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확신을 의존하는 사람

질문은 괜찮지만, 답은 당신 몫입니다

by 꿈꾸는왕해


네이버 블로그를 몇 년째 운영하고 있다.

브런치와는 다르게,

온갖 글들이 올라가는 내 작은 놀이터다.
쇼핑 후기부터, 여행 다녀온 곳,

소소한 일상까지 그런 글들을 오래 올리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질문’들이 달리기 시작한다.


물론, 진심으로 궁금해서 묻는 질문은 반갑다.

그런데 본인이 조금만 검색해도 알 수 있는 걸 묻거나,
답을 해줘도 또 묻고 또 묻는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슬슬 피로감이 쌓인다.


전에는 그런 질문에도 성실하게 다 답해줬다.
지금은 그게 정답이 아니라는 걸 안다.


내 시간도 아껴야 하고,

적당한 무시는 오히려 상대가 스스로 행동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는 걸 알았다.



며칠 전,

예전에 올린 병원 진료 후기에 대해 질문이 왔다.

"저 이런 증상인데, 병원 가야 할까요?"

나는 대답했다.
"그러한 증상이 있고 걱정되신다면, 병원에 가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랬더니 이어지는 말,
“지방이라 병원 가기도 힘들고, 시간도 없고…

너무 무서워요…”

한번 받아주니 같은 패턴의 대화의 연속이었다.

나는 그 순간, 속으로 진짜 무서우면 말을 줄이고 병원으로 향할 시간 아닌가? 생각하며 덧붙였다.


“저는 병원 가시라고 이미 말씀드렸고,
정말 무섭고 급하다고 느끼신다면 그에 맞는 행동을 하시면 좋겠습니다.”


내가 너무 T처럼 보일 수 있지만, 무섭다면 움직여야지.

나한테 걱정만 털어놓는다고 답이 나오진 않잖아.

내가 전문가도 아니고, 사람마다 케이스가 다르니
결국 중요한 건 본인이 직접 확인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날은 운동복 사이즈를 묻더니 내 키를 묻고,

내 사이즈에 대해 묻는다.

적당히 에둘러 답해주다가, 어떤 이유에서 사고 싶었다는 말을 듣고 그렇담 그럴 수 있지, 라며 몸을 일으켜

친절히 줄자를 찾아 가슴둘레까지 재어 알려줬다.

그러고 나서 끝나나 싶었는데,


“감사해요.

그런데 혹시 팔 길이도 알려주실 수 있나요?”

그 순간 웃음이 나더라.


조용히 덧붙였다.
"자려고 준비하다가 줄자까지 꺼내 재어준 것까지만,

제 선의입니다. 이후는 직접 찾아보는 노력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본인이 찾아보는 건 어렵고, 내가 재어주는 건 쉬운가?

남의 시간과 노력은 왜 신경을 안 쓰는 걸까.
부분이 가장 이해하기 힘들다.


물론, 세상엔 다양한 사람,

다양한 생각이 존재하니 어쩌면 나도 누군가에게 비슷한질문을 한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처음부터 함부로 무시하지 않으려 애쓴다.
상대방의 사정을 생각해서 매너 있게 답해주고,
두 번, 세 번 도가 지나치다 싶으면 그땐 선을 긋는다.


유독 피곤한 케이스는
자꾸 나에게 “괜찮겠죠?”, “괜찮죠?” 하고 묻는 경우인데 선택을 나에게 미루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이다.

‘답을 정해두고 나에게 확인받으려는 사람’을 자주 마주하다 보면 진심으로 피로해진다.


왜 자꾸 나에게 묻는 걸까.
나는, 그 사람이 이미 답을 정해놓고
내가 그걸 ‘확신’으로 포장해 주길 바란다는 걸 느낀다.

근데, 나는 그 역할을 해주고 싶지 않다.

빠르게 답을 해주면 편하겠지만, 그런 사람들에겐 한 번의 답으로 끝이 나지 않는 걸 경험으로 배웠다.


선택은 본인의 몫이고,

본인이 철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내가 궁금한 상황을 먼저 겪어봤으니

쉽게 답을 들을 수 있어서 질문한다고 생각한다.

그 마음은 충분히, 안다.

하지만 결국 확신은 남이 대신 내려줄 수 있는 게 아니다.

망설임 끝에 스스로 행동해 보는 것,

그 과정을 거치는 사람이
진짜 자기 인생을 만들어간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사람마다 질문의 깊이도, 격도 다르다.


나도 어떤 선택 앞에서,

누군가에게 “괜찮을까요?”를 물은 적이 있다.

다만 지금의 나는,

그 대답을 내 안에서 찾는 연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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