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제

정의되지 않은 너에게

by 미로



많은 사람이 슬프고 우울하다. 슬픔과 우울은 이제 넘치고 넘쳐서 한시적으로 순간을 두드리는 게 아닌 몸을

잠식해버린다. 잠식되어버린 감정은 잠시지만 나를 변화시키고 나는 혹은 너는 그 잠식된 모습을 ‘우울한 나’로 정의하고 자신의 한 면이라며 자신의 스펙트럼 중 하나라고 인정한다. 우울의 나를 회피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러나, 그렇지만 변화의 시작은 직면이지만



당신은 결국 우울에 잠식되고, ‘우울한 나’는 ‘우울하기만 한 나’로 변화하게 된다. 어딘가를 깊게 들여다보면 좋고 싫고를 떠나 그것에 매료되고, 본래의 나는 사라지고, 그것에 매료된 나만이 존재한다. 감정을 직면한 너는 혹은 나는 극복이 아닌 그 면에 빠져들게 변화되고, 우울 속으로 슬픔 속으로 후루룩 빨려 들어간다.



너는 울고 화를 내고 자신의 모습에 자괴를 느끼지만 그렇게 만든 슬픔과 우울에겐 화내지 못하고 귀를 접고 꼬리를 내린다. 당신을 그렇게 만든 것에, 친근을 느끼고 친구라고 생각한다. 그 친구는 너를 두들겨 패고 돈을 빼앗고 너를 하찮은 인간으로 생각하고 행동하지만, 웃어주고 놀아주는 개좆같은 친구다.



아닐지도 모른다. 너는.



하지만 너는 ‘할 수 있다’, ‘힘내라’, ‘너는 좋은 사람이다’ 라는 말을 싫어한다. 그걸 좆같아한다. 진짜 좆같은 친구는 그대로 두고서. 위의 말도 제정신은 아니다. 하지만 개좆, 까지는 아닌 좆같은 정도의 말이다.



모른다. 나는.



당신의 시기와 순간을 잠식할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절대로. 그것을 욕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러나 그렇지만, 너는 안다. 좆같은 친구의 전화를 받지 않고 카톡을 차단하고 집 앞에 찾아오면 욕을 내뱉고 침을 뱉고 있는 힘껏 걷어차고 경찰에 신고해버리는, 그런 종류의 행동을 알고 있다.



하지만 너는 혹은 나는



하지 못한다. 하지 않는다. 아직 하지 않았다. 시기와 순간이 오지 않았다. 당신의 변곡점이라 할 수 있는 그 순간이. 새까만 스펙트럼에 빛이 통과할 그 순간이.



오늘 밤에 밤이지만 밤이 아닌 백야가 펼쳐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어처구니없지만, 당신은 그 ‘예상’ 밖의 일을 확신할 수 없다. 당신은 06월 14일에서 15일로 넘어가는 새벽도 확신할 수 없는 미약한 존재라 밤에 밤이 온다라고 예상 밖에 할 수 없는 확신할 수 없는, 순간을 정의하고 확신하는 것을 해서는 안 되는 하찮은 존재다. 1분 뒤에 자신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 근거와 증거가 없는 하찮고 미완의 존재. 그게 너, 나, 당신, 그리고 누나.



자신을 쉽게 낙인 찍는 오만하기 짝이 없는 당신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

정의 내리지 않길 바라는 길고 긴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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