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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해문방구 Oct 21. 2020

다섯 번째 수업. 침묵하며 생각하기

시간을 가져요/모로 지에, 침묵 게임에 초대합니다/실비아 베키니

 지난 한주는 잘 보냈니? 느끼면서 생각해보면서 살아있는 생각들을 만나봤니? 그렇게 만난 생각들은 어떤 것이 있었니? 어떤 생각이 살아있고 힘이 있는 생각인지 구별하고 선택할 수 있겠니? 너희들 안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들을 만나고, 그 질문들을 머릿속에나 책 속에서만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경험 속에서 경험하고 실험해보면 놀라운 통찰이 일어난단다. 머리에 있던 생각이 몸으로 경험이 되고 삶으로 적용할 수 있는 ‘지혜’로 변화하는 생각의 변이과정, 이것이 바로 ‘아하!’ 모먼트야. 이렇게 아하! 현상은 ‘묻고 묻고 묻는’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서 일어나. 머릿속에서 묻는 과정이 아니라 온몸으로 묻고 경험(실험)하는 과정을 통해 몸 안에서 소화되고 에너지로 변해서 온몸으로 퍼지지! 생각이 에너지가 되고 힘이 되고 영양소로 변하는 거야. 


모든 리듬 있는 것들에는 침묵의 시간이 필요하다. 

 ‘느끼면서 생각하기’는 경험, 느낌, 통찰이 함께하는 생각 방법이기 때문에 역동적이고 동적인 생각 방법이라고 할 수 있어. 그런데 오늘은 이와 정반대의 생각 방법을 소개하려고 해. 아주 고요하고 정적인 생각 방법이지. 바로 침묵하며 생각하기야.

 ‘느끼면서 생각하기’를 한 번이라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이 방법을 언제든 다시 꺼내 쓸 거야. 가장 다양하고 풍요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생각 방법이니까. 그렇지만 느끼면서 생각하기는 사실 쉬운 일이 아니야. 몸을 움직여 직접 경험해야 하고, 때로는 불편하고 두렵고 혼란스러운 감정들도 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느껴야 하거든. 머릿속 생각이나 논리로 합리화하거나 변명하면서 진실한 경험을 왜곡하지 않고 말이야. 그런데 누구나 그럴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상태인 건 아니야. ‘느낄 준비’가 아직 덜 되었을 수도 있어.

 또는 하나의 경험을 ‘느끼며 생각하고’ 나서 또 다른 경험을 ‘느끼며 생각하기’로 넘어가기 전에 이 과정과 과정 사이의 여백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지. 단어와 단어 사이에 띄어쓰기가 있고, 문단과 문단 사이에 띄어쓰기가 있듯이 매듭을 짓고 다음 과정으로 발을 내딛기 전까지 일단 멈추어 있는 시간이 필요해. 신호등에 빨-노-초, 정지-준비-움직임이 있듯이 모든 리듬이 있는 것들에는 ‘쉼’과 ‘여지’, ‘멈춤’의 시간이 필요하단다. 그리고 그 멈춤의 시간은 사람마다 필요한 시간이 달라. 그 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 하는 쓸모없는 시간이나 잉여의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 그 시간들은 바로 ‘침묵하며 생각하기’의 시간이거든. 

 자, 그러면 이제  ‘침묵하며 생각하기’가 어떤 생각 방법인지 오늘은 두 권의 그림책을 통해 알아볼까. 오늘 소개할 책은 <시간을 가져요>와 <침묵 게임에 초대합니다.>야. <시간을 가져요> 책을 보면서 왜 ‘침묵하며 생각하기’ 시간이 필요한지 알아보고, <침묵 게임에 초대합니다.>를 통해서 이 시간을 좀 더 의미 있게 보내는 다양한 방법과 주의사항들을 알아보도록 하자. 


여백, 여지, 무위의 시간

 침묵의 시간은 단순히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침묵하면서 일어나는 다른 경험을 하는 거야. 음악을 들을 때 플레이 버튼과 함께 있어야 하는 것은 ‘멈춤’ 버튼이야. 생각의 핸들을 어디로 돌려야 할지 알기 위해서 멈추어 내 생각이 어느 지점에서 헤매고 있는지 살펴보고 어디로 가고 싶은지 생각의 나침반을 확인해 봐야 해. 

 혹시 그런 날이 있니? 이 작은 그림동화책에 소녀처럼 '모든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물구나무 선 것처럼 머리가 빙빙 돌 때...' 말이야. 아프고 두려워서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경험이 일어나서 누군가에게 말하기도 어렵고 있는 그대로 느끼기도 어려울 때, 혼자서 감당이 안 되는 생각과 느낌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몰라 혼란이 휩싸일 때, 만약에라도 있을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기도 힘들어 상처를 꽁꽁 묶어버리고 가능한 멀리 도망가고 싶을 때....... 너희들 마음속 멈춤 버튼을 눌러야 하는 순간이 있어. 그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란다. 


서두르지 않고 머무르는 시간, 

앞으로 나아가기 전에 가만히 멈춰있는 시간, 

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 

아주 깊이 움츠려보는 시간, 

맑게 정화하는 시간,


우리의 마음에 겨울이 찾아올 때, 마음이 시리고 얼었을 때, 겨울나무처럼 앙상히 마음이 말라갈 때, 이 작은 책의 아주 작은 소녀처럼 보드랍고 도톰한 목도리를 두르듯 그렇게, 시간의 온기로 마음을 녹이는 온기로 가득한 시간이 필요한 거야. 


‘천천히’ ‘충분히’

 ‘느끼면서 생각하기’가 어려울 때, 내 생각과 느낌으로부터 도망가고 있을 때에도 실은 깊은 마음속에서는 상처를 묶어둔 붕대를 풀어내고, 있는 그대로 느끼고 슬퍼하는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 작은 목소리가 있어. ‘진솔하게 말합니다.’라는 생각의 나침반 세 번째 초점이 기억나니? 우리의 마음속에는 그게 아주 작은 목소리라고 하더라도 ‘진솔하게 말하고 싶은’ 욕구가 있단다. 지금 마음속 상처를 안 보이게 꽁꽁 붕대를 묶어 감추었어도, 이 붕대를 풀어내고, 제대로 상처를 보고 치료하고 싶다는 마음. 있는 그대로 느끼고 슬퍼하는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 작은 목소리가 있어. 그게 자기 자신을 돌보는 거니까. 그런데 이 작은 목소리까지 다가갈 때는 ‘천천히’라는 ‘서두르지 않고’라는 속도를 지켜야만 해. 그렇지 않으면 더 멀리 도망가버릴 테니까. 

<시간을 가져요>에 지혜로운 소녀는 자신의 상처 받은 마음에 자신만의 리듬으로 서두르지 않고 다가가. 이렇게 다가가는 길에서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온기로 가득한 시간'을 보내는 거야.


나는 친구들을 만나는 시간을 갖고,
삶을 배우기 위한 시간을 갖고
또한 엄마가 껴안아줄 때,
눈을 감고 그 따스함을 느끼는 시간을 가져요.
그리고...... 그러고 나면
그리고 찬바람이 나의 볼을 따갑게 스쳐갈 때
그것을 그대로 느끼는 것처럼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을 그대로 느껴요.

'그리고'라는 접속사가 찾아올 때까지 ‘천천히, 그리고 충분히’ 시간을 가지는 거야. 엄마가 해주시는 따뜻한 밥을 먹거나, 보드라운 이불에 누워 늦잠을 자거나, 따뜻한 햇살이 가득한 날 산책을 하거나, 따끈따끈한 방바닥에 앉아 상큼한 귤을 까먹거나, 귀여운 아기의 미소를 보거나. 힘들게 하는 것들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이 올 때까지 온기로 가득한 시간을 보내봐. 서두르지 않고 '그리고'의 시간을 마주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가지는 거야. 이 작고 지혜로운 소녀처럼. 

온기가 가슴을 채워 찬바람을 볼을 스치듯 따가운 온도를 그대로 느끼게 되면, 그런 날이 오면, 그 뒤에는 '그러고 나면'의 시간이 선물처럼 기다리고 있을 거야. 싱그러운 새싹이 트듯, 생명력이 싹을 틔우는 시간, 하고 싶은 일들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러워지고, 그 마음에 붙어있던 판단과 움츠림 들도 녹아내려 한결 가뿐해져서 작은 소녀처럼 '나를 기분 좋게 하는 것들을 하기 위한 시간'들을 가지게 될 거야.


시간이 준 선물, 선택의 힘

 충분한 온기의 시간은 우리에게 불편한 상황과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느끼게 하는 용기를 준단다. 그 용기로 따가울 정도의 냉기의 시간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게 되면 우리에겐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생겨. 그 힘은 우리 마음속 시간에 여백, 작은 틈새를 마련해 주지. 이 작은 시간의 틈새에서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자라는 거야.  

 바깥에서 일어나는 불편한 상황들에 자기도 모르게 끌려가듯 자동 반응하지 않고, 멈추어서 자신이 삶의 주인공이 되어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는 힘, 그리고 또다시 아프고 힘들어도 남의 탓과 주변의 상황 탓으로만 돌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 힘. 힘은 시간의 선물이자, 시간의 열매란다.

나는 선택을 하기 전에 시간을 가져요.
누군가에게 비밀을 말하기 전에도,
무언가를 말하기 전에도.
나는 나의 잘못을 고치기 위해 시간을 가져요.
그리고 나의 잘못을 생각하며 그것을 슬퍼하는 시간을 가져요.


힘 있는 생각은 의식적이고 주체적이야. 시간을 가지는 것은 이런 주체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일이고 이것이 곧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야.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는 것은 이기적인 일도, 사치스러운 일도 아니야. 그것은 '사랑'이지. 자신을 사랑하기 위한 시간. 

나는 사랑하기 위해 시간을 가져요.


침묵 게임을 할 준비가 되었나요?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고, 온기의 시간을 ‘천천히, 충분히’ 거치고 나서, 이제 ‘있는 그대로 느끼고 생각할’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 ‘그리고’의 시간이 준비된 거야. ‘그리고’의 시간은 문제와 정면으로 마주 보는 직면의 시간이고 내가 선택해서 마련한 의식적인 침묵의 시간이야.

 다음으로 만나볼 책 <침묵 게임에 초대할게>의 첫 문장은 ‘그리고’의 시간을 위한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질문’으로 시작해. 이것을 자신의 상태의 점검표로 삼아보렴. 

침묵 게임을 할 준비가 되었나요?

 자, 침묵 게임을 할 준비가 되었니? 진실을 마주할 준비, 너의 문제가 무엇이든 정면으로 마주 볼 준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생각할 준비가 되었니? 여기까지 오느라 애썼어. 그렇다면 이번엔 진짜 <침묵 게임에 초대>할게. 이 제목에서 눈에 띄는 접근방식은 ‘침묵의 시간’이 아니라 ‘침묵 게임’이라고 했다는 거야. ‘게임’이라고 하면 갖추어야 할 두 가지 요소가 있어. ‘이 게임을 하겠다!’라는 참여의 의사를 의식적으로 선택해서 결정해야 하고 두 번째는 이 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제대로 느끼려면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  그래서 ‘침묵으로 생각하기’는 그냥 어쩔 수 없어서 말문을 닫는 상태를 말하는 게 아니야. 의도적인 생각 방법으로 쓸 때 가장 효과가 있지! 그렇다면 어떤 의도가 있는 시간인 걸까. 아무렇게나 나오는 대로 말할 수도 있고, 그렇게 정리되지 않은 채로 말을 하면서 새로운 발견과 정리가 일어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침묵하여 생각하기’를 선택하는 이유 말이야. 때로는 말해버리고 싶고 빨리 해결에 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도 이것마저도 보듬어 안으면서 기다려야만 하는 이유, ‘침묵하며 천천히 생각해야 하는 이유’ 말이야.


침묵 게임의 목적은 마음속 계단을 걸어 내려가면서
내 마음에 무엇이 있는지 찬찬히 들여다보는 거예요. 
때로는 계단이 하늘로 나 있어 위로 올라갈 수도 있어요. 


생각을 소화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무엇이든 왜? 가 가장 중요하지. ‘왜’라는 질문은 생각이라는 우주선이 발사해서 탐구하게 하는 생각 발화 제이자 동력이니까. 이 ‘질문’이라는 동력이 얼마나 강한 에너지를 지녔느냐에 따라 얼마나 멀리 깊이 갈 수 있을지가 결정되겠지. 그러니 침묵 게임(침묵하며 생각하기)을 하는 목적, 이유를 먼저 생각해보자. 

 생각의 나침반 첫 번째 초점이 기억나니?

‘깊이 생각하고 함께 생각하기’

 침묵 게임의 목적은 마음속 계단을 걸어 내려가면서 마음속 깊은 곳에 무엇이 있는지 ‘천천히’ 들여다보는 과정이라는 비유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 ‘침묵하며 생각하기’는 ‘깊이’를 위한 생각 방법이야. 깊은 곳으로 걸어내려 가면서 ‘더 잘 이해’ 하기 위한 시간이지. 생각을 깊이 ‘이해’ 하기 위해 생각을 정리 정돈하고 ‘소화’하는 시간을 갖는 거야. 침묵하면서 마음속에서 충돌하는 여러 가지 생각들의 관계를 알아보고, 무엇이 진짜 원하는 생각인지, 의미 있는 생각인지를 찾아, 필요 없는 생각들을 걸러내기도 하고, 생각과 생각이 어떻게 이어졌는지 그 관계성을 파악하게 될 수도 있어. 때론 별개이거나 엉망진창이었던 것 같이 보였던 생각들이 정리정돈되면서 있어야 할 위치에 놓게 돼. 전에 하지 못했던 놀라운 연결을 이루어 내기도 할 거야. 이 과정을 통해 생각을 명료하게 이해하게 되는 거야. 이렇게 침묵하며 생각하기는 생각의 소화 과정이야. 

 생각이 제대로 소화되었다는 신호가 있다는 거 아니? 바로 ‘아하!’하는 감탄사야. 부분으로 존재했던 생각이 연결되고 통합되어 하나의 전체를 이루었을 때, 그 ‘명료한 이해’와 함께 ‘아하’! 하는 감탄의 순간이 찾아오지. 너희들 안에 있는 생각들이 의미 있는 생각의 그룹을 지어 ‘전체’를 이루게 될 거야.. 그런 순간을 ‘아하! 순간’이라고 한단다.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
-아리스토텔레스 -

 침묵하면서 생각하기 뿐만 아니라 느끼면서 생각하기에서도 아하 현상을 경험할 수 있었어. 다만 느끼면서 생각하기에서의 아하 현상은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경험을 통해 일어났다면 침묵하며 생각하기의 아하 현상은 고요한 생각의 정리정돈 속에서 일어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 자. 그렇다면 이제 침묵 게임을 해야 할 이유가 분명해졌니?


따로 또 같이 할 수 있는 생각 방법

그렇다면 이번에는 ‘침묵 게임’의 방법을 알아보자. 

<침묵 게임 방법>
*언제? 어떤 문제를 잘 이해하고 싶거나, 생각을 더욱 뚜렷하게 하고 싶을 때
            편안히 잠이 들고 싶을 때, 중요한 무언가를 기억해야 할 때, 생각을 정리해야 할 때
*어디서? 침묵 게임은 어디서든 쉽게 할 수 있다.
*어떻게? 누구나 자기만의 방법으로 그러나 ‘천천히’라는 리듬으로.
*누구와? 혼자서도 할 수 있고, 함께 있을 때도 할 수 있다.  
*주의사항
  - 화가 나서 오랫동안 침묵하면 벽처럼 굳어버릴 수 있다.
  - 깜깜한 공간에서 하지 않기

 침묵 게임에 대해서 오해할 수 있는 게 하나 있는데 혼자 있을 때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침묵 게임은 어디서든 할 수 있고, 혼자 있을 때뿐 아니라 함께 있을 때도 할 수 있어. 혼자 있을 때 ‘자신의 생각, 자신 안에 있는 생각들’을 명료하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함께 있을 때 하면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돼.


친구와 함께 놀 때 침묵 게임을 해 봐요. 
침묵을 방에 두면 온도계가 된답니다.
내가 친구를 얼마큼 잘 이해하고 있는지,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려 주거든요.
침묵은 사이좋은 사람들을 서로 더
가깝게 이어 준답니다. 


 친구와 같이 있을 때 ‘침묵’의 시간을 가지면 친구의 눈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생기고,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시간이 생겨나. 그리고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나지. 어쩌면 말을 많이 하고 대화를 많이 해야 서로 소통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침묵이야 말로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방법일 수 있어. 

 그런데 때론 침묵하며 생각하기가 어색하고 하기 힘들 수도 있어. 아마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거야. 어떤 사람은 이게 아주 쉬울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어려울 수도 있겠지. 그런데 어렵다고 느껴지는 사람일수록 꼭 이 방법을 해보길 바래. 어렵다는 것은 침묵하며 생각하기 방법을 많이 안 해봤거나 잘 사용할 줄 모른다는 거겠지. 그렇다면 아직 침묵하여 생각하기의 장점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을 거야. 어색하고 서툴러도 연습을 많이 해서 이 조용하지만 강한 생각 방법 아이템을 장착해보렴. 

 ‘침묵하며 생각하기’는 정적인 생각 방식이라고 했었지. 이 생각 방법은 우리를 행위하는 인간이 아니라 존재하는 인간으로 있게 해 준단다. 우리는 무언가를 행위할 때(말하고 행동하는 것)만 의미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그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존재야. 그러니 침묵을 두려워하지 마. 침묵해도 괜찮아. 말을 하지 않을 때 오히려 생생하게 느껴지는 ‘침묵’처럼 함께 있으면서 서로에게 ‘침묵하며 생각하기’의 시간을 허용하면 서로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마음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단다. 상대방이 나에게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해 주지 않아도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고마운 관계라는 것을 느끼게 되지. 그리고 침묵하는 것은 ‘느끼면서 생각하기’도 가능하게 해 줘. 동적인 생각 방법 사이사이에 이렇게 정적인 생각 방법을 넣어 ‘느끼면서 생각하기’와 ‘침묵하며 생각하기’의 생각 콜라보를 펼쳐봐. 어떻게 될까?

 친구와 함께 놀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시 침묵 게임을 해보는 거야. 그러면 친구의 눈을 마주 볼 수 있고, 친구의 미소와 따뜻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돼. 친구의 특별한 행동이나 말이 아니라 친구 그 자체의 존재감만으로도 충분한 느낌이 가슴속에 가득해져. 이것이야말로 서로를 있는 그대로 존중할 수 있는 힘이 되고 이 든든한 토대는 서로를 더 가깝게 이어준단다. 이렇게 함께 침묵 게임을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니? 서로의 침묵을 허용할 수 있는 관계가 있니? 자신의 생각을 이해하고 소화하는 시간, 서로를 이해하고 느끼는 시간을 주는 관계 말이야. 


침묵하며 생각하기의 다른 이름, ‘들으면서 생각하기’


침묵 게임을 할 준비가 되었나요?
자 이제....... 하던 일을 멈추고 조용히 입을 다물어 봐요.
나를 둘러싼 공기와 소리에 가만히 집중해 봐요. 

 침묵하며 생각하기에는 또 다른 이름이 있어. 바로 ‘들으면서 생각하기’야. 생각 나침반 두 번째 초점 ‘귀 기울여 듣습니다’ 기억나니?‘침묵하며 생각하기’는 이 두 번째 초점, 생각 듣기 태도와 관련되어 있어. 생각 듣기 태도를 키우고 싶다면 이 방법에 주목해보렴.

 침묵하며 생각하기는 귀를 기울여 듣는 시간, 들으면서 생각하는 시간이야.  

내 생각들에 귀를 기울여보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귀를 기울여보는 시간, 그 시간들을 통해 충돌하는 생각들, 또는 전혀 별개의 상관없는 생각들이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지 연결해보면서 생각의 관계를 이해하는 시간이지. 질문하며 생각하기를 배울 때 만났던 <첫 번째 질문> 책에 있던 ‘침묵의 소리를 들어보세요. 무슨 소리가 들리나요?’라는 질문이 생각나니? 침묵이야 말로 가장 강력한 소리란다.  


‘천천히’ 그게 바로 침묵의 리듬.

 누구나 자기 만의 방법으로 생각에 귀를 기울여 볼 수 있지만 침묵에 가장 어울리는 리듬이 있어.

바로 ‘천천히’야. <시간을 가져요>의 소녀가 갖고 있던 ‘충분히 그리고 천천히’의 태도가 침묵 게임에도 역시 적용돼. 한 걸음씩 천천히 생각의 발을 뗀다면 너희의 발걸음을 원하는 방향으로 내딛을 수 있을 거야. 지금까지 해오던 생각이 원하는 생각인지, 계속해서 탐구하고 싶은 생각인지, 멈추고 방향을 전환하고 싶은지를 알아보고 선택할 수 있을 거야. ‘조급하거나 빠른’것은 대부분은 무의식적인 자동반응일 가능성이 높고, 늘 해오던 방식대로 하려는 게으른 생각의 리듬일 가능성이 높아. 

침묵은 비밀의 방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열쇠이기도 해요. 
그 방에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놀라운 것들과 
특별하고도 행복한 시간, 암호로 쓰인 편지가 가득하답니다.

 단숨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놀라운 아하! 현상에 도착하지 않아도 괜찮아. 귀를 기울여 듣는 시간, 생각들을 정리 정돈하는 시간들을 조금씩 겪으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고요한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천천히 생각하기’라는 리듬을 익히게 되겠지. 

 침묵하며 생각하기는 여행을 마치고 언제든 돌아가 쉴 수 있는 달콤함 나만의 공간, 포근한 생각의 방이야. 그리고 생각의 여행의 모든 순간을 에워싸고 있는 방이기도 하지. 그러니 언제든지 원하는 때에 이 ‘이 비밀의 방’에서 쉬렴.

침묵은 타임머신이 돼요. 
나는 아주 먼 과거로 돌아가 두근두근 뛰는 심장이 돼요 
이제 나를 에워싸고 있는 둘레에는 
온통 침묵뿐이에요. 



<자유로운 대화>

- 소녀가 보내는 많은 시간들 중에 특별히 와 닿거나 의미 있게 느껴지는 부분은 어디야? 

  어떻게 와 닿았어?

- 나를 위한 시간은 얼마나 갖고 있니?

- 누구를 위한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내니?

- '있는 그대로 느낀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 무엇이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용기를 줄까?

-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이 있나요?

- 시간을 가지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일이라면, 나를 사랑하기 위해 어떤 시간을 갖고 싶나요? 

-침묵하며 생각하기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침묵’이 의미 있게 쓰일 때와 침묵이 벽이 될 때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 서로의 침묵을 허용할 수 있는 관계가 있니?

- 아하 현상을 경험한 적이 있니? 있다면 어떤 경험이었니?  


<흥미로운 활동>

-동화책 다시 쓰기

  : 자신에게 필요한 시간, 시간을 갖는 방법, 그 시간 후에 일어나는 일, 그 시간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 등을 생각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로 '시간을 가져요' 책을 다시 써보기


-온기 저금통 만들기

  : 나의 리듬을 깨뜨리던 사람, 나의 리듬을 찾게 해 준 사람을 찾아보고 그들이 어떤 말, 어떤 행동을 했는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생각해 봐. 그리고 나의 리듬을 찾게 도와준 '내 마음의 지휘자'들을 찾아보고, 그들이 해준 온기 어린 말들을 기억하여 적어보는 거야. 그리고 나만의 '온기 저금통'을 만들어 나의 리듬을 회복하고 찾게 해주는 온기 어린 말들을 모아 봐. 자기 스스로에게 해주는 말을 적어 넣어도 좋아.


-침묵 게임해보기

 :혼자 있을 때와 함께 있을 때 침묵 게임을 해보고 일어난 경험이나 정리된 생각들을 기록해보기


-천천히 주간

 : 천천히 주간을 만들어서 일상에서의 활동들을 ‘천천히’라는 리듬으로 해보기. ‘천천히’라는 리듬이 가장 도움이 되는 활동이나 시간이 언제 인지 알아보기


-침묵의 온도계 만들기

 : 가족, 친구, 선생님 등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려보고 그 사람과의 침묵의 온도계를 만들어보자. 서로를 이해하고 허용하기 위한 침묵을 얼마나 할 수 있는지에 따라 침묵의 온도계의 온도를 높인다. 말실수로 관계를 상하게 하진 않았는지 반성하면서 좀 더 침묵의 온도를 높여야 할 관계가 있는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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