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작가인 갈라 포라스-김(Gala Porras-Kim, 1984-)의 행보가 눈에 띈다. 한국계 콜롬비아 작가인 갈라 포라스-김은 2023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과 리움미술관의 《갈라 포라스-김: 국보》 전시에 동시 참여하며 국내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런던과 로스엔젤레스를 오가며 활동중인 갈라 포라스-김이 탐구하고 있는 주제는 ‘박물관’과 ‘유물’이다. 동시대 미술에서 이러한 주제는 다소 독특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작가는 UCLA와 CalArts에서 미술과 라틴아메리카학를 공부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러한 유물이 제도적 맥락과 분류 체계 속에서 수집, 인식, 해석되는 과정을 다학제적 시각에서 탐구한다.
먼저 ‘올해의 작가상 2023’에 소개되었던 <세월이 남긴 고색의 무게>를 살펴보자. 이 작품은 전라북도 고창에 위치한 고인돌을 주제로 한 것이다. 고창에는 500개가 넘는 고인돌이 있으며, 이 유적지는 2000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이 작업은 세 화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작가는 우리로 하여금 이 고인돌을 세 관점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첫 번째 화면은 현재의 우리가 바라보는 풍경이 아닌, 이미 죽어서 고인돌에 묻혀 있는 사람의 관점에서 바라본 풍경을 보여준다. 컴컴한 화면은 무덤의 주인을 상징하고 있다.
두 번째 화면은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역사 공원으로 분류된 고인돌의 상황을 표현했다. 본래 고인돌은 묘지의 표지석으로서 제의적인 기능을 수행해 왔는데, 문화유산의 관점에서 고인돌은 묘지의 기능을 잃어버리고 역사적인 유적으로서 존재하게 된다.
마지막 화면은 인간과 역사를 벗어난 자연의 관점에서 고인돌을 바라본 것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고인돌의 표면에 그림을 그려 나간 이끼의 드로잉 이미지이다. 고대의 유물이 문화유산의 시스템으로 흡수되는 과정을 세 가지 관점으로 표현한 것이 인상 깊게 다가온다.
갈라 포라스-김은 이처럼 유물이 제작, 인식, 보존되는 역학을 규정하는 체계와 문화를 탐구해왔으며, 특히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의 문화 기관에서 이루어지는 제도적 관행의 체계를 드러내는 데 주안점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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