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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해문방구 Oct 21. 2020

여섯 번째 수업. 낱말로 생각하기

낱말공장나라/아네스 드 레스트라드, 중요한 사실/마가릿 와이즈 브라운

생각을 담는 그릇, 낱말

 안녕? 지난 한 주도 ‘침묵으로 생각하기’와 함께 자기만의 마음의 계단 속을 거닐어 보았니? 천천히 귀기울여듣고 정리하는 시간을 통해 저마다의 크고 작은 아하!모먼트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지만 침묵게임이 너무너무 재미있어도 주의사항은 잊지 않도록 해. 잘못하면 ‘벽’이 되어 버릴 수 있으니까 부드럽게 빠져나올 수 있어야 해.

 자, 이제 침묵으로 생각하기 과정을 지나고 나니 누군가는 정말 하고싶은 말을 하고싶은 방법으로 하게 되어 ‘명료하게 말하기가 좀 더 수월해졌을지도 몰라. 그런데 또 누군가는 갑자기 전에는 쉽게 쏟아내던 말들을 하기 어려워졌을지도 몰라. 말을 쉽게 뱉기보다 정리정돈 하여 천천히 소중하게 표현하고 싶어진거지. 아무렇게나 원하지도 않고 분명하지도 않은 생각, 진심이 아닌 생각을 뱉어내기보다 진짜 내 생각을 잘 전달하고 싶은 마음, 선물을 준비하듯 정성되게 담아서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거야. 예전엔 여러 사람이 함께 있는 상황에서 말을 하는 걸 당연히 여겨왔는데 그게 당연한 일이 아니란 걸 알게 된거지. 이제 침묵과 말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말야. 

 좀더 내가 원하는 시간과 속도를 알아차리면서 천천히 말할 수 있다는 것. 이걸 발견 하고나서 처음 침묵과 말 사이를 선택하는 연습을 할 때는 시행착오를 많이 하게 돼. 얼마만큼의 침묵의 시간이 적당한지 알아가는 건 한번에 되는 게 아니니까. 그래서 이 새로운 변화의 과도기에는 말을 하는게 어려울 수 있어. 자신의 깊은 곳에 있는 진실한 생각을 담아내고 싶은데 지금 당장 가진 말이 너무나 한계가 있고 부족하다고 느껴지는거야. 그런데 이런 어려움은 생각에 깊이가 생겨났기 때문에 일어나는 거야. 생각이 커져서 그 커다란 생각을 담을 그릇인 ‘말’을 찾고 있는데, 예전에 쓰던 그릇들이 이제는 더이상 어울리지 않는거야. 


‘아름다운 것들은 그에 걸맞은 아름다운 이름이 필요해요.
거창한 생각은 거창한 단어로 표현해야 하듯 말이죠.
-빨강머리 앤-


 그러니까 지금 말을 꺼내기 전에 느끼는 막막하기도 하고 조심스럽기도 한 느낌들을 나쁘게 생가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건 말을 고르는 섬세함과 함께 생각이 성숙해졌다는 신호니까. 그래서 모두 소중한 느낌이야. 그러니 이 과정을 함께 넘어가보자. 오늘 배울 생각방법을 통해서 말이야. 바로 ‘낱말로 생각하기’ 지.  

 ‘낱말로 생각하기’는 문장과 말로 잘 정리정돈해서 풀어내는 어렵지만 침묵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이제 생각을 표현하고 싶을 때 또는 내가 가지고 있는 언어들의 크기과 깊이를 좀더 키우고 싶을 때 필요한 생각방법이야. 지금 할 수 있는 말이 너의 생각과 느낌을 담기에는 너무 작은 그릇이라고 생각된다면, 어떻게 하면 말이라는 그릇을 키울 수 있을지 <낱말공장나라>의 필레아스에게서 배워보자. 

 우리는 낱말공장나라에 등장하는 주인공 필레아스를 통해서 말의 그릇을 키우는 2가지 방법을 배울 거야. 첫번째는 아름다운 단어들을 수집하여 새로운 말의 그릇을 만드는 방법, 두번째로는 원래 가지고 있던 단어들 중 사소한 단어들마저도 ‘큰그릇’으로 생명력을 불어넣는 방법을 배울거야. 궁금하지 않니? 자 그럼 오늘 만날 책을 본격적으로 경험해볼까? <낱말공장나라> 제목만으로도 너무나 재미있지? 


사람들이 거의 말을 하지 않는 나라가 있었어요. 
그곳은 바로 거대한 낱말 공장 나라였어요.


 이 2개의 문장만 봐도 여러가지 상상이 꿈틀거리지 않니? <낱말공장나라>는 현실에서 할 수 없는 상상이 담긴 이야기를 통해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돌아보게 하는 그림책이야. 만약에~라는 가정을 통해 우리는 지금 처한 현실을 완전히 다르게 생각해볼 수 있어. 


만약에 무인도에 간다면 무엇을 꼭 가지고 가고 싶니?

만약에 내일 죽게 된다면 아쉬운 것이 무엇이니?

만약에 다시 태어난다면 어떻게 살고 싶니?

만약에 1억 복권이 당첨되었다면 그 돈으로 무엇을 하고 싶니?


이 만약에~ 라는 가정은 그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행동을 할지를 생각해봄으로써 자신에게 가장 중요하고 가치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꼽아볼 수 있게 하지. 자. 그렇다면  여기 <낱말 공장나라>라는 이상한 나라에서는 어떤 ‘만약에~’가 일어나고 있을까. 


만약에 낱말을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나라에 산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만약에 낱말공장나라에서 딱 3개의 낱말만을 살 수 있다면 어떤 낱말을 살래?

만약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달하고 싶은데 ‘사랑해’라는 낱말이 없다면 어떻게 표현할래?


이 이상한 나라에서는 돈을 주고 낱말을 사서 낱말을 삼켜야만 말을 할 수 있었어요. 낱말들 중에는 특히 비싼 것들도 있었어요. 큰 부자가 아니고서는 이 낱말들을 자주 말할 수 없었지요. 거대한 낱말 공장 나라에서 말을 하기 위해서는 돈이 많이 필요했어요. 

 낱말을 돈으로 사야만 사용할 수 있다는 설정은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함으로써 그 소중함과 가치를 일깨운단다. 너희들이 당연히 누리고 있기에 그 가치에 대해 잊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봐. 때로는 잃고나서야 비로소 그 이전에 있었던 순간에 대한 감사함을 깨달을 때가 있어. 그러나 실제 잃는 아픈 경험을 하고 나서 깨닫게 되는 건 너무 슬픈 일이지. 그래서 우리는 ‘만약에~ 라는’ 가정을 통해서 대리 경험을 해보는거야.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놓치지 않고 발견해보기 위해서. 

 느끼면서 생각하기가 직접경험이라면, 직접경험으로 모든 것을 느끼기 어려울 때 필요한 것이 간접경험이야. 책을 통해서 우리는 만약에~라는 가정의 대리경험, 간접경험을 할 수 있지. 여기서 그림책을 잘 읽는 방법 한가지를 더 소개할게. 그림책을 경험하는 거야. 잘 읽는 다는 것은 잘 느끼는 것이고, 잘 경험하는 거야. 나와 동떨어진 이야기로 읽는 것이 아니라,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하며 간접경험으로 그림책을 느껴보는거야. 우리는 오늘 필레아스라는 주인공의 경험을 통해 간접경험을 해볼거야. 그 경험을 나의 경험으로 가져오는 것은 필레아스에게 일어난 일을 보고 ‘만약에 내가 필레아스라면~’이라는 가정에 자기만의 대답을 해보는거야. 자, 그럼 이제 필레아스가 겪는 경험과의 연결을 통해 ‘낱말로 생각하기’를 배워보자.


우리 머릿 속에는 단어보물상자가 있다. 

 낱말공장나라에 아름다운 태도를 가진 소년 필레아스가 등장해. 가난한 필레아스는 돈으로 낱말을 마음대로 살 수 없어. 그렇다고 낙담하거나 가진 것이 없다고 포기하지 않아. 필레아스에게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거든. 돈이 많아 원하는 낱말은 무엇이든 살수 있다면 필요조차 느끼지 못할 물건, 바로 ‘낱말 곤충망’이야. 그런데 이것이야말로 낱말을 아름답게 만드는 도구란다.


가끔씩 바람을 타고 낱말들이 떠다니기도 해요.
그럴 때면 아이들은 서둘러 곤충망을 들고 와 날아다니는 낱말들을 잡지요. 
그리고 그 날 저녁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았을 때 
부모님 앞에서 자랑스럽게 그 낱말을 말한답니다. 

 낱말 곤충망은 동화 속에만 존재하는게 아니라 우리도 가지고 있단다. 우리가 가진 낱말 곤충망이 뭐냐고? 그건 책을 읽다가, 수업을 듣다가, 친구와 대화를 나누다가, 혼자 생각하다가 왠지 모르게 끌리고 소중하고 특별하게 느껴지는 낱말들을 알아볼 수 있는 감각을 말해. 경험들 속에 날아다니는 낱말들 중에 너에게 딱 맞는 말을 잡을 수 있는 언어채집망, 그게 바로 낱말 곤충망이야.

 그림책의 낱말공장나라에서는 낱말이 돈과 같은 가치를 갖기 때문에 낱말을 보석처럼 귀하게 여기고 있어. 그런데 가난한 아이들은 원하는 낱말을 마음대로 살 수 없지. 그래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직접 채집하기도 하기도 하는거야. 그리고 각자 자신의 낱말 곤충망으로 직접 잡아온 낱말을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았을 때, ‘자랑스럽게’ 말한단다. 

 이 장면은 참 인상적이고도 아름다운 장면이야. 돈으로 산 것이 아니라 직접 발견한 낱말을 이야기 하는 장면. 이 장면을 좀 더 상상해보자. 만약에 낱말공장이 아닌 우리의 현실에서 이렇게 온 가족이 둘러앉은 자리에서 ‘자랑스럽게’ 낱말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어떤 모습일까?어떤 낱말이든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현실 속에서 ‘자랑스럽게 낱말을 말하는 상황’은 단순히 낱말을 말하는게 아니라 그 낱말에 대한 자신의 경험이나 깨달음을 나누는 걸거야.  

 예를 들어 ‘책임감’이라는 낱말을 자랑스럽게 말하고 있다고 한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어느날 한 아이가 가족들이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자신의 경험을 통해 ‘책임감’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 이야기를 나누게 돼. 그 아이는 처음에 ‘책임’이 단순히 해야만 하는 의무로 부담스럽게 생각해왔지. 그런데도 그 아이는 ‘책임’에 대한 부담감을 해소하고 더 건강한 ‘책임’감을 경험하고 싶어했어. 그래서 ‘책임’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일까?어떻게 ‘책임감’을 다루어야 할까?라는 커다란 질문을 마음에 품게 되는 거야. 

 그리고 학교, 친구와의 관계, 책을 읽을 때, 때로는 여러 가지 감정이 찾아올 때 이 ‘책임감’이라는 단어에 초점을 두고 모든 경험을 소화해보려고 하게 되지. 그러던 어느 날 동아리 장을 맡게 되면서 건강한 책임감으로 역할을 하고 싶다는 초점을 갖게 되거야. 그러다 보니 제일 처음에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일어나는 동아리원들 간의 갈등이나 문제 상황을 리더로서 해결의 주체가 되어야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게 돼. 그러다보니 혼자서 끙끙 앓기도 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자신이 잘못한 것처럼 자기 비난이 일어나기도 해.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것은 건강한 책임감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야. 오히려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수용하는 것과,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해결하는 방법을 같이 찾고 할 수 있는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더 건강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거지. 그래서 건강한 책임감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분별하는 지혜로움과 문제 상황은 언제나 있을 수 있다고 수용하는 마음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라는 걸 배우게 된 거지. 

 이렇게 자신의 삶을 통해 발견한 ‘책임감’의 의미를 가족들에게 나누는 거야. 그랬을 때 가족들은 또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같은 단어에 대해서 자신의 경험과 알아차림을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 부모님은 경제적 책임감과 돌봄과 보호에 대한 책임감의 무게와 가치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어. 형제, 자매와 함께 청소년의 책임감이나 자신의 감정의 책임감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도 있을거야. 이렇게 책임감에 대해 각자가 채집한 의미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눈다면 그 식탁이 얼마나 풍요로워질까. ‘낱말로 생각하기’가 꽃피워진 생각 나눔의 식탁이 될 거야. 귀 기울여 듣고, 진솔하게 말하며, 깊이 그리고 함께 생각을 나누는 장면이 되겠지. 

 자, 우리의 필레아스에게도 이런 ‘언어채집망’이 있어. 돈으로 살 수 없는 낱말들을 잡을 수 있는 그 자신만의 생각도구, 그리고 필레아스에게는 언어채집망으로 잡은 보물 같은 낱말들을 소중히 모아두는 ‘단어보물상자’가 있단다.

필레아스는 곤충망으로 낱말 세개를 잡았어요. 소중한 누군가를 위해 아껴 두려는 것이지요. 

 단어보물상자를 결정하는 것은 ‘아껴두는 마음’이 있을 때 가능해. 모두에게 단어보물상자가 있지는 않아. 그리고 모두가 단어보물상자를 열어보고 소중히 관리하지도 않지. 단어보물상자를 소중히 아끼는 사람들이 누구인가 한번 살펴봐. ‘낱말’에는 힘이 있어. 우리의 생각과 마음의 관심의 방향, ‘초점’을 잡아주는 힘이 있지. ‘낱말’을 ‘보물’처럼 아끼는 마음은 낱말공장나라가 실제로 낱말을 돈을 주고 사야하는 값을 가진 것이기에 가능할 수도 있지만, 이건 낱말공장나라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란다. 

 이렇게 우리는 필레아스를 통해 아름다운 단어들을 수집하는 방법, 자신만이 생각을 담을 수 있는 말의 그릇을 새롭게 만드는 방법을 알아봤어. 언어채집망과 단어보물상자를 만들 것! 직접 끌리는 낱말, 기억하고 싶고 이해하고 싶은 낱말을 채집할 것, 그리고 채집한 낱말들을 소중히 아끼며 관리할 것!


 자, 이제 두번째는 이미 가지고 있는 낱말을 어떻게 새롭게 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려고 해. 


‘내가 가진 낱말들은 너무 초라해.’ 하지만 그는 용기를 냈어요. 
가슴 속에 품고 있는 큰 사랑을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리고 곤충망으로 잡은 세 낱말들을 천천히 말했어요. 
낱말들은 반짝이는 보석처럼 시벨을 향해 날아갔어요. 
체리, 먼지, 의자,

 우리는 필레아스에게서 초라해 보이는 낱말이 가장 아름다운 낱말로 변화하는 순간을 볼 수 있어. 필레아스에게도 자신이 가진 낱말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어. 자신의 마음을 담기에 작아서 말이야. 하지만 필레아스는 자신의 생각과 느낌에 집중했어. 시벨을 향한 가슴 속에 품은 큰 사랑을 말이야. 그 생각과 느낌과 연결된 상태에서 표현한 낱말들은 ‘반짝이는 보석’처럼 날아가. 낱말의 가치는 그 말을 하는 사람의 눈빛과 표정, 분위기, 속도 온 몸을 통해 전달되는 에너지와 함께 결정돼. 그러니 마음을 담아, 사랑을 담아 한 ‘말’은 아주 커다란 힘을 지니게 되는거야. 

 갓난아기가 ‘엄마’라는 말을 처음 하기 시작하는 때를 생각해보면 이점을 잘 알 수 있어. 아이는 ‘엄마’라는 낱말밖에 할 수 있는 말이 없지만 아이의 엄마는 아이가 ‘엄마’라는 말을 할 때의 표정과 몸짓만으로도 그 아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어. 아이의 말을 이해하려는 엄마의 사랑의 능력도 놀랍지만, ‘엄마’라는 표현에 모든 것을 담는 아이의 표현능력이야말로 놀라운거야. 그러니 낱말의 개수나 세련됨 보다 중요한 것은 그 낱말에 담는 생각과 느낌, 마음의 크기란다.  

만약 한가지 말만 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하고 싶니. 나에게 가장 소중한 말은 무엇일까?필레아스에게는 중요한 순간을 위해 소중하게 간직한 낱말이 있어.

필레아스는 그 낱말을 아주 좋아했어요. 
중요한 순간을 위해 소중하게 간직했어요. 드디서 그 순간이 온거예요. 
“한번더”

 ‘한번더!’, 여기서 우리는 필레아스의 낱말에 대한 감각과 태도를 배울 수 있어. 하나는 자신이 가진 낱말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고 그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눈이 있다는 거야. 필레아스에게는 ‘아주 좋아하는 말’이 있어. 누군가에게는 ‘한번더’가 특별한 낱말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필레아스는 ‘한번더’의 가치를 알아. 행복하고 기쁘고 즐겁고, 필레아스를 살아있게 만드는 경험을 ‘한번 더!’ 느끼고 싶은 마음, 그래서 ‘한번 더’ 보고 싶고, ‘한번 더’ 사랑을 표현하고 싶고, ‘한번더’ 용기를 내고 싶고 마음, ‘한번더’는 필레아스의 사랑이자 꿈, 희망이 담긴 낱말야. 이렇게 필레아스 만의 의미를 담을 때 ‘한번더’는 필레아스만의 언어가 돼. 언제 쓰고 싶은지, 어떻게 써야 되는지를 아는 필레아스의 말, ‘좋아하고 아끼며, 소중하게 간직하는 언어’, 즉 자신의 언어가 생긴거야. 자신의 언어는 자신의 가치와 취향을 잘 담아 준단다. 그래서 자신에게 꼭 맞는 옷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럽지.

때로는 초라해보이는 낱말을 반짝이는 보석처럼 만드는 방법, 필레아스에게서 배울 ‘낱말로 생각하기’ 두 번째 태도는 소중한 낱말을 ‘천천히’말하는 거야. 천천히 말한다는 것은 정말 전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왜 그 말을 하는지 말을 하고자 하는 의도를 스스로 명료히 하는 시간을 갖고 말하는 과정이야. 그 기다림의 시간을 거쳐나오는 말이기에 힘이 있어. 그리고 ‘천천히’ 말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낱말에 담지. 투명한 낱말이라는 유리잔에 단어의 의미라는 아름다운 색의 차가 담기는거야. 


단어 하나, 낱말 하나에 담긴 중요한 사실

이제 필레아스처럼 ‘낱말보물상자’를 준비했다면, 본격적으로 ‘낱말’을 어떻게 채집할지, 배울 수 있는 책 <중요한 사실>을 보자. 언어채집망에 그물처럼 낱말에 필터가 되어 중요한 의미들을 걸러줄 수 있는 커다란 질문이 있어. 그림책 <중요한 사실>을 통해 이 질문을 만나보자. 



그 낱말에 담긴 중요한 사실은 무엇일까? 

그 낱말에 담긴 중요한 사실은 무엇일까? 이 질문은 각 낱말의 본질을 깨닫게 해. 그림책 <중요한 사실>은 '숟가락'이라는 낱말 하나에서부터 시작해서 '비, 풀, 눈 등' 이어지는 일상적인 단어들에 대해 일관적으로 '본질'을 묻고 발견하게 해. 



하늘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 하늘이 언제나 거기 있다는 거야.
하늘이 파랗고, 아득히 높고,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 있고,
공기로 되어 있다는 건 틀림없어.
하지만 하늘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
하늘이 언제나 거기 있다는 거야.


 우리 주변에서 늘 접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스쳐 지나갔던 물건과 자연에 대해서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의 글은 낱말 하나하나에 주목하여 물음을 건네고 있어. '하늘은 무엇일까? 하늘은 어떤 색깔이야? 하늘은 어떤 느낌이야? 하늘은 어디에 있어? 하늘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하늘은 너에게 어떤 의미니? 그렇다면 하늘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 무엇일까?' 화가 최재은의 초현실적이면서도 친근한 그림은 낱말 하나에 대한 자신만의 다양한 생각과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데 다정한 지원군이 되어준단다.

 '숟가락, 데이지, 비, 풀, 눈, 사과, 바람, 하늘, 신발'까지 중요한 사실들을 읽어나가다 보면 특유의 시적인 운율감이 입에 맺혀 계속해서 이어 말하고 싶어져. 그 즐거움은 자연스레 일상에 스며들어 주변에 있는 물건들, 자연의 모습, 사람들을 볼 때에도 '~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이라는 방식으로 보이는 현상 안에 담겨있는 보이지 않지만 중요하고 참된 의미를 생각해보게 해. 


너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

너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 너는 바로 너라는 거야.
예전에 너는 아기였고, 무럭무럭 자라서 지금은 어린이고, 
앞으로 더 자라서 어른이 된다는 건 틀림없어. 
하지만 너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 너는 바로 너라는 거야.

 이 책을 읽으면서 발견한 '중요한 사실'들에 대한 생각을 둘이서 또는 가족들과 다 함께 이야기해봐. 그러면 '낱말' 하나에 대해 서로가 같게 또는 다르게 생각하고 느끼는 점들을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그 대화들의 끝에는 아마도 이런 물음이 찾아올거야. '그 낱말의 중요한 사실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고 결정하는 건 누구일까?' 

 너희들이 수집한 낱말들이 때론 서로 전혀 연관성이 없어보이기도 하고 왜 모여있는지 모르겠을 때도 있어. 하지만 이 그물망을 손에 쥐고 있는 낱말의 주인은 바로 너야. 연관성이 전혀 없어보이는 낱말들이 모여있더라도 이 모든 낱말을 모으고 하나로 묶는 고리는 바로 자기 자신이야. 그래서 <중요한 사실>책은 숟가락에 관한 중요한 사실을 탐구하며 출발하여 '나에 관한 중요한 사실이 무엇인지'를 물으며 끝이나. 그림책의 종착점에는 특별한 선물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단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그림책에서 직접 확인해 보기를.


<자유로운 대화>

- 나에게 가장 소중한 말은 무엇일까?

만약에 낱말 공장나라에 사는 데 단 3개의 낱말만을 살 수 있다면 어떤 낱말을 살래?

낱말의 그릇의 크기를 키우는 방법은 무엇일까? 

- 청소년에 관한 가장 중요한 사실은 무엇일까?

- 생각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 무엇일까?

- 같은 낱말에 대해서 중요한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서로 다를 수 있을까? 

- 무엇이 중요한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 네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의 공통점은?

- 너에 대한 가장 중요한 사실은 무엇일까?   


<흥미로운 활동>

-단어보물상자 만들기

: 왠지 끌리는 낱말, 배우고 싶은 낱말 등 아름답고 가치있다고 생각되는 낱말들을 낱말카드에 적어 넣는다. 


- 개념어 사전 만들기/스무고개

: 내가 관심 있는 단어들에 대한 중요한 사실들을 적어서 나만의 개념어 사전을 만들어 본다. 각자의 개념어 사전들에 담긴 낱말들을 가지고 스무고개 놀이를 해본다.


- 보물상자 놀이

: 동그랗게 둘러앉은 한가운데 보물상자 하나를 놓는다. 아이들은 보물 상자 바닥에 거울이 있는 것을 모른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이 보물 상자 안에 정말 소중한 보물이 있다고 말해서 아이들의 궁금증을 일으킨다. 그리고 모든 아이들이 차례대로 한 번씩 상자 안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단, 모두에게 차례가 돌아갈 때까지 보물 상자 안에 어떤 보물이 들었는지는 혼자만 알고 있어야 한다. 상자를 넘겨받은 아이는 상자 뚜껑을 열고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본다. 모든 아이들이 보물 상자 안을 한 번씩 본 후에 '너는 어째서 보물일까?', '네가 거울 속에서 본 것만 너일까?', '무엇이 너를 가치 있는 사람으로 만들까?'라는 질문으로 이어간다.

(그림책이 있는 철학교실에서 제안되는 한 가지 방법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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