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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은WhtDrgon Mar 27. 2021

세계관을 만든다는 것

210327김동은WhtDrgon.#게임기획자하얀용

<세계관을 만든다는 것. 개요와 첫 실습>

페친이신 모 교수님의 수업 프로젝트 특강을 위해 주말에 원고를 작성하다가 만든 생각의 정리 초안. 강의 내용은 프레젠테이션화 되어 압축되겠지만, 어떤 생각을 통해서 나왔는지 정리하고 추가 정보 제공을 위해, 그리고 페친들을 위해 기록을 남겨두는 글.   


세계관

‘세계관 (世界觀, worldview)이란 어떤 지식이나 관점을 가지고 세계를 근본적으로 인식하는 방식이나 틀이다. 세계관은 자연 철학 즉 근본적이고 실존적이며 규범적인 원리와 함께 주제, 가치, 감정 및 윤리가 포함될 수 있다.’ - 위키백과 

 보통 우리가 말하는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소설의 세계관이란 보통 장대한 설정집이나 일러스트레이션, 내부 설계도 정도를 생각하지만, 핵심은 세계를 통해 세계를 보는 세계 세계관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기존의 세계관과는 달리 우리는 아예 세계를 만드니까! 세계를 새로 만들어서 세계관으로 삼는 것이다. 그렇게 새로 창조된 세계에 작가의 ‘메시지’와 반대되는 세계의 순리에 담는다.  세계관에서 작가는 ‘운명’이라는 역리를 스토리에 담음으로써 세계관+스토리의 결합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관은 귀무가설, 스토리는 대립 가설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들의 삶은 P값이 되어 독자의 삶을 변화시킨다.  (스토리의 P값이 귀무를 무너트리지 못한다면 의미 없는 스토리라는 것까지 비슷하다.) 


세계관 설계 방법론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금일 아행적 수작 후인정)  오늘 남긴 내 발자국이 마침내 뒷사람의 길이 되리니 - 서산대사. 

세계관을 제작하는 것은 기술적인 영역이다. 나는 세계관 제작이 CT, 컬처 테크놀로지의 영역이라고 믿으며, 나는 그 창직의 길에 발자국을 남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훌륭한 세계관 작가는 많아도 세계관 기술자는 내가 탑이라고 혼자 자부하고 있다. (웃음) 농담이다. 세상까지 안가도 내 주변에만해도 고수가 얼마나 많은데. 하지만 정말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게임 기획자였던 나는 게임의 영역에서 미지를 창조했던 이들이 실제 ‘가상세계’의 창조자가 되길 바라는 소망이 있다. 


세계관을 만드는 첫 단계


“어렸을 때 가슴에 항상 새겼던 말이 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그 말을 하셨던 분이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다. “ - 봉준호    


우리가 세계관을 실습하기 위해 표본으로 삼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자산은 바로 자신이다. 세계관뿐 아니라 (자기소개서를 포함한) 모든 창작활동에서 이 작업은 정말 중요하다. 자기 자신은 이 세상에서 내가 내면을 관찰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라는 세계의 연대기>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해보자. 나중에 직접 만들어보길 권한다. (자기 자신이 잘 대답해준다는 뜻은 아니다. 자기 자신은 생각보다 낯설고 부끄럽고 때로는 모욕적이고 고통스럽다.) 


‘나’라는 세계의 연대기와 첫 사건. 


첫 줄은 나의 출생일 것이다. (어떤 분은 수정, 착상, 분열부터 시작할지도 모르겠다.) '사건 Affair'.  이것을 사건이라고 분류해보자. 사건은 살인사건을 의미하는 단어는 아니다. 나는 극 중에서 스토리의 지점이나 분기가 되는 모든 요소들을 사건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연대기는 사건과 시점의 나열이다. 


 <사건: 나의 출생> : 여기에 시간, 장소와 인물이 등장한다. 이건 나중에 하기로 하고, 사건들을 쭉 적어보자. 

연도나 나이 같은 단위 : 출생, 1살, 2살, 3살의 연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일어난 순서도 그리 중요하지는 않다. 좀 철학적 이야기 같지만 어떤 사건은 시간상 뒤에 일어났어도 앞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으니까. 

 중요한 것은 사건이고 무엇이 사건인지 정할 사람은 ‘나’ 뿐이다. 일어나는 사건은 대부분의 사람이 비슷하지만, 같은 사람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게 되는 학교의 입학, 학년의 진학. 졸업, 동호회의 가입. 컴퓨터통신의 시작. 커뮤니티 가입, 이사 등을 나열한다. 

시점 Moments : 어떤 것들은 사건이라 부르기 힘들어서 고민될 텐데 그런 것은 ‘시점’으로 사건과 동일 선상에 적어놓고 나중에 분류하자.  사실 생각해보면 <사건:나의 출생>은 정확히 말하면 내 사건이 아니라 아버지와 어머니가 일으키고, 어머니로 결론난 사건이잖나. 내가 한 게 뭐 있다고. 

그리고 이윽고 현재,  리스트는 현재에 이른다.  <사건:김동은의 글을 읽고 나의 연대기를 제작> 


분류의 기준  

리스트의 분류 기준 작성 : 사건 리스트. 즉 나의 연대기가 만들어졌다면, 이제 ‘메타데이터’라는 것을 만들 차례다. 우리는 분류 키워드와 키워드를 만들 것이다. 


분류 키워드

분류의 분류 금지 :  분류를 위한 키워드를 상상해보자. 우리가 무엇으로 이 연대기를 분류할 수 있을까? 아무렇게나 써봐도 된다. 분류 자체도 나를 나타내 주니까. 어차피 나 자신과의 싸움을 결심하면 3일 내에 승리해 온 나 자신처럼, 나 자신도 나에게 낯선 존재일 수 있으니 지 하는 대로 좀 내버려 두어도 좋다. 쓰이는 대로 써보자. 나는 분류해야 할 것 같은 것들이 100개쯤 쌓일 때까지 분류하지 않는다. 원래 모수가 적으면 군집분석이 안된다. 학교나 조직, 유년기, 소년기 등등. 나중에 알게 되겠지만 모든 키워드가 분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기점 : 지명에 강남/강북/강동/강서, 영동/영남, 호남/호서, 관동/관서, 기전, 해남/해서… 이런 지명들은 ‘어떤 지점’을 기준으로 구분한 것이다. 한강이나, 대관령이나 추풍령, 철령관, 수도(경)와 수도권(기) 같은  강, 고개, 호수 등의 지물이 기준이 된다.  마찬가지로 사건들도 인생의 <랜드마크>가 존재한다. 

 앞서 시간이나 나이의 나열은 중요치 않다고 했는데, 이와 마찬가지다. 위경도나 GPS 좌표로 이야기의 지명을 말하지 않듯 나의 모든 사건들은 사건들끼리 서로 연결된다. <초등학교 입학>은 그것이 가능하게 만든 <사건>이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사건들은 첫 사건과 연결된다.  이곳이 우주의 <빅뱅>이다.  이렇게 연결하면 중요한 사건이 존재하고 이곳을 <기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전사와 시점 Pre-history, moments : 하지만 이 이야기가 <나>에서 시작했듯, 모든 내 사건들에는 내가 있다. (내가 없을 수도 있지. 거기엔 시점이나 전사를 쓰도록 하자)  전사는 나와 관련되지만 내 이전의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대표적으로 부모님이 있다. 내 출생은 생물학적 부와 모의 합작품이고, 거기에도 사연이 있을 것이다. 시점은 내가 이 글을 노트북과 마우스를 써서 작업하는데 노트북 획득 시점과 마우스 구매시점이 있다. 시점은 이럴 때 쓰는 것. 사실 초등학교 입학은 내 분류상 '행사'이지 사건이 아니다. 어딘가에서 했을 입학서류처리는 '시점'이다. '내'가 입학식에 참석해서 '학생'이라는 캐릭터가 된 것이 사건이다. 

 중요 사건과 연결되어있음에도 그냥 애매하지만 분명 있었을 것들이다.라고 부르는 시점도 있을 수 있다. ‘이유도 기억 안 나고 그냥?’에 사건 연결선이 왕창 이어져 있을 수도 있는 게 인생이다. 


내 캐릭터들 The Characters:  분명 나는 한 사람인데 수많은 역할들이 나눠진다. 자식, 손자녀, 사촌, 조카, 형제자매, 학생, 선배, 후배, 서클원, 주민, 취준생, 수험생, 손님, 친구. 독자, 제자, 수강생, 교육생, 수련생, 커뮤니티 일원, 사용자, 구매자, 판매자, 전달자, 종업원….  고민할 것 없다. 모두 ‘캐릭터’로 나눈다.  요즘은 ‘부캐’가 익숙할 테니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 캐릭터들에겐 서로 다른 관계자, 소속, 임무, 도덕, 가치관이 존재한다. 이들은 저마다 구분된 돈과 시간을 사용한다.  나는 일전에 DBR기고를 통해 기업조차 고객 코호트의 기준을 '부캐'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일단 지금은 나에게 존재하는 이 어마어마한 군대와 같은 숫자의 캐릭터들을 따로 표를 만들어보자. 꼭 1번에는 ‘조건 없는 나’를 적어두자.  


사람 Person : 이 모든 캐릭터가 다 합쳐진 것이 사람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가진 캐릭터의 숫자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르는 용어가 다를 수는 있지만) 스토리와 세계관은 사람을 다루는 것이 아니다. 캐릭터를 다룬다. 학생들이 자주 들을 ‘다면적 캐릭터’라는 것은 한 인물에게서 하나 이상의 캐릭터를 스토리에서 다룬다는 뜻이다. (참고: 허락받기) 이해가 안 갈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작품에서 악당을 포함한 주연은 모두 합쳐 '한 명의 사람'이다. 작가의 고유한 메시지를 공유하면서도 다수의 캐릭터들이 저마다 겹치지 않는 차별성이 있어야 하면서도 공통점을 가지기 때문에 나타나는 특성이다.  

 모든 인물에게는 이렇게 많은 캐릭터들이 있고 복합적으로 삶에 영향을 미친다.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이렇게 힘든 것이다. 나 자신과 연결되는 모든 사람들은 그 사람의 캐릭터일 뿐이다. 캐릭터로 사람을 재단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을 수도 있겠다.  그보다는 세계관 작업을 할 때 설사 지나가는 조연이라도 각각 이런 깊은 연결과 다면이 (슈레딩거의 고양이처럼)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조연 Sub-Character:  내가 수많은 캐릭터로 구성되는 부분 외에도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있다. 보호자 외에도 혈연, 지연, 각종 단체의 구성원. 졸업앨범을 가득 채우고, 내 캐릭터가 존재하는 모든 사건과 장소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리스트를 적어보자. 이름이면 이름, 아니면 '같은 반 xx명'같은 숫자. 기억이 안 나면 직업명. 내 연대기의 크레디트가 만들어진다.  중요한 것은 여기에 존재하는 사람들이 '사람'이 아니라 캐릭터라는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캐릭터들 중 하나를 만날 뿐이다. 그래서 어떤 조연은 2명 이상의 캐릭터를 가진다. 엄마가 내가 다니는 학교의 선생님이라던가. 가게 사장님으로 만나 친구가 되었다거나. 복합적이라면 이 캐릭터들의 지위 변화는 사건과 시점으로 구분된다.  여기서 연결이 가지는 확장성과 존재감을 느껴야 한다. 한 캐릭터의 사건과 연대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규모와 면면들. '이 정도쯤?' 


장소 Place  : 각 사건들에는 대체로 장소가 있다. 나, 내 캐릭터가 접촉한 수많은 장소들이 있다. 그곳은 지구의 한국의 어딘가의 위치를 가지고, 토지와 건축물을 가지고 문, 창문, 벽과 계단으로 구성된 공간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나는 게임 2400AD의 감옥과 중앙청 건물을 선명하게 기억하는데, 다른 학생들은 다른 장소일 수 있겠다. 


가상의 장소와 가상의 캐릭터 : 게임의 장소를 장소 리스트에 올렸다면 이제 그 장소에 있었던 캐릭터를 하나 생성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 캐릭터도 ‘나’이다. 굉장히 많이 만들었을 수도 있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나의 연대기>는 수련회 가서 엄마 생각하며 눈물지으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아쉽지만 ‘세계관’에 대한 실습 용도이다. 즉, 가상화를 만들기 위해 현실을 메타 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개념에서 메타가 현실이라는 것을 구분해두면 앞으로 다가올 ‘메타버스’를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내 수많은 캐릭터처럼 가상 캐릭터도 캐릭터 중 하나일 뿐이다.  세계관 제작은 가상화 개념에 대한 숙련된 처리기술을 요구한다. 


사물 Items :  사건들마다 인물과 함께 사물이 있을 수 있다. 소모품류 같은 것들은 ‘데이터 리스트’가 되고, 존재 의미가 있는 것들이 a item이 되고, 더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 것들은 The Item이 된다.  그리고 사물은 또 어떤 사건과 연결되는데, 아무래도 괜찮은 것들은 ‘시점’이 된다. 


그 외의 것들 :  인물(캐릭터), 사건, 사물, 장소까지 나왔으면 중요한 건 다 분류한 것이다. 나는 이 외에 규칙, 법칙, 생물, 타이틀, 문장, 행사 같은 다른 분류를 사용하고, 또 이 대분류들 아래에 하위분류들. 인물/엑스트라. 같이.  이제 첫 실습이 끝났다. 


<나라는 세계의 연대기>에서 기억할 것 :  이 (가상의) 실습에서 기억해야 할 것은 이 볼륨감이다. 실제는 이렇게 구성되어있고, 주인공의 총에 죽은 악당 엑스트라의 삶도 이런 볼륨을 가지고 있다. 세계의 건물 하나 문짝 하나에도 수많은 연결선들이 존재한다.  이 선들이 존재한다고 믿게 만드는 것. 이 깊이감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세계관이 불신의 정지를 이끌고 이런 요소 때문에 사람들을 세계에 다이브 시켜서 흠뻑 세계를 향유하게 만들 수 있고, 세계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일으킬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씬의 구성요소  

이제 사건에 캐릭터, 장소, 사물을 배치할 수 있다.  세계관 입장에서는 어떤 스토리가 펼쳐질 준비가 모두 끝난 것이다. 세계관의 기술적 구현은 이런 흐름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이제 우리가 다음에 할 일은 세계관이 만드는 순리의 핵심 구성요소인 패턴/루틴이다.


블랙 시놉시스와 핑크 시놉시스 :  이건 내 멋대로의 분류인데 블랙 시놉시스는 메인 퀘스트 같은 것으로 인물, 사건, 사물, 장소의 영구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들이고, 핑크 시놉은 그냥 구성을 바꿔서 계속 등장하는 것들이다.  판타지 소설로 따지면 주연의 죽음이나 왕국의 멸망이 블랙이고, 오늘의 모험이 핑크이다. 판타지가 익숙하지 않으면 탐정의 사건 해결이 핑크, 탐정 동료의 죽음이 블랙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렇게 핵심 시놉시스와 패턴 시놉시스로 구분이 되는데, 이 패턴 시놉시스가 세계관이 다루는 항목이다.


패턴과 예측. 세계관의 완성 : 세계관에 모든 캐릭터들에게 패턴, 루틴, 사이클이 존재하고 삶의 일면을 이룬다. 이것이 모이면 세계관이 형성하는 ‘순리’가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출근하고, 퇴근하고, 가게에 손님이 오고, 오늘도 데이트를 하고, 버스가 오고, 수업이 시작된다.  세계관은 바로 이 패턴들을 구성하여 세계관 안의 사회, 국가, 사람들의 인식과 정서, 사고방식, 문화들을 설정해내는 것이다. 신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을 수 있고, 그에 따라 사람들의 패턴이 고정되고, 삶에 대한 나름의 논리적이고도 합리적이며 납득 가능한 태도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인과율 Causality

이제 진짜 마지막이다. 이 세계의 세계관은 인과율로 귀결된다. 우리가 만든 점들과 연결된 선들은 1차원과 2차원을 지나 다차원의 시공 입방체를 만든다. 최초 사건부터 가장 중요한 사건에 이르는 나열을 만들고, 그 연결선들을 이 나열에 맞추어 정리한다. 나머지 사건들과 연결선들은 어떤 식으로든 이 나열에 기여하게 된다. 세계관 제작은 이것을 만드는 작업이다. '깊은 세계관이 없다'라는 것은 이게 없다는 뜻이다. 열거된 주민들은 모든 장소에서 모든 사물들을 가지고 인과율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그게 남자가 노예화되어있든, 눈에서 레이저를 쏘든, 외계 전함에게 지구를 던져버리든 모든 '허무맹랑'들이 독자와 창작자의 머릿속에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건들의 인과율을 구성하게 된다. 이제 말할 수 있다. 이게 세계관 기술자인 월드 크리에이터의 최종 산출물이다. 자, 여기 '세계관'이 있다.


키워드들 Keywords

앞서 다룬 것들은 '분류 키워드'라는 메타데이터 들일뿐이다. 인물, 사건, 사물, 장소와 기타 등등의 수많은 키워드들은 별도의 항목이 되고, 각종 자료들이 채워진다. 제품의 상세도, 아파트의 구조도, 동네 지도, 시계의 광고 팸플릿, 생산 회사, 각종 직업들.  필요한 만큼의 자료들이 키워드들을 통해 확장될 수 있다.  이 키워드들은 태그라는 이름으로도 부를 수 있고, 이런 분류 외에 모든 곳에 쓰이고 있다. 게임, 만화 등등. 모든 개인들은 취향이 있고, 그 취향들은 소재, 장르, 클리세, 신을 나타내서 작품의 성격을 구성하게 되기 때문에, 세계관 입장에선 유무형의 최소 단위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은 '둘은 한 식당에 들어갔다'로 되지만, 웹툰이나 애니메이션, 드라마에서는 시각화를 위해 디테일이 필요하다. 물론 해당 콘텐츠팀에서 대부분 처리하겠지만, 세계관에 관여되어 준수해야 할 것이 있거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자료 단위를 유지하는데 키워드를 사용한다. 



스토리 : 인과율을 깨다

"1910년의 만주. 석탄 냄새 가득한 한 역에 하얀 피부에 파란 눈을 가진 한 여성이 기차에서 내려 플랫폼에 발을 디뎠다."....라고 한다면,  세계관이 탄탄하다면 이제 이 여성이 뭘 할지 뻔한 것들, 세계관의 순리가 저절로 떠오른다. 레이저총을 뽑아 들고 갑자기 나타나 사람들을 당황시키는 날개 달린 것들에 난사를 해도, 기차 바퀴에 온갖 좀비들의 파편들이 엉겨있어도, 기차가 이제 공중 부양해서 하늘을 날아가도, 여자가 두 개의 팔로 짐을 들고, 나머지 두 개의 팔로 화장을 고쳐도.. 세계관은 이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의심 없이 받아들이도록 만들어놨을 것이다. 순리. 그리고 불신의 정지. 

  하지만 이 여성은 주인공이다. 스토리는 뭐다? ‘역리’. 작가는 이제 주인공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정적인 주인공은 난동을 거쳐 인과율을 깨서 세계를 변화시킬 것이고, 동적인 주인공은 정적인 자기 탐구를 지나 세계를 변화시킬 것이다. 부지런히 만든 견고한 세계관이 주인공에 의해 바뀌어질 시간이다. 세계관에서 스토리가 쓰인다는 것은 화려한 결혼식 케이크를 자르는 때처럼 정말 멋진 순간인 것이다. 

 그래서 스토리에게 설정을 (무시하는 것 말고) 어기지말라고 해서는 안된다. 이것이 (지자체, 게임,영화 홍보용,아이돌 기타등등 무언가) 기반의 스토리가 한결같이 재미없는 이유이다. 

세계관은 작품의 모든 것을 집대성하고 인과율을 만들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스토리가 활약할 공간을 만든다. 즉, 바탕색으로서 이제 주인공이 그리는 메시지를 뚜렷하게 존재하게 만드는 바탕이 된다. 


월드 크리에이터. 세계관의 제작과 MUOS의 운영자.

 전자 게임 개발의 모든 직종이 과거에 어느 순간에는 '한 게임 제작자'의 몫이었고, 그는 프로그래머였다. 왜냐하면 프로그래밍을 못하면 전자게임을 성립시킬 수 없으니까. 하지만 MMORPG를 기점으로 게임기획자라는 전문직능이 분리됐고, 기획자 역시 많은 분류를 가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모든 상상과 설정은 작가의 몫이었지만 그는 '라이터'라고 불린다. 글을 쓰지 못하면 작품을 만들 수 없으니까.  하지만 타이프라이터와 라이터가 다른 지위를 가지고 있듯 그것은 대표성일 뿐이지 모든 일을 혼자 하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세상은 많은 작가와 감독들이 저마다의 매체에서 능력을 발휘하면서도 동시에 모든 작품의 일관성을 하나의 캠페인으로 묶는 프랜차이즈 IP가 태동했고, 월드 크리에이터, 세계관 디자이너가 직능으로서 성립할 수 있는 것이다. 

스토리는 그 한계가 뚜렷하게 존재하고, 스토리를 위해 최소한의 세계관을 설정하는데, 그 배경 설정이란 스토리에 묻어있는 설탕 같은 세계관의 파편들이다. 훌륭한 작품들은 핍진성을 완성할 배경 설정을 충분히 갖추고 있고, 이 설정들은 자연발생적 세계관을 만든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그것을 인위적, 기술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마치 대중문화를 지배하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옛날이야기들'처럼. 

 동양 수묵화에서 종종 달은 그려지지 않는다. 그림의 세계에서 가장 밝은 것은 흰색을 칠하지 않는 이상 종이 그 자체일 테니까.  달의 존재는 주변에 먹으로 그려진 구름으로 나타난다.     

 세계관은 세계로서 세계를 해석하게 만드는 세계 세계관이다.  이 세계는 메시지를 위한 가장 세련된 이심전심, 염화미소의 경지에 이른 예술적 작품 활동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상한 말처럼 들리지만 세계관은 '작위적이지 않은' 작위의 세계인 것이다. 뭔가 멋지지 않나?  

 이제 세계관은 소설, 만화, 영화, 애니, 드라마, 음악과 그 외 모든 형식을 통해 창작의 요람이자 거버넌스가 되고, 다시 그 구현물을 받아들임으로써 MUOS를 통해 성장해간다. 




참고 : ‘호숫가의 집’   

독자에게 코드를 전송한다는 말은  무엇인가?  "자 여기 호수가 있고, 그 옆에 집이 있다." 

이제 당신은 그 집의 지붕 모양을 알고 있다.... 하략

참조. 호숫가의 집  https://brunch.co.kr/@whtdrgon/26

세계관은 작가의 자동 스크립팅을 특별한 모양으로 만들어준다. 


세계관은 독자와 창작자의 본능적인 '코드 재구성'에 재료를 공급한다.  작가로서 독자에게 코드를 전송하기 위해서는 당신이 훨씬 많은 양의 코드를 코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물며 그 창작의 요람이 되어 스토리의 규약이 되는 세계를 만드는 사람이야 오죽할까... 하략

참조 : 그림을 엄청나게 보는 훈련 https://www.facebook.com/whtdrgon/posts/1944536362245866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은 "세계관의 근본이 되는 원전이 책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이면 어떻게 해야 하나?"

-끝-


"취미를 깊게 하고, 지식을 흡수하고, 교류 관계를 넓히고, 견식을 높이는 것은 굳이 마스터링의 향상뿐 아니라, 다양한 면에서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뜻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마스터링을 향상 시키고자 하는 것]과 [보다 좋은 인생을 사는 것]이 거의 같은 의미가 됩니다. 왜냐하면 뛰어난 게임 마스터는 인생을 깊게 배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게임 마스터로서 숙달되는 것, 그것은 즉 인생에 숙달되는 것. 이러한 삶이야말로 게임 마스터로서의 삶, 게임 마스터로서의 인생, Live as a Game master인 것입니다." TRPG 게임마스터 바바 히데카즈 



* 커버 사진의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Let_there_be_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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