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화면, 깜빡이는 커서
선과 공백이 정박으로 드나드는 그새에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 생각했다 문득
그러나 괴로운 날들에 비할 바가 되지 못해
서러운 카페에서 한 발자국도 나서지 못하였다고
시간은 야속하였다, 그렇게 떠난 주인이
아직도 그 자리에서 울고 있다 시간은
울면, 그러면 누구라도 달려와 위로하며 들쳐업어줄 것처럼
묵묵히 보고 있다 나는,
그 장례가 끝나기를
서러운 곡이 멈추기를
삼일이면 충분하다 누군가가 그랬다
사십구일이면 충분하다
관대한 이는 또 그렇게 말했다
다른 누구
더 너그러운 사람
한없이 따뜻한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 위로받고 싶다
그를 추억하며
영원히 향내를 맡으며
차가운 흙바닥에
그 온기를 놓지 않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