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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은WhtDrgon Dec 31. 2022

하얀용 세계관AMA 제작 강의 요약본 4

20221222 김동은WhtDrgon

4강. 세계관 제작의 순서와 구조

[강의 전체 목차]

1강 - 오리엔테이션과 메타버스와 세계관

2강 - 세계관 개요 및 세계관 제작의 연습

3강 - 키워드 클라우드, 메시지와 장면, 핵심키워드·반응키워드

4강 – 세계관 제작의 순서와 구조

5강 - 커뮤니티의 중점, 메타버스·세계관·커뮤니티의 관계


[제품의 부가가치는 정서적 가치에서 비롯된다]

앞으로 기업의 광고와 SNS 채널 등에서 세계관을 접할 일이 점점 늘어날 것이다. 기업이 제품의 퀄리티를 높여 다른 기업과 차별화하던 시대가 지났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이제 제품의 기술이나 성능보다 얼마나 의미 있는 소비인지를 따져가며 구매한다. 제품에 담긴 무형의 가치에 지갑을 여는 것이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물려주신 카시오 시계는 제품의 가격과 무관하게 값을 매길 수 없는 것처럼, 제품은 하나의 상징이어야 한다.

그래서 부가가치의 핵심은 제품이 담고 있는 무형의 가치가 무엇인지, 그것이 고객의 마음을 실제로 흔들었는지가 기준이다. 무작정 좋은 재료를 쓴 김치찌개가 아니라, 어렸을 적 부모님이 끓여준 김치찌개와 비슷한 제품을 바란다. 대체불가능한 의미를 찾아 헤맨다. 

물론 그 의미와 가치는 개별적인 속성을 지니므로, 타인의 동의를 얻기가 어렵다. 애플 제품에 열광하는 사람을 누군가는 ‘앱등이’라는 멸칭으로 부른다. 상관없다. 고객은 정서적 부가가치에 돈을 지불하고, 기업은 이들을 위해 제품에 문화적 가치를 입힌다. 그 문화적 가치가 진화를 거듭해 세계관을 만들기에 이른다. 그렇다면 세계관이라는 것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세계관 제작의 순서와 구조는 다음과 같다.

하안용 세계관 구조도



[오리지널리티]

4강에서는 위 세계관 구조 도식을 차례대로 설명한다. 먼저 가장 위에 ‘나의 오리지널 기반’부터 살펴보자. 오리지널, 독창성은 왜 중요할까? 기업이 세계관을 만드는 이유가 시대의 변화이듯, 세계관에 ‘독창성’이라는 키워드가 중요해진 배경도 시대의 변화에 있다. 과거에는 개인이 세계관을 만든다 해도 고객에게 보여주기까지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모되었다. 잡지에 내 만화가 연재되려면 편집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고, 소설을 쓰려면 등단을 해야 했다. 제작비용이 많은 영화나 드라마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오픈형 디지털 플랫폼의 시대다. 공간이 무한하기 때문에 지면의 제약이나 편집자라는 허들 없이 내가 만든 세계관을 즉시 고객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슥슥 그린 만화를 곧바로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고, 방구석에서 만든 음악을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려 사람들의 반응을 볼 수 있다. 유통 과정이 극도로 짧아졌고, 비용은 0에 수렴한다. 누구나 재미 삼아 만든 결과물을 공유한다. 덕분에 콘텐츠 공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공급자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 수요는 상대적으로 희소해진다. 모두가 고객의 관심과 시간을 빼앗으려 경쟁하기 때문이다. 오리지널리티의 중요성이 부상하는 이유다. 어떻게든 대체불가능성을 가져야만 고객이 귀한 시간을 내어 머물러준다. 

시대의 변화 외에 다른 이유도 있다. 세계관을 만드는 목적이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무리를 모으는 것’이기 때문에 오리지널은 중요해진다. 커뮤니티가 장기적으로 유지되려면 비슷한 세계관을 가진 사람이 모여야 한다. 그저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아서 ‘척’하는 커뮤니티는 금방 들통이 나게 마련이다. 세계관과 커뮤니티는 흥행 콘텐츠 하나로 초대박을 치면 모든 게 해결되는 사업이 아니다.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 끊임없이 재미있는 것을 만들어내고 교류하는 장이다. 3년 동안 제작해서 한 편 출시되는 영화가 아니라 매일 5시간씩 라이브로 시청자와 만나는 스트리밍 방송과도 같다. 내가 아닌 모습을 꾸미려다가는 금방 들통날 수밖에 없다. 오리지널만이 지속가능하다.

오리지널리티가 수익성을 제고하는 측면도 있다. 흔히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매체에 맞게 각색하는 작업을 ‘원 소스 멀티 유즈’(OSMU, One Source Multi Use)라고 부른다. 예를 들면 웹소설 <재벌집 막내아들>이 웹툰과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각색되는 과정에서 약간의 변화가 있겠지만, 큰 틀에서 보면 하나의 콘텐츠를 다른 매체에 맞게 모양을 바꾸는 것에 가깝다. 도형에 비유하자면 동그라미를 먼저 만든 다음 이 동그라미를 네모로도 바꾸고, 세모로도 바꾸는 셈이다. 그런데 이 방식이 최선일까? 각 매체마다 어울리는 표현방식과 이야기가 다르다면, 하나의 원천 소스인 세계관이 있고 이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다시 도형에 비유하자면 동그라미를 만들기 이전에 도형을 만드는 공식부터 만들어두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마블 코믹스의 세계관을 보면 작가마다 서로 다른 캐릭터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모두 같은 세계관에 있다. 흔히 보던 방식, 그러니까 한 명의 작가가 하나의 캐릭터를 창조하는 것과는 다른 작품 제작 방식이다. 가령 A 작가는 아이언 맨을 그리고, B 작가는 헐크를 그린다. 각자의 캐릭터를 그리지만, 아이언 맨과 헐크는 같은 세계관에 있다. 같은 시간에 있다면 서로 만나거나 동맹을 맺을 수도 있다.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가 A와 B도 협업을 통해 세계관을 확장함으로써 고객과 접점을 넓힐 수 있다. 


[세계관은 감정이입이 아닌 역할놀이용 테마파크다]

감정이입은 남의 이야기를 보면서 내 이야기처럼 느끼는 현상이다. 여기서 핵심은 내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 그런데 이야기에 현실감이 더해지고 공간감이 느껴지면 감정이입을 넘어 ‘롤플레잉(역할놀이)’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영화 속 주인공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저 세계에 내가 들어가서 직접 움직이는 것 말이다. 

영화 <007> 세계관을 좋아한다면 그 세계관 안에 들어가서 자신만의 스파이 캐릭터를 만들고 싶어한다. 이 마음은 주인공이 되고 싶은 것과는 다르다. 마치 게임에서 자신이 플레이하는 캐릭터를 꾸미듯 자신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니까 세계관을 만든다는 말은 고객이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고 놀러 올 수 있게 한다는 뜻이다. 쉽게 이해하자면, 게임과도 같다. 전쟁이 일어난 세계관에는 고객이 총을 쏘는 캐릭터로 게임에 진입하고, 축구 구단을 경영하는 세계관에는 고객이 구단주가 되어 게임에 진입한다. 


[독창성의 시작: 내 세계관 키워드 클라우드]

당장 독창적인 세계관을 만들라고 하면 어렵다. 정확하게 무엇을 상상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일 수도 있다. 그러면 내가 만들고 싶은 것들과 관련된 키워드들을 쭉 나열해본다. 내 세계관에 필요한 장면, 세계관을 보고 사람들이 느꼈으면 하는 감정 등 모든 것을 적는다. 예를 들면 로봇과 인간이 모여 총력전을 벌이는 모습, 축구선수가 결승골을 넣고 애인에게 세리모니를 바치는 장면 등 무엇이든 떠오르는 대로 나열한다. 처음 떠올릴 때에는 대단히 창의적인 것에 강박을 가질 필요가 없다. 원래 처음 떠올리는 것들은 내 머릿속에 있는 클리셰일 수밖에 없다. 차별성은 나중에 정리하면서 챙겨야 한다. 이것을 한데 모아 ‘내 세계관 키워드 클라우드’라고 하자. 

내 세계관 키워드 클라우드를 만들었다면 다음은 ‘코어’를 찾을 차례다. 코어는 흔들리면 안 되는 영역이다. 가령 전자제품을 꼭 넣어야 한다거나, 메인 컬러가 보라색이라든가 하는 것들이 코어가 될 수 있다. 이렇게 키워드에서 코어를 찾으면 세계관의 방향성을 잡기에 조금 더 용이해진다. 다만 코어가 곧 콘텐츠인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전자제품이라는 코어가 콘텐츠에서는 동물 캐릭터로 은유될 수도 있다.

이렇게 내 세계관 키워드 클라우드를 잡고 코어를 찾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세계관 전체를 만드는 데 12주가 걸린다면 그중 4~8주는 내 세계관 키워드 클라우드 제작에 할애될 정도다. 내가(혹은 클라이언트가) 무엇을 원하는지 찾는 과정이 가장 어렵기 때문이다. 


[고객을 내 세계관으로 끌어들이는 방법: 인접 세계관]

내 세계관 키워드 클라우드 제작 다음 단계는 인접 세계관 키워드 클라우드를 찾는 것이다. 내 세계관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크게 봤을 때 유사점이 있는 세계관은 무엇들인지 찾는 과정이다. 가령 내 세계관의 배경이 공룡 + SF + 로맨스 + 중세시대라고 하자. 그렇다면 인접 세계관 클라우드는 이 복합 장르를 하나씩 떼어낸 것이다. 공룡, SF, 로맨스, 중세시대는 각각 하나의 인접 세계관이다.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내 세계관을 공룡 장르라고 어필하고, 로맨스를 좋아하는 집단에는 이 세계관에서 벌어지는 로맨스를 보여주면 된다. 


[공동작업을 위한 준비 과정: 키워드 리스트 – 개체화, 시각화, 속성 부여]

인접 세계관을 만든 다음엔 ‘키워드 리스트’를 정리한다. 인물, 장소, 사건 등 글을 쓰기 위한 소재를 꺼내는 사전 작업이다. 물론 1인 제작일 경우 이 단계를 생략하고 바로 글을 써도 괜찮다. 다만 세계관은 기본적으로 다른 창작자와의 협업을 염두에 두고 있기에, 모두가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재료로 키워드 리스트를 뽑는 것이다. 이 재료를 보고 각자의 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물론 세계관을 만들 때 백과사전처럼 모든 사물이나 인물에 대한 키워드 리스트를 만들 수는 없다. 사실 그럴 필요도 없다. 대표적인 개체(Object)를 필요한 만큼만 만들면 된다. 예를 들어 칼을 만든다고 해보자. 칼은 장검이어야 할까, 단검이어야 할까? 단순히 멋있어 보이는 장검을 고르는 것으로 괜찮을까? 이렇게 자의적인 기준으로는 다른 창작자와 협업하기 어렵다. 세계관을 통해 감동과 울림을 만들어내기는 더더욱 어렵다. 

칼의 외형과 속성을 정할 때 역사적 고증이나 외적 화려함보다 중요한 것은 칼이 어떤 의미를 지니느냐이다. 내 세계관에서 칼은 강한 권력의 상징인가, 아니면 인정사정없는 전쟁의 상징인가, 혹은 소중한 사람을 지키는 도구인가. 그 의미에 따라 칼의 길이와 장식, 모양 등이 정해져야 한다. 이것이 키워드 리스트를 개체화(오브젝트화)하는 과정이다. 각 개체의 의미에 걸맞는 속성과 시각화가 이루어진다. 디자인 업계에서 유명한 격언을 인용하자면, 세계관에서 개체의 형태는 의미를 따른다. 


[감이 좋은 제작자에게 꼭 있는 그것: 나의 10만 F2(Feeling of Feeling)]

세계관은 결국 상당 부분 제작자의 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감이라는 건 그야말로 느낌적인 느낌(Feeling of Feeling)인데, 이것은 내가 보고 들은 것에 의존한다. 무에서 유를 만들 수는 없다. 그래서 감을 만드는 방법으로 1강에서 제안했던 것이 하나의 주제에 대한 10만 장의 사진을 쭉 훑어보기이다. 수많은 양의 이미지를 보고 나면 특정 주제에 대한 감이 생긴다. 어떤 형태가 기본형이고, 변형은 어떤 유형들이 있는지, 그중에 자신의 눈에 유독 띄는 것은 무엇인지 등이 정해진다는 뜻이다. 이를 ‘나의 10만 F2’라 하자. 쉽게 말해 경험에 의한 직관이다. 

나의 10만 F2는 단순히 인풋을 늘린 결과가 아니다. 10만 장의 이미지를 보고 내가 어떤 감상을 느꼈는지 단어로 표현함으로써, 어떤 시각 정보가 어떤 감상을 불러일으키는지 알게 됨을 뜻한다. 이를 역산하면 설렘, 분노, 세련됨 등 내가 원하는 감상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어떤 이미지가 필요한지도 떠올릴 수 있게 된다. 시각적 표현력이 매우 높아지는 것이다. 


[나의 세계관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을까: 나의 본캐 세계관]

나의 10만 F2에서 판단의 주체는 ‘나’이다. 특정 이미지를 보고 어떤 감상을 떠올렸는지, 그것을 어떤 단어로 표현할지 모두 내가 판단한다. 나의 세계관에 근거해서 말이다. 취향과 성격, 어린 시절의 경험 등이 합쳐져 탄생한 것이 나의 본캐 세계관이라 할 수 있다. 나의 본캐 세계관은 내가 학습한 것과 내가 경험한 것에서 비롯되는데, 전자를 ‘지식중추’라고 하고 후자를 ‘경험중추’라고 부른다.

대개 더 강력한 것은 경험중추다. 우리가 뜨겁다를 지식으로 배우는 것보다 직접 불에 데었을 때 훨씬 더 깊이 정확하게 각인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나의 본캐 세계관을 명시적으로 확인하려면 태어나서 지금까지 나의 경험을 키워드로 정리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경험 그 자체와 함께 경험에 따른 감정까지 키워드로 연결하고 나면 개인의 세계관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관에 필요한 재료를 손질할 차례: 구성물 시트와 슬라이스 오브 라이프] 

나의 본캐 세계관에서 비롯된 ‘나의 10만 F2’와 속성화 작업을 마친 ‘키워드 리스트’를 결합하면 ‘구성물 시트’가 만들어진다. 구성물 시트란 지금까지 말한 것들을 종합, 압축하여 내 세계관을 잘 드러내는 구성요소로 정리한 시트다. 가령 구성요소 중 하나로 특정 인물을 선정했다면 그 인물의 성격과 경험, 직업 등의 키워드를 나열하고 서로 관련있는 것끼리 연결한 문서가 하나의 구성물 시트다.

이때 한 인물을 설명하기 위해 수천 개의 키워드를 나열한다면 너무 비효율적일 것이다. 그래서 해당 인물을 잘 보여주는 동시에 세계관의 특징을 드러내는 하나의 장면을 뽑아낸다. 가령 ‘15살 무렵의 학생이 제대로 씻지도 못한 채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좀비를 죽이기 위해 총 쏘는 훈련을 받고 있는 장면’을 보여준다면 어떨까. 이 세계에 좀비가 들끓고 있으며, 문명 시스템이 없거나 붕괴된 곳이라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하나의 장면으로 여러 정보를 뽑아낼 수 있는 장면을 슬라이스 오브 라이프(삶의 단면)라고 부른다. 

반드시 특별한 사건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주 사소한 장면이라도 좋다. 경우에 따라서는 시장에서 콩나물을 사 오는 장면이라도 슬라이스 오브 라이프가 될 수 있다. 몇 개의 슬라이스 오브 라이프를 만들다 보면 자연스레 인물과 장소, 사건이 규정된다. 

그리고 점점 상상이 확장되며 어떤 인물과 정서를 골라야 할지에 대한 기준이 정해진다. 내가 만든 세계를 돌아다니며 10~20개의 슬라이스 오브 라이프를 만들어 보자. 혹은 그 이상이어도 좋다. 내가 세계관에 푹 젖어 들어갈 때까지, 그 세계관의 밤과 낮, 역사와 현재 등을 상상하고 파악하는 단계까지 가는 것이 이상적이다. 제작자는 세계관에 대한 투어 가이드가 될 만큼 충분히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내 세계관에서 벌어진 사건: 시퀀스]

시퀀스는 사건이 일어나서 캐릭터의 상태를 변화시키는 것까지를 다룬다. 그래서 슬라이스 오브 라이프보다 길고 스토리보다 짧다. 가령 ‘닌자가 지붕을 넘어 출근을 한다’는 슬라이스 오브 라이프지만, ‘닌자가 지붕을 넘다가 의도치 않게 유명한 사무라이를 죽였다’처럼 사건이 일어나면 시퀀스가 된다. 


[클릭을 부르는 한 줄 요약: 로그라인]

로그라인은 간단히 말하면 세계관 한 줄 요약이다. 예를 들면 ‘대낮에 한강에서 괴물 물고기가 나타나 우리 집 막내를 데려갔다’와 같은 것이다. 배경지식으 전혀 없는 상태에서 들어도 고객들이 ‘어서 다음 이야기를 들려줘’라는 말을 하게끔 만든다. 즉, 클릭과 관심, 구매 등을 유도하는 가장 큰 미끼가 로그라인이다. 상업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지니기에, 시중에 로그라인을 설명한 책들이 많으니 참고해도 좋다. 

세계관 제작 단계에서 시퀀스까지는 제작자가 재미있어 하면서 만들었다면, 고객이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는 순간이 바로 로그라인부터다. 그래서 위 도식에서도 로그라인 오른편에 ‘대상 본캐 세계관’이라고 불리는 고객의 세계관과 만나는 접점이 있다. 다시 말해 고객이 정말 재미있어할지 점검하면서 만들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시퀀스를 들려주고 흥미를 보이는지 관찰하는 것도 방법이다.

로그라인에 고객의 본캐 세계관을 어떻게 연결하느냐는 테크닉의 영역이다. 앞서 들었던 한강 괴물 로그라인처럼 보편적인 세계관인 ‘가족’에 연결하는 것이 훌륭한 예시다. 대중에게 호소하고 싶다면 가족이나 사랑과 같은 대중적인 연결점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로그라인은 ‘내 세계관 키워드 클라우드’부터 시작해 ‘키워드 리스트’를 거쳐 ‘슬라이스 오브 라이프’ 등의 과정을 지난 다음에 도달한 것으로서 각 단계와 연결점을 지녀야 한다. 


[캐릭터의 심장을 뛰게 할 결과물: 콘텐츠]

로그라인이 한 줄 요약이라면, 콘텐츠는 로그라인에 타임라인을 부여한 결과물이다. 인물과 사건이 등장하는 시퀀스를 조합하여 시작과 끝을 만든 것이 소설이나 영화가 된다. 지금까지 콘텐츠에 사용될 재료를 만들어 왔기에 이를 하나의 테마로 모으면 누구나 콘텐츠를 뽑아낼 수 있다. 심지어 세계관 제작자가 아니라도 이 재료를 던져주면 각자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절차에 따라 체계적으로 생성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콘텐츠가 고객의 마음 어딘가에 닿는 순간을 ‘샷’이라고 부른다. 고객의 마음에 명중한 것이다. 샷은 가령 스무 살에 헤어진 연인을 10년 만에 다시 만나는 장면이 될 수도 있다. 혹은 로봇 군대가 한순간에 모두 쓰러지는 장면이 될 수도 있다. 이 샷을 얼마나 세련되게 만드느냐가 작가의 실력이다. 중요한 건 이때 샷을 맞는 대상이 고객의 본캐가 아니라 고객의 부캐라는 사실이다. 고객의 본캐가 ‘오프라인에 존재하는 나’라면 부캐는 ‘SF/BL/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나’이다. 앞서 키워드 클라우드에서 설명한 인접 세계관 클라우드를 이해하고 있는 부캐인 것이다. 

부캐가 콘텐츠를 감상한 뒤 ‘샷’을 맞으면, 내 세계관에 들어오게 된다. 드디어 나의 ‘오리지널 세계관’의 고객이 생긴 것이다. 지금까지의 긴 여정의 목표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내 세계관 키워드 클라우드에서 시작되고 연결된 세계관은 이제 확장되고, 상업적으로 팔릴 단계만 남았다.  

세계관 제작의 순서와 구조에 있어 참고가 될 법한 개념과 참고자료를 소개한다. 


[진입 경로]

고객들을 내 세계관으로 진입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대상 본캐 세계관’과의 연결점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나와 아무런 접점도 없는 것에 호감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 인접 세계관을 통해서 들어오기 쉽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고객마다 서로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기에, 각각에 해당하는 인접 세계관을 차곡차곡 하나씩 준비할 수도 있다. 

가령 같은 세대가 공유한 경험을 연결점으로 잡을 수도 있다. 2002년 월드컵이나 IMF와 같은 굵직한 사건일 수도 있고, <기생충>이나 <애니팡>과 같은 인기 콘텐츠일 수도 있다. 뉴진스의 신곡 ‘Ditto’에 등장한 물건들이 3040의 추억을 불러일으킨 것처럼. 혹은 고객의 부캐의 프로파일을 특징으로 잡을 수도 있다. 가령 1인가구라거나 부모라거나, 힙한 카페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이렇게 대상 본캐 세계관이 될 만한 것들을 엑셀 시트에 정리하거나 Scrivener와 같은 글쓰기용 소프트웨어를 이용해도 좋다. 


[키워드 시트]

키워드 시트란 특정 주제를 하나 정하고 그와 관련된 키워드를 정리한 시트를 말한다. 가령 인물 키워드 시트라고 하면 특정 인물과 관련된 사물, 장소, 소속집단 등을 하나의 시트에 정리하는 것이다. 앞서 ‘나의 세계관 키워드 클라우드’와 ‘나의 본캐 세계관’을 정리했다면 보다 익숙하게 작업할 수 있을 것이다. 키워드 시트는 어떤 키워드가 가장 많은 연결점을 가지고 있는지, 그래서 코어가 무엇인지 발견하는 데에 유용하다. 키워드 시트를 통해 확인한 코어는 처음에 생각했던 핵심 키워드와 다른 경우가 많다. 가령 부모님이 나에게 있어 그렇게 연결점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될 수도 있다.


[오프닝 시놉시스]

오프닝 시놉시스는 일종의 세계관 프롤로그다. 오프닝 시놉시스를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기 보다는, 앞서 제작한 슬라이스 오브 라이프에서 내 세계관의 시작, 로그라인의 시작이 될 만한 것들을 끌어오면 된다. 고객이 어떤 장면을 좋아할지를 고민하고 가설을 세워가며 배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전사(Pre history)]

전사는 프리퀄과 비슷한 것이다. 만약 내 세계관에서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시계가 중요한 사물이라면, 그 시계에 어떤 이야기가 얽혀있는지, 어디서 구매했는지 등에 대한 설정이 전사에 해당한다.  


[클리셰 레퍼런스 아카이브 - TV Troops]

세계관을 전부 독창적인 내용으로만 채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설령 가능하다 해도 고객들이 받아들이기에 너무 어려워서 진입조차 하기 어려운 세계관이 될 것이다. 스토리 제작에서는 창의성이 더 부각되지만, 세계관을 만드는 단계에서는 클리셰를 충분히 사용해가며 이곳이 어떤 곳인지 다른 창작자들에게 빠르게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그래서 클리셰를 참조해 시퀀스나 슬라이스 오브 라이프에 첨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때 TV Troops라는 웹페이지를 참고하면 수많은 클리셰가 어떤 상황에서 쓰이는지 정리되어 있어 골라쓰기에 편하다. 가령 이야기에서 주로 빌런이 최후의 일격을 당했을 때 큰 소리로  “NO~~!!”라고 외치는 장면 같은 것들을 발굴할 수 있다.  


편집:진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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