그런 판단을 내리기에는 아직 이른 생각들이 훨씬 많단다. 더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야 비로소 ‘그게 좋은 생각이었구나’ 알 수 있는 생각도 있거든. 그런데 누군가는 좋은 생각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라고 했던 지난주와 달리 '좋은'을 빼고 생각해보라니 갑자기 맥이 빠지는 기분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금 현재 너희들이 좋은 생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생각에 대한 현 위치를 파악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었단다. 그럼 이제 지금까지 갖고 있던 ‘좋은’ 생각들에 대한 생각은 잠시 내려놓고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 볼까?

 그럼 일단 오늘 볼 그림책을 먼저 소개해 볼까. 지난 시간에 <생각 연필>을 통해 만난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또 다른 그림책 <생각>과 로랑 모로의 <무슨 생각하니?>, 이렇게 두 권의 그림책을 준비했어. 먼저 읽을 책은 로랑 모로의 <무슨 생각하니>야.

       



하나이지만 서로 다른, 다르지만 하나인

로랑 모로의 그림책에서는 질문이 단 한번 등장해. 바로 표지의 제목에 서지. 

‘무슨 생각하니?’

앞으로 생각 수업을 하다 보면 계속해서 이런 질문을 받게 될 거야. '한번 더 생각해볼래?' '다른 친구의 생각을 들으니 어떤 생각이 드니?',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나 문장이 있니? 그걸 보니 어떤 생각이 드니?' 다양한 질문들이 계속되겠지만 이 모든 질문을 하나로 압축한다면 결국 이 책의 질문과 같아지게 돼.

'무슨 생각하니?'

이 책은 책장에 접힌 부분을 펼쳐서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는 플랩북 형식으로 아이와 노인, 아저씨, 아줌마 등 남녀노소의 이웃의 얼굴이 등장해. 각기 다른 표정의 얼굴들 그리고 그 얼굴을 덮고 있는 플랩을 넘겨보면 표정 뒤에 숨어있는 마음의 얼굴이 담겨있어. 표지에서는 그중에 마리옹 아줌마의 외면과 내면이 데칼코마니처럼 그려져 있단다. 하나이지만 서로 다른, 다르지만 하나인 외면과 내면, 보이는 얼굴과 보이지 않는 생각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펼쳐 보여주지. 한 장 한 장 펼쳐보며 옆모습으로만은 알 수 없던 그 안의 생각을 비밀 상자를 열듯 펼쳐보는 즐거움이란! 너희도 이제 곧 느낄 수 있을 거야. 플랩북 형식의 책을 한 장씩 펼쳐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금 내 머릿속에는 어떤 그림이 펼쳐지고 있을까'하는 생각하게 된단다.



어느 방향에서 봐도 좋아.

 이 책의 재미있는 점은 책의 맨 뒤에 면지에 마치 숨은 그림 찾기처럼 책 속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모두 모여 있는 도시의 한 풍경이 등장한다는 점이야. 그래서 책의 내용 속, 한 장 한 장에 한 명씩 등장했던 인물들이 가까이와 멀리, 서로 다른 곳을 보거나 마주 보면서 혼자가 아닌 관계 속에 위치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어. 덕분에 단 것을 먹고 싶어 하는 아나엘, 행복한 마띠유, 여름을 기다리는 로랑, 화가 난 기욤 아저씨,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을 앞에서 하나씩 자세히 느껴본 후에 마지막 면지에서 여러 사람들을 모두 함께 있는 장면을 보며 그들의 관계를 상상해보게 하지. 그리고 앞에서 책을 볼 때는 각각의 별개의 생각으로 보였던 내용들이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연결 지어 보게 돼. 

 그런데 만약 맨 뒤에 등장인물 전체가 함께 있는 그림의 면지를 먼저 보고 나서 책 앞으로 다시 돌아가 읽는다면 어떻게 될까? 등장인물들의 표정과 위치를 살펴보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먼저 상상해보고 나서 다시 앞에서부터 한 장씩 읽어보면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확인해보게 되면 내가 상상한 것과의 차이를 발견해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야. 그래서 이 책은 앞에서부터 보아도 좋고 뒤에서부터 보아도 좋을 책이야. 어느 방향에서든 볼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지. 마치 사람을 보는 관점이 어느 방향, 어느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듯이.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플랩북




 "무슨 생각하니?"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 중 니꼴라에 대한 부분은 모두들 아주 좋아하는 장면이 있어. 바로 이 장면이야.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요

그래, 너희들 마음에도 쏙 들지? 슬픈 안나, 근사한 곡을 떠올리는 에릭 아저씨, 책을 읽으며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고 있는 로라, 각기 다른 생각의 세계로 가득 차 있는 사람들 사이에 아무 생각하지 않는 하얀 백지의 니꼴라는 시원한 여백이자 의외의 순간에 톡 쏘는 청량감을 주고 있어. 너희들도 가끔 이런 순간이 있지? 아니면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있고 싶다거나, 아니면 대부분 이렇게 지내는 친구도 있을지 모르겠다. 

플랩북 형식의 책을 보면 그 안에 무엇이 그려져 있을까 궁금해서 재빨리 넘겨 보고 싶어 지지 않니? 그런데 이 책을 읽을 때는 플랩을 조금 천천히 넘겨보렴. 책의 문장을 읽으며 플랩을 넘기기 전 바로 그 여백의 시간에 잠시 상상에 빠져보는 거야. 앙뚜 왕은 무슨 생각을 할까? 어떤 생각이 어떤 그림으로 가득 차 있을까? 그렇게 조금 천천히 읽으면 너희들의 상상 속 이미지가 첫 번째 즐거움을 선물해 줄 거고, 두 번째로는 그림을 펼쳐봤을 때 상상했던 것과의 차이에서 오는 신선함과 문장이 이미지로 펼쳐지면서 문장으로만은 느낄 수 없었던 작가의 따뜻하고 아름다우면서도 기발한 사람에 대한 관점을 느낄 수 있어. 빠르게 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천천히 보거나 멈추어 본다면 더 많은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을 거야.


누구나 어떤 생각을 한다.

그런데 "무슨 생각하니?"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건 누구일까. 이 질문에 대해 하나하나 대답해 가는 이는 가장 마지막에 등장해. 로라는 책을 읽으면서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고, 로잘린은 앙뚜완에게 반했다고, 앙뚜완은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하는 이는 그들 자신이 아니야. 


가벼운 것이든 심각한 것이든,
누구나 어떤 생각을 하죠. 나도 그렇고요!

그건 바로 작은 고양이야. 고양이는 어떻게 이들의 생각을 알 수 있었을까.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생각이 어떻게 이 작은 고양이에게 보였을까? 그 대답은 이 책을 읽는 사이에 해결이 돼. 자세히 보고 천천히 보고 다시 보는 사이에 점점 알게 된 거지 아! 내 눈에도 보이는구나! 그들의 얼굴을 관심을 갖고 바라보다 보면 조금씩 발견할 수 있구나. 이 작은 고양이처럼. 그러니까 사람들의 생각은 어쩌면 보이지 않는 게 아닐지도 몰라. 착한 사람에게만 보인다는 선물처럼, 그 사람을 더 잘 이해하고 관심 어린 따뜻한 눈빛으로 바로 보는 사람에게는 생각이 보일지도 모르지.

 이 책을 통해 함께 나누고 싶은 건 '누구나 가벼운 것이든 심각한 것이든 어떤 생각을 한다'는 거야. 그리고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고 나면 ’ 내 주변의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는 물음이 생긴단다. 이것이야말로 생각 수업을 열 때, 가장 필요한 물음이야. '누구나 어떤 생각을 한다! 그렇다면 나, 그리고 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두 번째로 읽어볼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생각> 책은 생각 수업에서 계속해서 탐구하게 될 '생각'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탁월한 그림책이야. 실제로 철학 그림책, 생각할 수 있는 그림책을 만드는 이 작가는 그림책 작업을 할 때 가장 많은 시간을 '생각'하는데 쓴다고 해. 이 작가의 그림책은 그림 하나, 하나에 많은 의미가 담겨있단다. 그림책의 그림 하나도 문장 하나도 오래 머물러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이야.



생각은 무엇일까?
글쎄……. 한번 생각해 볼까?   

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 그림책은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생각이 무엇인지에 대해 서로 다른 다양한 생각들을 비유를 통해 풀어나가고 있어.

생각은 깊숙이 비밀을 감춰 놓은 나만의 상자 아닐까?
그럴지도 몰라. 아무도 볼 수 없고 아무도 훔쳐 가지 못하도록.

비유들 속에 생각은 누군가에게는 슬펐던 기억, 즐거웠던 기억이 비치는 거울이기도 하고 꼭꼭 숨겨 놓았던 두려움이 새어 나올까 봐 닫아놓고만 싶은 장롱이기도 해. 세상 끝까지도 갈 수 있는 자신만의 풍선이기도 하고 아무도 볼 수 없고 아무도 훔쳐 가지 못하도록 비밀을 감춰 놓은 자신만의 상자이기도 하지. 이렇게 사람에 따라, 처한 상황에 따라, 그날의 기분에 따라 모습을 달리 하는 생각은 여러 가지 얼굴을 지니고 있어. 가볍게 스쳐 지나가는 가벼운 생각에서부터 삶의 방식과 삶의 질을 결정하는 커다란 생각까지, 생각 수업에서는 이렇게 다양한 얼굴과 다양한 무게의 생각들을 만나게 될 거야.  


생각을 어떻게 생각하니?

 그렇다면 너희들은 생각을 어떻게 생각하니? 그래, 이 질문이 아주 아주 어려운 질문인 거 알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막막해지지. '생각은 무엇일까요?' '생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라는 질문을 어른들이 받는다고 해도 너희들과 마찬가지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곤란해할 거야.  그런데 이 질문을 '그림책'을 통해 만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생각> 그림책을 함께 읽으면서 생각에 대해 와 닿는 그림이나 문장을 찾아봐. 그러면 있는지도 몰랐을 생각에 대한 너희들의 생각을 무엇인지를 더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거야. 이게 바로 그림책 생각 수업의 힘이란다. 대답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질문들이 눈에 보이게 닿을 수 있게 다가온다는 것. 

 자, 그럼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생각> 책을 읽으면서 생각에 대한 비유들을 그림과 함께 만나볼까. 그림책 글이 먼저 와 닿는 사람도 있고, 그림이 더 와 닿는 사람도 있을 거야. 어느 쪽이든 좋아. 글과 그림을 통째로 받아들여도 좋고 그림을 보며 자신만의 해석으로 읽어내는 것도 좋아. <생각> 그림책에는 머릿속에서 폭죽이 터지듯 여러 가지 생각을 자극하는 상징적인 그림들이 있단다. 누군가는 오랜만에 다양한 색과 모양으로 가득한 그림책을 만나면서 가슴이 콩닥거릴지도 몰라.                    

 이제 그림책의 첫 문장에서 만났던 질문, '생각은 무엇일까?'에 대해 자신만의 대답을 해보도록 하자. 생각 연필을 들고 종이 위에서 자유롭게 생각이 흘러나오도록 해보렴. 씨앗이자 열매인 오늘의 생각을 말이야. 이 생각 씨앗이 앞으로 어떻게 커갈지 기대하며 또 오늘 발견한 생각의 열매에 감사하며. 


<생각은 무엇일까에 대한 다른 친구들의 생각들>


생각은 넓은 스케치북, 넓은 주머니가 아닐까?
그럴지도 몰라. 생각할수록 채워져 가기 때문


생각은 창의의 연구소가 아닐까?
그럴지도 몰라. 왜냐하면 우리의 무한한 창조력을 쓸 수 있으니까. 


생각은 타임머신이 아닐까?
그럴지도 몰라. 생각을 하다 보면 1분, 2분, 5분 점점 뒤로 가게 되니까.
날 과거로도 미래로도 다른 시대로도 데려가 주니까. 


생각은 분쇄기가 아닐까?
생각은 말을 갈기갈기 찢어놓기도 하고, 아무도 모르게 없앨 수도 있고
잊히게 할 수도 있으니까. 


생각은 마음의 눈이 아닐까?
그럴지도 몰라.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온 세상이 다르게 보이거든.
'난 왜 이것밖에 안되지.'생각하면 정말 아무것도 안되고
'난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면 정말 마법처럼 모든 일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거든



<자유로운 대화>

-무슨 생각하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말로 충분할까?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

-마음은 볼 수 있을까?

-마음을 보는 방법은?

-내가 아는 사람은 항상 같은 사람일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다른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어떻게 대해야 할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알 것 같은 사람은 누가 있니?(친구, 가족, 애완동물 등)

-생각이란 무엇일까?



<흥미로운 활동>

-플랩북 만들기

: 우리 가족(이웃, 친구도 좋아요)들의 얼굴을 그리고 '무슨 생각하니?'란 제목으로 플랩북을 만들어보기


-자기소개 책 만들기

: 내 얼굴을 다섯 장으로 넘길 수 있게 만들어서 무언가에 빠져있을 때, 아무 생각이 없을 때, 화가 날 때, 슬플 때, 신날 때 등 다양한 자신의 생각의 변화를 플랩북으로 만들어 자신을 소개하는 것도 재미있겠다.


-'무슨 생각하니?' 우리 반편 만들기

: 학생별로 플랩 형식으로 자신의 얼굴과 생각(마음)을 그리고 게시판에 모아서 '무슨 생각하니?' 우리 반편 만들기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며 상상하기

: 교실 밖 창문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행동이나 표정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추측해보고, 어떤 대화를 하고 있을지 상상해봐.


-생각이란 [   ]다. 를 이미지로 표현해보기

: 생각이 무엇인지에 대한 자기만의 생각을 ‘타임머신, 비행기 등’ 비유로 써보고 그 이유를 적은 후, 이것을 이미지로 나타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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