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과로백수 Jan 19. 2022

띄동갑(의 띄동갑)과 친구 먹기

연령이 위계가 되지 않는 시급제 일터 이야기

“제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곳에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분들이 있습니다”.


일을 하는 곳에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이 있는 게 뭐가 특별한 일이라고 이런 첫 문장으로 글을 쓰나 싶으시려나요? ^^”


태어나서 지금까지 제가 몸을 담은 조직에서는 “나이=높은 연차/직급”이라는 게 당연했습니다. 아무래도 경험치가 많은 연령 많은 분들이 더 많은 보상과 권한을 받으니까요. 보통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보통 회사에서는 비슷한 연령대(또는 연차)의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게 되고 말이에요.


그런데 ‘시급제’라는 제도 아래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이니까 말입니다, 묘하게 서로 간의 ‘위계’나 ‘계층’ 같은 게 없는 느낌이 듭니다. 상호 존대를 하고, 돈을 쓸 때에는 반드시 더치페이를 하고 그런 분위기가 있더라구요. 하지만 그건 여기 모인 사람들이 인성이 훌륭한 사람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사회(회사)의 관점에서 동등한 노동가치로 인정받아 같은 시급을 받는 사람들이란 자기 인식이 만드는 ‘그룹핑’의 효과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인과 같은 가치로 인정받는 무리들 속에서 본인이 잘난 척하거나 상대방을 무시해봐도, 결국 누군가가 보기에 너나 그 사람이나 같은 급(?)의 사람이다.. 하는 생각에 스스로의 태도를 조정하게 되는 건 아닐까 싶달까요. 그러니까… 무리 속에서 위로 튀거나 아래로 뭉개려고 하는 위계적 사고들이, “시급제”라는 바운더리에 위/아래로 부딪혀 평등한 가운데로 수렴하는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물론 ‘동일한 시급’이 얼마인지에 따라 그 분위기가 다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급이 한 100만 원 정도 되는 사람들을 모아놓으면, 분명 제가 지금 느끼고 있는 것과는 많이 다른 풍경이 펼쳐지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어느 쪽이 더 근무하기 좋은 쪽인지는 개인별로 편차가 있을 거라고도 생각하구요 :)


띄동갑의 띄동갑(무려 24살)이라는 나이 차이가 나는 제 옆자리 짝꿍(?)이 당 떨어질 때 먹으라며 준 청포도 사탕 한 알을 물고 아침을 시작합니다. 이틀 전 점심 먹을 때 같이 계산을 했더니 ‘그러면 제가 너무 부담스러워요. 저희 꼭 더치해요’라고 하며 눈빛을 반짝이며 이야기한 짝꿍입니다. 오늘은 무슨 점심을 먹으러 갈지 이 분하고 작당이나 해봐야겠습니다. 물론 더치루요ㅋ


무척 추운 아침입니다. 다들 따뜻하게 챙겨 입으시고 하루 기운차게 보내세요 :)

작가의 이전글 퇴근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