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전시장 바닥에 ‘사탕’이 쌓여 있는 이유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 작품 해석

by 와이아트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 작품을 감상하는
5가지 키워드



여기 전시장 바닥에 175파운드(약 79kg)의 사탕이 쌓여 있다. 가져가도 되고, 다음 날 같은 양으로 다시 채워진다.


default.jpg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 Untitled(Portrait of Ross in L.A.), 1991. ©The Felix Gonzalez-Torres Foundation


미국의 현대미술가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Felix Gonzalez-Torres, 1957-1996)의 ‘사탕 연작’ 중 하나인 <무제(L.A.에서 로스의 초상화)>이다. 그는 이 작품에서 자신의 동성 연인이었던 로스 레이콕(Ross Laycock)의 몸무게인 175파운드를 사탕더미로 표현했다. 관람자들이 사탕을 가져가거나 먹을 수 있게 함으로써 연인의 투병 과정과 죽음을 은유한다.


238e23909e84936fc76de84287079cbb.jpeg Untitled(Portrait of Ross in L.A.) 세부 ©The Felix Gonzalez-Torres Foundation


곤잘레스-토레스는 관람자가 사탕을 가져가면 다시 채워 넣도록 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탕이 줄어들지만 동시에 끝없이 다시 채워진다. 작가는 죽음을 현재형으로 만듦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추모의 마음을 계속해서 이어가게 만든다.


소멸하고 변화하며 불안정하고 연약한 형태를 만드는 것은 바로 내 눈앞에서 하루하루 로스가 사라져가는 공포를 연습하기 위한 내 노력이다.
-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


W1siZiIsIjIyNjAxMyJdLFsicCIsImNvbnZlcnQiLCItcXVhbGl0eSA5MCAtcmVzaXplIDIwMDB4MjAwMFx1MDAzZSJdXQ.jpg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 Untitled(USA Today), 1990. ©The Felix Gonzalez-Torres Foundation (출처: MoMA)


곤잘레스-토레스는 쿠바 출신으로 푸에르토리코에서 교육을 받고 미국 미술계에서 활동한 예술가이다. 그가 활동하던 시기는 포스트모더니즘이 확산되던 때로, 성, 계급, 인종과 같은 정체성 문제가 사회적으로 활발히 논의되던 시기였다. 그는 쿠바 출신의 유색인종이자 동성애자였기 때문에 38세의 짧은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작품을 제작했다.


그가 위대한 현대미술가로 남은 까닭은 작품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사랑, 제도비판, 개념미술, 비정형, 관계미술이라는 5가지 키워드로 그의 작품을 해석해보고자 한다.




작품 해석 ① 사랑


곤잘레스-토레스의 작품이 다루는 주제는 일차적으로 ‘사랑’으로 느껴진다. 연인의 죽음이라는 개인사를 다루면서 그에 대한 사랑과 애도를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룸으로써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내 작품은 모두 나의 개인사이다. 나는 내 미술을 내 삶으로부터 떼어낼 수 없다.
-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


f8ccfa21f3229f1f48cf0ed62fd16897.jpeg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 Untitled(Perfect Lovers), 1991. ©The Felix Gonzalez-Torres Foundation


두 개의 동일한 시계를 나란히 걸어둔 <무제(완벽한 연인들>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작가가 연인이었던 레이콕의 죽음 이후 그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낸 것이다. 작품이 설치될 때 건전지를 끼우는데, 건전지가 닳는 속도에 따라 시간의 차이가 생기는 모습을 표현했다. 같은 모습으로 같은 시간을 함께 살아가지만, 언젠가는 차이를 두고 멈춰지게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작품 제목처럼 모든 연인은 완벽함을 원하지만, 결국엔 어떤 식으로든 헤어짐이 있다는 사실을 은유한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와이아트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당신을 위한 현대미술 감상 가이드 (*멤버십 콘텐츠 매주 화, 금, 일 발행)

319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1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40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