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나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하루가 멀다하고 화가 날 때가 많다. 명백하게 아이가 잘못한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혹은 기대대로 반응하지 않아서 분노하게 된다. 더구나 회사에서 안좋은 일이 있는 경우, 평소에는 그냥 넘어갈 일에도 참지 못하곤 한다.
화를 내고난 뒤에는 늘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더불어 자기합리화 단계를 거친다.
"내가 너무 심했나? 좀더 유연하게 대화로 하면 되지 않았을까?"
"영화에 나오는 외국 부모들처럼 친구처럼 멋진 말로 타이르면 어땠을까?"
그러면서도
"오늘 애 행동은 바로잡을 수밖에 없었어"
"평소에도 그랬는데 걱정이야. 잘 가르치지 않으면 커서 더 힘들거야. 다 그 아이를 위한 거야"
"바깥에서 너무 힘들었어. 좀 심하긴 했지만 가족이니까 이해할꺼야"
하지만 아이는 자기 잘못을 통렬히 뉘우치고 부모의 진심어린 사랑에 감동받아 눈물을 흘리며 잠자리에 들까.
그런 친구가 얼마나 많을까. 만약이라도 있다면 하늘이 내린 효심이라고 봐도 될 듯 싶다.
결국 우리는 아이의 잘못을 바로잡겠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도 못한 채 부모자식 관계만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즉 부모의 착각일 가능성이 높다는 소리다.
화는 이성의 영역이라기 보다 본능에 가깝고 그렇다 보니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오게 된다. 화를 낸다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며 무조건적으로 억눌러야 하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문제는 감정 표현의 방식은 바로 대물림된다는 점이다.
위에서 말했지만 자극에 대한 즉자적 반응이다 보니 이성과 논리가 아닌 부모로부터 봐왔던 그 방식, 그대로 닮는다는 말이다.
Q : 욱하는 성격이 만들어지는 데는 부모의 책임이 가장 큰가.
A : “그렇다. 감정 발달은 후천적이다. 부모와 자녀 관계에서 학습된다. 공격적인 감정은 강력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다른 감정보다 금방 배운다. 욱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감정 발달과 감정 조절이 미숙해진다. 당황·민망·슬픔 등 다양한 감정이 ‘욱’으로만 표현된다. 또 자기의 감정을 지키기 위해 부모와 대립하게 되면서 점점 사나워진다.
옛말에 '보고 배운대로 논다'라는 말처럼 본능과 감정이 앞설 때 스스로도 모르게 부모가 보여준 행동방식을 그대로 따르기 쉽다. 의식이 아닌 무의식이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우리 부모처럼 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그렇게 살고 있거나 아니면 과도하게 그것만 억누르며 살게 된다.
분노조절 장애가 증가하는 것은 우리 부모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살기 팍팍했지만 서로를 도와주는 공동체적 의식과 경제성장기의 고용안정이 과거에 있었지만 불안과 불신이 가득한 현실에서 '항시적 분노'는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른도 아이도 가릴 것 없이 분노로 가득한 사회, 늘 약간의 트리거만 있으면 분노가 폭발하는 사회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사회 탓만 할 수 없기에 아이 키우는 부모라면 화를 내고 분노를 표현하는 방식을 가르쳐야 한다. 배우지 못했지만 우리 아이들을 그렇게 키울 수는 없기에...
방법은 간단하지만 쉽지는 않다. '분노를 다스린다?'라는 글에서 말했듯이 분노가 치밀어오르는 순간에 화의 근본 감정은 무엇인지 알아차려야 한다. 그것이 억울함인지, 좌절감이나 열등감인지, 낮은 자존감인지, 두려움인지, 생존에의 본능적 욕구인지 말이다.
말처럼 쉽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를 위해서도 우리를 닮을 아이를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분노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순간 분노는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올라오게 되고 필요하다면 적절히 화내는 법을 깨달을 수 있다고 본다.
* 이 글은 블로그 '귀차니스트의 변명'에도 실렸습니다. https://anihil.tistory.com/2510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