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The Company'와 'a company'는 다르다.
법률 계약서를 본 적 있습니까?
영문 계약서에는 독특한 규칙이 있습니다. 첫 글자가 대문자인 단어는 일반 명사가 아닙니다.
"the company"는 세상의 많은 회사 중 하나입니다. "The Company"는 이 계약서에 서명한 당사자입니다.
대문자 하나가 수천억 원의 가치를 결정합니다. 법정에서 "우리는 'the company'라고 썼지, 'The Company'라고 쓰지 않았다"는 주장이 소송의 운명을 바꿉니다. 정의된 용어(Defined Terms)는 계약서 전체를 지배합니다.
당신의 세계관도 그래야 합니다.
"the empire"와 "The Empire"는 다릅니다. 전자는 일반적인 제국, 후자는 주인공이 속한 그 제국입니다. "a black knight"는 검은 갑옷을 입은 기사 중 하나, "The Black Knight"는 독자가 기억해야 할 고유한 존재입니다.
7화에서 우리는 정책을 세웠습니다. 김치를 Kimchi로 쓸지, Spicy Cabbage로 쓰지. 음역과 의역 중 무엇을 선택할지 결정했습니다.
8화에서는 고정합니다. Kimchi로 정했다면, Gimchi도, Kim-chi도, Kimchee도 허용하지 않습니다. 김철수를 Kim Cheolsu로 정했다면, Cheolsu Kim도, Kim Chul-soo도, Kim Chulsoo도 허용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대상은 하나의 이름만 가져야 합니다 (One Entity, One Name).
이것은 번역의 문제가 아닙니다. 세계관의 기둥을 박는 일입니다. 흔들리지 않는 기둥이 있어야 독자가 몰입할 수 있습니다.
고유명사를 고정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역사가 증명합니다.
과거 서구권은 중국 수도를 'Peking'으로 불렀습니다. 18세기 선교사들이 만든 웨이드-자일스(Wade-Giles) 표기법에 따른 것입니다. 우편 지도, 외교 문서, 무역 계약... 200년 넘게 모든 곳에 Peking이 박혀 있었습니다.
1979년, 중국 정부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한어병음(Pinyin)을 국제 표준으로 밀어붙였습니다. 자국 지명을 자국 방식으로 표기하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UN과 ISO가 이를 채택하며 전 세계 데이터가 'Beijing'으로 교체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Peking Duck(베이징 오리구이)'와 'Beijing Airport(베이징 공항)'가 공존합니다. 베이징대학교는 여전히 영문명을 'Peking University'로 씁니다. 100년 역사를 가진 브랜드를 바꾸지 않은 것입니다.
주목할 점: AI는 이 역사적 맥락을 모릅니다. 학습 데이터에서 Peking은 주로 음식(Duck)과 함께 등장하고, Beijing은 주로 장소(Airport, Olympics)와 함께 등장했습니다. AI는 패턴을 학습했지만, 이 둘이 같은 도시라는 것을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맥락에 따라 여전히 헷갈립니다.
하나의 대상(베이징)이 두 개의 이름(Peking/Beijing)을 가지면, 시스템은 영원히 혼란스럽습니다. 검색 엔진에서 'Peking travel'을 검색하면 일부 결과는 음식 레시피, 일부는 여행 정보가 나옵니다. 데이터가 분열되어 있습니다.
글로서리 적용: 여러분의 세계관에 중요한 지명이 있습니까? 지금 고정하십시오. 1화에서 'Celestia'로 썼다가 5화에서 'Selestia'로 쓰고, 8화에서 'Celestria'로 쓰면? 독자는 세 개의 다른 도시로 인식합니다. 나중에 바꾸려면 모든 데이터를 재번역해야 합니다.
1999년 9월 23일, NASA의 화성 기후 궤도선(Mars Climate Orbiter)이 화성 대기권에서 폭발했습니다. 개발 기간 4년, 비용 1,400억 원이 순식간에 증발했습니다.
원인은 단순했습니다. 단위 불일치.
록히드 마틴은 추진력 데이터를 야드파운드법(파운드-초)으로 작성했습니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는 이것을 미터법(뉴턴-초)으로 해석했습니다. 궤도선은 계획보다 훨씬 낮게 진입했고, 대기 마찰로 타버렸습니다.
조사위원회 보고서는 이렇게 결론 내렸습니다: "단위 변환 오류(Unit conversion error)."
주목할 점: 단위(Unit)도 고유명사의 일부입니다. 'mile'과 'kilometer'는 단순히 숫자만 다른 것이 아닙니다. 문화가 다릅니다. 미국인이 "5 miles away"라고 말할 때, 그것은 '8km 거리'가 아닙니다. '차로 10분' 정도의 감각입니다.
판타지 소설의 '300척(尺) 거리'를 '90미터'로 환산하면 어떻게 될까요? 수학적으로는 정확합니다. 하지만 무협지에서 '미터'라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 몰입은 깨집니다. 독자는 "이게 무슨 현대물인가?"라고 의아해합니다.
SF에서 "3광년 거리"를 "28조 3,920억 킬로미터"로 바꾸면? 시적 상상력이 건조한 수치로 전락합니다.
정책: 단위를 함부로 환산하지 마십시오. 세계관의 공기(Atmosphere)를 지키십시오. 척은 척으로, 광년은 광년으로 남겨두십시오. 독자는 정확한 숫자가 아니라 '감각'을 원합니다.
서울은 과거 여러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조선시대에는 한양(Hanyang). 일제강점기에는 경성(Kyongsong, 한자로는 京城), 일본어로는 게이조(Keijo). 해방 후에도 한동안 'Han-yang'이라는 로마자 표기가 잔존했습니다.
1950년대, 대한민국 정부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영문 표기를 'Seoul'로 고정했습니다. 한자 표기를 버리고 순우리말 '서울'을 국제 무대에 내세운 것입니다.
더 나아갔습니다. 2005년, 중국어 표기까지 '首爾(수얼, Shou'er)'로 지정하여 공식 배포했습니다. 기존에 중국은 서울을 '漢城(한성, Hancheng)'이라 불렀습니다. 한양의 한자 표기를 그대로 쓴 것입니다. 한국 정부는 이것을 공식적으로 폐기했습니다. "우리 수도를 한자로 쓰지 마십시오. 우리가 정한 표기를 쓰십시오."
주목할 점: 고유명사의 표기는 주권의 행사입니다. 국가는 자국 지명을 타국에 어떻게 불릴지 통제하려 합니다. 베이징이 Peking을 밀어내고 Beijing을 강제한 것처럼, 서울은 한성(漢城)을 밀어내고 수얼(首爾)을 강제했습니다.
작가는 자기 세계관의 정부입니다. 지명을 선포하고 고정할 권한과 책임이 있습니다. 독자들이 여러분의 제국 수도를 제각각 다르게 부르게 두지 마십시오. 당신이 정한 하나의 이름만 유통되게 하십시오.
여러분의 '제국 수도'는 무엇입니까? Celestia입니까, Selestia입니까, Celestria입니까? 지금 고정하십시오. 나중에 독자가 부르는 이름이 제각각이면, 당신은 통제력을 잃습니다.
번역은 수학이 아닙니다. 정확한 환산이 오히려 독을 푸는 경우가 있습니다.
미국 속담에 "Go the extra mile(한 걸음 더 나아가다)"이 있습니다. 마라톤이든 사업이든, 마지막 고비를 넘어 더 나아가라는 뜻입니다.
이것을 한국어로 번역할 때, 당신은 어떻게 쓰겠습니까?
"추가로 1.6km 더 나아가라"?
수학적 정확성: 100% 감동의 전달: 0%
1 mile = 1.60934 km입니다. 틀린 계산이 아닙니다. 하지만 문학적으로, "최후의 1마일"과 "최후의 1.6km"는 완전히 다른 세계입니다.
"최후의 1마일"이라는 표현에는 역사가 있습니다. 마라톤의 마지막 구간, 배달의 마지막 거리, 인내의 끝... '1마일'이라는 단어가 가진 문화적 무게가 있습니다. 미국인에게 1마일은 '걸을 만한 거리'입니다. 가까우면서도 버거운, 절묘한 거리감입니다.
"최후의 1.6km"는 내비게이션 안내방송입니다. 정확하지만 건조합니다. 비장미가 사라지고, GPS 좌표만 남습니다.
번역은 수학이 아니라 감각입니다.
판타지 소설에서 "300척 거리에서 검기를 날렸다"를 "91.44미터 거리에서 검기를 날렸다"로 바꾸는 순간, 세계관은 무너집니다. 독자는 "왜 갑자기 미터가 나와?"라고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무협지에서 "300리 밖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를 "약 120km 밖에서..."로 바꾸면? 무협의 과장된 감각, 초인적 청각의 신비함이 사라지고, "그게 물리적으로 가능해?"라는 현실적 의문만 남습니다.
SF에서 "광년(Light Year)"을 "9조 4,600억 킬로미터"로 바꾸면? 우주의 광대함을 표현하던 시적 상상력이, 이해할 수 없는 숫자 나열로 전락합니다.
정책: 단위는 세계관의 물성(Texture)입니다. 함부로 환산하지 마십시오. 척은 척으로, 리는 리로, 광년은 광년으로 남겨두십시오. 독자는 정확한 숫자를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득히 먼 거리'라는 감각을 원합니다.
Directive 예시:
Keyword: 척(尺)
Type_Grammar: Common Noun
Type_Semantic: 사물 > 단위
en: Cheok (keep unit name)
Directive: Do not convert to meters. This is a cultural unit that defines the worldbuilding atmosphere. Readers need the feeling, not the exact number.
이름에는 나이가 있습니다.
제 영어 이름인 'Tony'라는 이름은 1960-70년대 미국에서 피크를 찍었습니다. 이탈리아계 이민자 2세대가 많이 썼던 이름입니다. 지금 2025년 기준으로 Tony는 5060대 이름입니다. 현재 20대 미국인 중에 Tony는 거의 없습니다.
만약 여러분의 주인공이 2000년생 20대 미국 청년이라면, Tony는 어색합니다. 독자는 "이 사람 왜 이렇게 옛날 이름이지?"라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의도적으로 전통적인 이름을 지어준 것이 아니라면, 시대감이 맞지 않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옥분', '순자', '영희'는 1940~60년대 이름입니다. 2000년대생 캐릭터에게 이런 이름을 붙이면 독자는 할머니를 떠올립니다. 반대로 '서연', '민준', '하준'은 2010년대 이름입니다. 1950년대 배경 소설에 이런 이름이 나오면 시대감이 무너집니다.
물론 의도적으로 고전적인 이름을 쓸 때도 있습니다. 역사물의 인물, 판타지의 고대 귀족, 전통을 지키는 가문... 이런 캐릭터는 빈티지(Vintage) 느낌의 이름이 어울립니다.
문제는 AI가 멋대로 '회춘'시킨다는 것입니다.
AI는 '옥분'을 보고 "Old-fashioned name, modernize it"이라고 판단해서 'Olivia'나 'Sophia' 같은 세련된 이름으로 의역할 수 있습니다. 작가가 의도한 촌스러움, 시골 출신의 느낌, 가난한 집안의 정서... 이 모든 뉘앙스가 사라집니다.
반대로 현대 청년 캐릭터의 이름 '민준'을 현지화시키기로 했다 칩시다. 그건 정책의 문제니까 괜찮습니다. 하지만 AI가 'Anthony'로 번역하면? 갑자기 50대 이탈리아계 미국인이 됩니다.
정책: 이름의 시대감을 고정하십시오. AI에게 "이 이름은 빈티지 느낌을 유지하라" 또는 "이 이름은 현대적으로 보이게 하라"고 명확히 지시해야 합니다.
Directive 예시:
Keyword: 옥분
Type_Grammar: Proper Noun
Type_Semantic: 인물 > 이름
en: Ok-bun
Directive: Keep the archaic/rustic nuance. Do not modernize to trendy names like Olivia or Sophia. This is a 1950s Korean rural name, reflecting the character's humble background.
이제 실전입니다. '김철수'를 영어로 쓸 때, 당신은 무엇을 선택하겠습니까?
순서의 문제:
서구식 (Given-Family): Cheolsu Kim
동양식 (Family-Given): Kim Cheolsu
철자의 문제:
이(李): Lee (관습), Yi (표준), Rhee (과거)
박(朴): Park (관습), Bak (표준)
최(崔): Choi (관습), Choe (표준)
정(鄭): Jung (관습), Jeong (표준)
AI에게 맡기면 어떻게 될까요? 매번 다르게 씁니다.
1화: Cheolsu Kim 3화: Kim Cheol-su 5화: Kim Chul-soo 8화: Kim Cheolsu
독자는 혼란스럽습니다. "이 사람들 다 다른 사람 아냐? 김철수가 몇 명이야?"
실화입니다.
한 가족이 해외여행을 갔습니다. 아버지 여권은 'Jung'으로, 아들 여권은 'Jeong'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같은 성(姓) '정(鄭)'인데, 여권을 만들 때 담당 직원이 다른 표기법을 적용한 것입니다.
공항 입국심사대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Are you really family? Your last names are different."
심사관은 Jung과 Jeong을 다른 성으로 봤습니다. 가족 관계를 증명하는 데 30분이 걸렸습니다. 결혼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를 보여주고, 한국어 발음이 같다고 설명해야 했습니다. 철자 하나 때문입니다.
소설도 마찬가지입니다.
형제 캐릭터의 성(Family Name) 철자가 다르면, 독자는 남남으로 오해합니다. 아버지가 'Lee Minsu', 아들이 'Yi Junho'라면? 독자는 "이 사람들 같은 가문 아니었어?"라고 헷갈립니다.
데이터의 일관성이 '가족 관계'를 증명합니다. 글로서리에서 한 가문의 성(Surname) 철자를 고정하지 않으면, AI는 매번 다르게 번역합니다. 'Lee'로 쓸 때도 있고, 'Yi'로 쓸 때도 있고, 'Rhee'로 쓸 때도 있습니다. 독자는 이들이 같은 집안인지 알 수 없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Bong Joon-ho'로 표기합니다. 'Joon-ho Bong'이 아닙니다.
손흥민 선수는 'Son Heung-min'입니다. 'Heung-min Son'이 아닙니다.
넷플릭스, 국제 영화제, 문화체육관광부... 모두 한국 인명을 성-이름 순서(Family-Given)로 표기하는 추세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표기법 문제가 아닙니다. 문화적 자존심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서구 방식에 맞추지 않습니다. 우리 방식을 고수합니다."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진핑은 'Xi Jinping'입니다. 'Jinping Xi'가 아닙니다. 일본은 2020년부터 공식 문서에서 성-이름 순서를 권장합니다. 아베 신조는 'Abe Shinzo'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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