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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무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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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올 May 21. 2018

유유

 이가 끊어졌다. 말 그대로 끊어지는.  떨어진 게 입 속에서 턱 하니 나왔다. 고통은 남아있다. 왼쪽 윗 잇몸을 알알히 찢는 기분이 코를 돌아 눈으로 머리 끝까지 솟구치는 듯 하였다.
 꿈이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늘 그런대로 전날의 약속을 외면 당한 탓이 컸다. 우울감은 단숨에 날 도너츠 2개와 이른 취침이라는 ‘불타는’은 고사하고 보잘 것 없는 흐느끼는 금요일로 몰고 갔다.
 역에서 우린 또 얼굴을 붉혔다. 눈물 삽십 방울과 눈물 네 줄기의 굳은 맹약은 맥없이 늦봄의 무심한 바람에 흩어졌다. 끝이라며, 살갗에서 사소한 떨림은 지진처럼 느껴졌다.
 한시간이 넘는 시끄러운 지하철의 정적에서 우리는 곧장 숲 어딘가의 슬픈 자리로 이동하였다. 큰소리는 오가지 않았다. 함성이 없는 전쟁. 칼과 창 하나 보이지 않은 고요.
 누구 하나 물러서지 않는 이 전장에서 우리는 모두 패자다. 빛나던 시간을 전부 약탈당하고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흐른다. 눈을 타고 볼을 타고. 뜨겁게 아득하게. 이렇게 적고나서 끝으로 스페이스를 두 번 누르다 그만 실수로 ㅠ를 두 번 누르다. 끝. ㅠㅠ

 빛을 짓다 또 어둠을 짓는 일이 지겨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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