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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더 홀씨 Oct 10. 2019

알바생 J의 빈자리

그녀의 새 출발을 응원하며!


우리의 첫 알바생이자 막냇동생 같았던 J가 오늘은 출근을 하지 않았다. 이유인 즉, 드디어 취직을 한 것이다! 20곳 넘게 이력서를 넣고 서울까지 KTX를 타고 면접을 보러 가던 그녀의 열정이 다행히도 결실을 맺어 2주 뒤 출근을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서울 올라가기 전에 저녁이라도 같이 먹고 간단한 송별회를 하자고 이야기했더니 J가 그동안 고마웠다고 아주 좋은 곳에서 본인이 밥을 사겠다고 이야기했다. 당시 나는 운전 중이었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번 돈으로 밥을 사준다니... 뭔가 짠하고 가슴이 벅차오르고 대견하고 암튼 정말 오만가지 기분이 다 들어서 눈물이 쏟아질 뻔했다. 다행히 운전 중에 울면 안 된다고 말려준 J덕분에 달리는 차 안에서 위험한 눈물의 대 환장 쇼는 없었지만 그 뒤로도 매 순간순간마다 서울로 올라가 고생하진 않을지 힘든 야근은 잘 견딜 수 있을지 생각만 해도 눈물이 차올랐다.(사실 글을 쓰는 지금도...)


우리의 마지막 날은 꽤나 담담했는데 평상시와 똑같이 일을 하고 J가 예약해 둔 센텀의 좋은 뷔페에 갔다. 우리랑 뷔페를 가본 J는 언니들처럼 먹어야 뷔페에서 신이 난다며 아침부터 설레어했다. 식성이 비슷한 우리는 일단 디저트를 먼저 공략했다. 왜냐하면 오랜 뷔페 경험자들로써 항상 디저트류는 배가 다 차고 먹으니 이게 빵인지 케이크인지 구별도 못하는 상태에서 쑤셔 넣기 바빴다. 그래서 지난번부터는 생각을 바꿔 맛있어 보이는 걸 먼저 먹어보고 다음 식사를 들어가게 되었는데 이번에도 케이크류를 먼저 먹어보고 식사에 돌입했다.



약 2시간가량의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는데 사무실에 돌아와 J가 짐을 챙기고 아버지가 오실 때까지 잠시 같이 기다려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우리 자매의 자리에는 각자 쇼핑백이 놓여있었다. 나는 한눈에 그것이 선물임을 직감했고 정말 거짓말처럼 눈물이 팡- 터져서 화장실로 달려갔다. 밥도 고마웠는데 고심해서 선물을 골랐을 모습에 정말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달래가 서울에 갔을 때도 그렇게까지 울진 않았던 것 같은데 나를 시작으로 달래와 J까지 우리는 눈물바다가 됐다. 그래서 더 울면 나중에 다시 만났을 때 부끄러울 테니까 빨리 나가자며 달래를 재촉해 허둥지둥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서른이 넘어서 자꾸만 눈물이 많아지는 건지, 왜 그렇게 눈물이 났을까. 택시를 타고 집에 가는 동안에도 도무지 감정을 추스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선물을 보니 카디건이었는데 세상에 그 안에 또 편지가 있는 게 아닌가!




그렇다. 우리는 2차 오열을 하고 다음날 퉁퉁 부은 눈으로 약속 장소에 나갔다. 이렇게 울었지만 이튿날 넥스트 콘텐츠페어 팀 뒤풀이여서 또 만나게 되었는데 그전에 우리가 주기로 했던 선물을 사기 위해 달래와 서면에서 만났다.


회사에 입사하면 미처 챙겨 오지 못하는 물건 중 하나가 슬리퍼와 텀블러인데 급하게 출근하는 만큼 출근하자마자 업무에 돌입할 수 있도록 이것저것 같이 사서 선물하기로 했다. 달력, 스케줄러, 업무일지를 쓸 노트, 명함케이스, 포스트잇(아주 중요), 모니터 옆에 붙이는 메모 바(?) 그리고 슬리퍼. 그중 달력과 텀블러는 1년 내도록 봐야 하는데 혹시 취향에 맞지 않으면 괴로우니까 빼고 나머지만 선물했다.


다행히 신발은 잘 맞았고 선물 증정식을 같이 환호해준 다른 분들 덕분에 우린 울지 않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달래는 집에 와서 인스타에 글을 쓰다 또 울었다고 하던데 이별이 너무 길면 웃기니까 그건 쓰지 말자고 했다.


 


그리고 오늘 출근해서 깨끗하게 비워진 J의 자리를 보니 지난 시간들이 마치 한순간의 꿈처럼 느껴졌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사람처럼, 우리가 즐거운 단꿈을 꾸었던 것처럼 그렇게 순식간에 시간이 사라져 버렸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더니 하루 종일 마음이 헛헛했다. 우리는 올해 여러 차례 사람들을 떠나보냈다. 1년 가까이 취업이 안되던 동생도 데려와 두세 달가량 있다가 취업을 보내고 같이 프로젝트를 하던 지인도 서울에 가고 우리의 오랜지인이자 J이 남자 친구인 L군도 서울에 보내고 이제 J도 서울로 갔다. 올해는 그냥 그런 해인가보다.


달래가 우스갯소리로 이제 또 누굴 인턴으로 데려와 취업을 시켜볼까,라고 이야기한다. 회사들이 신입을 자꾸 뽑지 않으려고 해서 우리가 여력만 된다면 6개월 정도 함께 있으면서 1,2년 차 실력을 갖추게 해서 좋은 곳으로 취업시켜주는 일을 계속할 수 있다면 좋겠는데 그때마다 이렇게 둘 다 대성통곡을 할까 걱정이 됐다. 그래서 우리는 절대 사람을 뽑지 말자고 또 한 번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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