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하루, 다른 시선
아침에 눈이 일찍 떠졌다.
매일 운동을 간 지 2주가 채 안 됐는데,
벌써 몸이 먼저 반응하는 걸 보니, 생체 리듬이 바뀐 걸까.
주 3~4회 운동하던 때와는 또 다른 감각이다.
역시, 꾸준함은 어느새 자리를 잡는다.
아이 아침도 챙기고, 오늘도 착착 흐르는 아침이었는데
강아지 미용 예약일이라는 걸 문득 떠올렸다.
아직 시간 여유가 있어서 운동을 먼저 다녀올까 고민했지만,
결국 미용을 맡기고 운동을 가기로 했다.
그렇게 평소 가던 시간에 운동을 못 가게 되자
순간 흔들렸다.
오늘은 운동 루틴이 아니라, 생활 루틴으로 가자.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해야만 루틴이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매일의 생활을 성실히 살아내는 것도 루틴일지 모른다.
상황이 달라졌다면, 루틴의 방향을 바꿔 그 순간을 충실히 사는 것도
나에게 맞는 루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아지 미용을 맡긴 후 나는 여러 가지 일을 처리했다.
남편과 함께 좋아하는 맛집에서 천천히 밥을 먹고,
어머님 댁에 들러 택배로 온 경주 보리빵을 전해드렸다.
마트에도 들렀다.
무알콜 맥주를 사러 갔는데, 딱 한 캔만 남아 있었다.
‘한 캔밖에 없네… ’라고 아쉬워했더니,
남편은 “한 캔이라도 어디야”라고 웃으며 말했다.
순간 느꼈다.
같은 상황도 보는 시선에 따라 전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는 걸,
긍정적인 시선과 유쾌한 태도.
시선을 다르게 하면, 하루도 달라진다.
나도 그렇게, 나와 타인에게
조금 더 다정한 시선을 갖고 싶다.
아침 운동은 못 갔지만, 오늘 오전에 한 일이 벌써 3~4가지다.
아직 12시도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이 시간에 침대에 누워 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지금 나는 부지런히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순서가 바뀌었다고, 그걸 실패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운동 대신 생활을 선택한 오전, 나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한 하루라고 느꼈다.
운동은 오후에 가면 되고,
오늘도 안 되면 내일 조금 더 가열차게 살면 된다.
무조건적인 실행보다는 상황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나’를 만드는 게
내가 원하는 방향이다.
어제는 김강우 배우 유튜브를 봤다.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74.1kg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기름진 음식을 먹은 날엔 그냥 공복 유산소를 달린다고.
“방법은 없어. 그냥 뛰는 거야.”
맞아.
방법이 없는 게 아니라, 그냥 하는 거지.
나도 유지어터다.
일상도 다이어트도
지금을 유지하려는 일상 유지어터.
지금 삶이 너무 좋다.
그런데, 과거의 내가 열심히 살아서 지금이 있는 것처럼
오늘도 최선을 다해 쌓다보면 언젠가 내가 원하는 자리에 다다르겠지.
어쩌면,
그게 바로 루틴의 힘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