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을 알게 된다면 감히 누군가를 평가할 수 있을까.

양귀자의 모순 1 회독 후기.

by 꿈꾸는왕해

웹툰과 웹소설을 안 본 지 한 달이 거의 다 되어간다.

그 사이에 나는 여러 소설책을 독파했다.

그래서 '내가 바라는 삶은 저 폰 안에 없다'라는 브런치북을 연재하려면 책 읽은 것 밖에 쓸게 없다.

양귀자의 모순을 읽고 내가 느낀 것을 써보겠다.


원래, 하나의 장면을 보고 해석은 다 다를 수 있으니 나는 나대로 해석을 해본다.

이제부터 내용을 말하면 스포가 포함된다.


25살의 화자. 안진진

아주 솔직하다.

처음부터 두 사람 중 한 명과 결혼을 하려 한다고 한다.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할 수 있다니 신기했다.

그런데 나중에 소설에 나오지만, 김장우에겐 정말 사랑하는 감정을 느껴서 사랑의 무서움도 느낀다.

나영규에겐 유사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안진진의 배우자 찾는 것만 보여주지 않는다.

안진진을 둘러싼 여러 캐릭터들이 아주 막강하다.


그리고 안진진은 특별하다.

어떤 인물을 바라볼 때 그 사람을 하나로 국한되게 보지 않는다.

어떨 땐 상대의 모순점을 알고도 낙관적으로 보고, 또 어떨 때는 너무 사실적이게 바라봐서 놀랐다.

술에 취하면 엄마를 때리고, 집안 물건을 부수고 집을 나가는 아빠.

아빠라는 사람을 하나로 규정할 수 없다는 게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나중에 책을 읽고

저 말에 다 포함이 되는구나 생각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계속 궁금했다.

아빠는 왜 자꾸 집을 나갔을까?

뭐를 견디지 못해서 그랬을까.

나중에 안진진이 김장우와 결혼을 생각했을 때 아빠의 모습을 김장우에게서 볼 수 있었다고 했는데,

결혼 그 자체가 아빠에게 족쇄였을까?

김장우의 자유분방함과 사회에 맞지 않는 점을 보며 아빠를 떠올렸을까?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 날이 늘어나면서 마지막엔 오 년 만에 나타난 아빠는 치매와 중풍이 걸려서 가족을 알아보지 못한다.

엄마는 그런 아빠를 돌보며 힘을 낸다.

엄마의 캐릭터도 신기했다.

아빠가 엄마가 숨겨둔 돈을 찾아서 매번 집을 나가는데 아주 쉬운 곳에 숨기고,

아빠가 돌아오면 늘 받아준다.

모진 풍파를 다 맞는데 맞을수록 굳건해지는 엄마는 완성형 인간일까?

엄마의 파이팅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책을 읽는 내내 가장 큰 모순을 느낀 건 이모와 엄마의 삶을 평가하는 것에서였다.

모순이라는 말은 엄마와 이모의 삶에서 가장 크게 펼쳐졌다.

쌍둥이인데 중매쟁이한테 받은 사진으로 서로의 신랑감을 골랐다.

그녀들은 그렇게 인생이 달라졌다.

한 명은 주정뱅이 신랑을 얻었고, 한 명은 매일 정각에 달리는 기차 같은 배우자를 얻었다고 한다.

비교할 수 없는 부분이다.

얼굴이 닮아서 비교가 될지 모르겠지만, 사는 내내 누구와 내 삶을 비교한다면 무지 슬픈 일이다.


나는 처음부터 이모의 삶이 눈길이 갔다.

다들 이모는 잘 살아서, 이모는 부잣집에 시집가서 세상물정도 모르고 산다고 생각하지만

누구 하나 이모가 어떻게 사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생각해보지 않는다.

잘 사니까 말이다.

돈이 인간의 제일 큰 만족이라고 생각을 해서 그런 것 같다.

안진진의 집에서 보면 한없이 부러운 일이지만 이모는 이모대로 지쳐가고 있었다.

엄마는 인생의 풍파가 엄마의 삶의 동력이 되지만, 이모의 삶은 안정적인 울타리가 이모를 좀먹게 했다.

이게 가장 큰 모순점이었던 것 같다.


우리는 누구나 능동적인 삶을 꿈꾼다. 자유롭게 자기 의지를 행하면서 살길 바란다.

이모는 그런 면에서 슬프지 않았을까?

안진진이 나영규 계획적인 삶을 보며 자신도 그 계획의 일부가 되는 것을 느낀 것처럼 말이다.

이모부는 이모를 자신의 가정의 구색을 맞추는 부품쯤으로 여겼을 수도 있다.

이모가 말하는 이모부는 사진 세장만 필요하다고, 자신, 나, 그리고 둘이 찍은 사진 세장이면

어디를 여행 가서 무엇을 먹던지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이다.

이모는 감정의 교류를 원했지만 이모부에게 그런 감정을 받지 못한 것 같다.


그렇다고 안진진의 엄마는 감정의 교류를 했나?

그것도 아니다.

누구의 삶이 더 슬픈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안진진의 엄마는 세월을 통으로 맞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갈수록 강해진다.

누군가 울타리가 되어주지 않아도 본인 스스로 자식들의 , 남편의 울타리가 되어준다.

엄마는 힘들 때마다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책으로 돌파구를 찾는다는 것도 공감했다.

나도 그런 편인데, 딸이 그렇게 엄마를 보고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딸이 보는 엄마는 엄마의 노력으로 어떤 식으로든 답을 찾을 거라는 기대감도 있지 않았을까?


이 책을 보는 내내 나도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이유는 안진진의 시각이 무척 흥미로워서 일지도 모른다.

안진진은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한다.

처음엔 안진진이 두 사람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소설의 중반이 오기 전에 한 사람을 택 할 줄 알았다.

그런데 결말에 다가갈 때쯤 이모의 죽음 뒤에 나영규를 택할 줄이야.

자신의 겪어보지 않은 삶을 선택한 것 같은데, 누가 탓할 수 있을까.

안진진은 나영규와 결혼하고 이모의 마음을 느낄 수 있을까?

안진진은 이모와 달리 계획안에서 안정감을 얻을까?

그리고 이모의 아들딸들은 행복하게 살았을까? 많은 궁금함이 남아있다.

이모부는 기차처럼 또 그의 삶을 살아간다는 말이, 이모는 가족에게 허울뿐인 사람이었을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 허울이 되어준다는 것은 스스로의 의지가 아니고서야 몹시 외로웠을 것 같다.


모순을 다 읽고 이모의 죽음이 너무 충격적이라서 계속 왜? 그 방법 밖엔 없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그것도 모르는 거다. 내가 겪어보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감히 그 사람이 아닌데, 누군가의 삶을 평가할 수 있을까.


나는 이 책을 읽고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그리고 아빠의 캐릭터를 하나로 말할 수 없듯이.

인간의 다면적인 모습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한층 깊은 이해를 가지고 사람을 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긍정적인 결론을 얻었다.

누구나 모순점이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것이다.


제일 큰 모순은 안진진이다.

이름부터 안(安) 진진(眞眞).

안정적인 것을 꿈꾸면서도 자유로움을 사랑하는 안진진.

두 사람을 사랑하지만, 나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니 안 좋게 보지 말라는 안진진.

아빠를 미워하면서도 이해하고,

엄마를 존경하면서도 답답해하는 안진진.

사랑을 원하면서도 상처받는 게 두려운 안진진.

나도 그녀를, 그녀의 시각을 받아들여 본다.


모순 1 회독 후기를 쓰고 나서, 좀 슬프다.

뭐 때문에 슬픈지는 잘 모르겠다.

두 번째 읽으면 좀 덜 슬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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