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어/나카야마 치나츠 글, 사사메야 유키 그림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 스콧 니어링
지난 시간에 우리는 커다란 질문 책과 첫 번째 질문 책을 통해 ‘질문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배웠어. 오늘도 역시 ‘질문’으로 생각에 노크를 해보자. 오늘의 질문은 ‘생각이 살아있다는 건 어떤 걸까?’라는 질문이야. 이 질문을 들으니 너희들의 생각에 어떤 파동이 일어나니?
생각이 살아있다고? 그럼 죽어있는 생각도 있다는 거네. 그럼 죽어있는 생각과 살아있는 생각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생각이 살아있다는 것은 생각에도 생명이 있다는 걸까? 아니면 생각이 힘과 에너지를 지녀서 변화하고 성장한다는 말일까? 아니면 좋은 생각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다르게 표현한 걸까? 죽어있는 생각보다 살아있는 생각이 '좋은 생각'일 것 같은데, 그렇다면 좋은 생각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의 다른 표현인 걸까?‘생각이 살아있다는 건 어떤 걸까?’라는 질문을 받으니 여러 가지 질문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지 않니? 그리고 너희들 자신만의 답을 찾고 싶어 지는 꿈틀거림이 일어나지 않니? 그래.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면 이 질문은 커다란 질문이 맞을 거야.
이렇게 커다란 질문은 하나의 정해진 답을 찾지 않아도 그 질문만으로도 우리의 생각을 깊이, 또는 넓게 움직이게 하지. 가장 중요한 건 정말 알아보고 싶은 궁금함과 호기심을 일으키는 질문이야. 너희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질문! 그림책들을 잘 읽어보렴. 그림책뿐 아니라 글자로 가득한 책들도 자세히 보면 커다란 질문에서 시작된 것을 알 수 있단다. 한 권의 책을 창조하도록 작가의 심장을 뛰게 할 하나의 커다란 질문. 책은 이 커다란 질문에 대한 작가의 탐구의 여정이자 작가가 찾은 가장 진정성 있는 대답이야. 그래서 우리는 책을 통해 작가의 생각 에너지를 전달받게 돼. 작가가 찾은 대답이 우리에게 배움을 줄 수도 있고, 작가가 끝없이 책 한 권을 완성하기까지 겪은 탐구의 시간과 과정을 통해 하나의 질문이 강렬하게 우리에게 남을 수도 있어. 그리고 책 한 권을 덮는 순간 우리는 작가가 던진 '커다란 질문'또는 '작가의 성찰이 담긴 대답'이라는 바통을 이어받아 또다시 생각 릴레이를 시작하게 될지도 몰라.
지난 시간 질문하며 생각하기에서 '커다란 질문'을 찾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생각의 출발점에서 의미 있는 생각 여행을 할 수 있는 생각 발화제, '질문으로 생각하기'라는 생각 시작 방법을 배웠어. 이제부터 우리는 구체적으로 자기만의 의미 있는 대답을 찾기 위한 생각 방법을 배워갈 거야.
오늘 그림책 생각 수업에서 배울 생각 방법은 '느끼면서 생각하기'야. 생각 연필과 첫 번째 질문을 읽으면서 이미 알아차린 친구도 있겠지만 생각은 책상 앞에서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머릿속에서만 일어나는 일도 아니야. 오늘은 '느끼면서 생각하기'라는 방법을 통해 생각(인식)과 느낌의 관계를 알아보려고 해.
오늘 읽어줄 책은 나카야마 치나츠 글, 사사메야 유키 그림의 <살아있어>라는 그림책이야. 이 책이 만들어질 수 있는 힘을 준 커다란 질문은 무엇일까? 그래, 쉽게 찾을 수 있을 거야. 바로 '살아있다는 건 어떤 거지? 란다.
그럼 오늘의 그림책을 먼저 만나볼까.
오늘 볼 책은 <살아있어>라는 그림책은
살아 있어 살아 있어 살아 있어
살아 있다는 건 어떤 거지?
라는 물음으로 시작돼. 그리고 '살아있다는 건 어떤 거지?'라는 물음을 만나가는 소년의 여정이 담겨있지. 책장 한 장 한 장에 소년이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을 해나가는 과정을 보면, 물음에 대한 답을 어떻게 해 나가야 하는지 배울 수 있어. 소년의 물음은 생각에서 시작해 생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몸에서 시작해서 몸으로 끝나. 소년이 만나가는 물음의 여정은 온몸을 꿰뚫고 지나가.
가벼이 읽었다가 순식간에 온몸을 흔들어 놓는 문장들은 작가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져. 어떻게 이런 호흡으로 글을 쓸 수 있었을까. '살아 있어'의 작가 나카야마 치나츠의 소개글을 보면 이 물음에 대한 답이 단번에 해결된단다. 나카야마 치나츠는 여섯 살 때부터 연극을 시작한 뒤로 배우이자 가수, 탤런트, 사회자, 성우로 폭넓게 활동했고 지금은 시민 정치 운동, 사형제도 폐지 운동, 여성 운동 등 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에세이와 소설, 그림책 등 다양한 방면의 글을 쓰고 있는 작가야. 아마도 여기서 가장 주목하게 되는 것은 '연극'을 하는 배우 활동을 했다는 점이야. 배우가 된다는 것은 그 역할이 되어보는 것을 의미해. 그것은 온몸으로 느끼는 과정과 몸으로 표현하는 과정이 중요시되는 일이야. 그림책 '살아있어'에는 이런 과정이 잘 담겨있단다.
'살아있어'는 온몸으로 읽는 책이고 온 몸으로 묻고 대답하는 책이야. 그런데 이것은 물음을 진정으로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음을 만나는 태도를 잘 보여주고 있어. 이 소년처럼 묻고 소년처럼 알아차리는 것, 그것은 물음과 자신이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 되게 해. 물음이 생각 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생히 살아있는 소년의 삶과 연결되게 하는 거야. 이건 커다란 질문 책에서 매 장마다 대답했던 모두의 태도와 같은 것이지. 그 태도를 이 소년이 좀 더 자세히 보여주고 있어. 소년의 표정과 몸짓을 보렴. 소년은 물음을 만나가는 과정 속에 함께 자라고 함께 살아있어.
그러면 이제 물음을 만나는 소년의 태도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물음의 시작은 두 팔다리를 쭈욱 뻗고 너른 대지와 한 몸이 되어 누워있는 소년에게서부터 시작돼. '살아 있네, 살아 있어. 살아있다는 건 어떤 거지?'라는 커다란 질문을 한 소년은 이제 삶 속에서 대답을 듣고 있어. 그래, 소년은 귀 기울여 듣고 있어. 헥헥헥 간신히 걸어가는 이의 숨소리를 헐 떡 헐 떡 더워서 한껏 혀를 내밀고 있는 강아지의 열기를 재잘재잘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를.
살아 있어 살아 있어 살아 있어
살아 있다는 건 어떤 거지?
살아 있어 살아 있어 헤엄치고 있어
아, 살아 있다는 건 헤엄치는 거네
살아 있어 살아 있어 뛰어오르고 있어
아, 살아 있다는 건 뛰어오르는 거네
그리고 소년은 눈을 뜨지. 진지한 눈, 몸을 숙여서 자세히 보는 눈빛, 이제 소년은 보기 시작해. 살아있는 존재의 움직임을 말이야. 헤엄치고 뛰어오르는 물고기들에게서, 하늘을 나는 새의 날갯짓 속에서 먹이를 쫓아가는 표범의 빠른 두 다리에서. 움직임 속에 담긴 ‘살아있음’을 발견해.
그러다 소년은 나무를 만나. 움직이지 않는 나무, 잎사귀가 풍성한 나무, 꽃이 피는 나무, 열매가 맺는 나무, 이 다양한 나무의 모습 속에서 소년은 생각해. 살아있다는 것은 자라는 것이라는 것을.
살아 있어 살아 있어 자라고 있어
살아 있어 살아 있어 자라고 있어
아, 살아 있다는 건 자라는 거네
살아 있어 살아 있어 꽃이 피었어
아, 살아 있다는 건 꽃이 피는 거네
살아 있어 살아 있어 열매가 열렸어
아, 살아 있다는 건 열매가 열리는 거네
그런데 소년은 거기서 물음을 멈추지 않아. 깊게 생각하지. 묻고 묻고 또 물으면서. 물음이 안내하는 길을 향해 한 걸음씩 더 깊이 더 멀리 나아가는 거야. 물음은 때론 시간과 함께 머물고 때론 시간을 품고 싹튼단다. 이제 물음을 만나가는 소년의 자세가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 등장해.
으앙 으앙 시들었어
으앙 꽃이 시들었어
으앙 으앙 으앙 으앙
아, 살아 있다는 건 눈물이 나는 거네
소년은 물음을 묻고 묻고 물으며, 살아있음으로 가득한 생명들을 온몸과 온 마음으로 느꼈어. 그리고 그들과 더불어 함께했지. 그래서 소년이 만난 존재들은 '살아있다는 건 무엇이지?'라는 물음을 해결해 주는 소년과 동떨어진 대상이 아니라 '살아있다는 건 무엇인지'를 보여주며 깊게 연결되어 소년의 일부이자 벗이 되었어. 그래서 소년은 생명의 움직임과 성장, 그리고 죽음을 감정적으로 느낀 거야. 그렇게 감탄하고 또 슬퍼하며 소년은 살아있음을 생생하게 느끼게 돼. 생명을 느낀 거야.
그림책 '살아있어'에서 그려지는 소년의 여정은 경쾌하고 율동감 있는 문장으로 이루어졌지만, 책장을 한 장씩 넘길수록 그 깊이와 넓이가 더해져 마지막에 커다란 무게감으로 쿵쿵 우리의 심장을 두드려. 특히 마지막 두 장면은 생명의 모든 순간과 생명의 관계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단다. 생명의 태어남과 자람, 그리고 죽음, 그리고 그 죽음이 싹 틔우는 또 다른 생명, 그리고 그 생명의 연결과 순환. 그 생명의 원리를 그대로 한 장면에서 느끼게 하는 이 책의 힘은 그다음에 이어지는 마지막 장면에서 아! 하고 탄성을 내뱉게 하는 놀라움을 선사하지.
'살아있어 살아있어 살아있다는 건 어떤 거지?'라는 물음이 이끌어간 여정의 마지막에 도착한 것은 저 멀리 어느 곳, 과거에 대한 생각이나 미래에 대한 생각이나 결심이나, 하나의 결론이 아닌 소년의 바로 지금 이 순간이야.
나무 아래 죽어있는 짐승, 그 나무에 열린 커다란 사과, 그리고 나무에 열린 사과를 먹는 소년들, 깔깔거리다 이마를 부딪쳐서 아야! 하며 통증을 느끼는 소년. 그렇게 다시 지금 현재, 소년의 몸으로 물음은 돌아와. 그러나 처음 시작할 때와는 전혀 다른 깊이와 넓이로 말이야.
그리고 활짝 웃고 있는 소년들의 표정을 보렴.
이제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일까?’하는 질문이
‘살아있다는 건 이런 거구나!’ 하는 느낌표로 가득해져서
소년의 얼굴에, 소년의 온몸에 생생히 살아있어.
아, 살아 있다는 건 웃는 거네
아하하 아하하 아하하
아야, 이마를 부딪쳤어
아, 살아 있다는 건 아픈 거네
살아 있다는 건 이런 거구나!
소년의 온몸으로 질문을 만나가는 모습에서 우리는 ‘느끼면서 생각’한다는 게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어. ‘느끼면서 생각하기’는 우리의 온몸의 감각을 통해, 우리 삶의 경험을 통해 생각하는 방법이야. 질문을 머릿속 놀이로 끝내지 않고, 생생한 감각과 경험으로 ‘살아있는 생각’이 되도록 도와준단다. 그래서 ‘느끼면서 생각하기’는 우리의 삶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는 생각의 방법이야. 아주 강력한 힘이 있는 생각 방법이지. ‘느끼면서 생각하기’를 빠뜨리는 사람의 말은 그 말이 아무리 화려해도 왠지 모르게 거품만 가득하고 힘이 약하게 느껴질 거야. ‘느끼면서 생각하기’를 제대로 해냈을 때 나오는 생각은 ‘네, 아니요. 좀 더 생각해볼게요.’라는 말처럼 단답형의 짧고 단순한 말일지라고 진정성과 힘이 있단다. 첫 시간에 이야기했던 ‘생각의 나침반’ 기억하니? 그중 두 번째 초점 ‘진솔하게 말합니다.’는 ‘느끼면서 생각하기’를 거쳤을 때 가능해진단다.
-살아있다는 건 어떤 걸까?
-생각이 살아있다는 건 어떤 걸까? 마음이 살아있다는 건 어떤 걸까?
-너는 언제 살아있다고 느끼니?
-소년이 물음을 만나가는 태도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이 무엇일까?
-내가 만난 커다란 질문을 일상에서 경험으로 나만의 대답 찾아보기.
-조각상 되어보기
: 살아있다는 것을 가장 잘 표현한 한 가지 동작, 장면을 만들어보자. (모둠별로)
-창작무용 만들기
: 살아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음악, 움직임 등을 찾아서 '살아있다는 것'을 표현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