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과로백수 Mar 17. 2022

나이들며 일을 하는 것의 의미

돈을 벌지 않으면서도 행복한 방법은 없는 것일까?

제가 아르바이트하는 곳에는 제가 보기에 ‘저분은 왜 일하실까’하는 분들이 몇분 계십니다. 어디 어디 단위 조합의 조합장을 하셨던 분, 어디 어디 대기업 금융사를 다니다가 퇴직하신 분, 꽤 성공한 남편분이 있는 분… 좋은 아파트에 거주하시면서 자녀분들도 이미 어느 정도 사회인이 된 그분들을 보고 있노라면, 저분들에게 이 최저시급 월급이 없어도 사는데 하등 불편함이 없을 것 같은데 저분이 왜 일하시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어느덧 석 달이 지나고 그분들과 개인적인 친분이 생겼고, 사석에서 그분들께 따로따로 조심스럽게 여쭤봤더랬습니다. “왜 이 일을 하세요?”


돌아온 답변은 세 분 다 비슷하셨어요. 여러 가지 이야기를 간단하게 줄여보면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즐거움”이 일하는 이유라 시는 것 같았습니다. 집 안에서 혼자 편안하게 있는 것이 행복하지 않았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내가 무언가를 이뤄가고 있다는 것이 더 즐겁다고요. 그러니까 돈보다는 ‘삶의 즐거움’이 일을 하려는 이유이셨던 겁니다.


사람 크게 다르지 않으니 아마 저의 이후 인생의 방향도 저분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사회적 즐거움’을 위해, 사람들을 만나서 제가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는 어떤 결과물 내지는 성취를 만들 수 있는 “일”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하지만 저는 아직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만큼의 사회적/경제적 성취를 이룬 분들의 중년 이후의 삶에서 ‘돈을 쓰며 즐기는 삶’이라는 부분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정말 내가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면 그 일에 무급 자원봉사의 형태로 나의 노동력을 사용할 수도 있을 거고, 내가 배우는 것이 즐겁다면 깊이 있게 배우는 삶을 선택할 수도 있을 텐데.. 그만큼이나 가지고 계신 분들이 본능적으로 ‘돈을 벌면서 할 수 있는 것’으로 본인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 계시더라구요.


어차피 시간과 수고로움을 들여하는 거라면 적더라도 돈을 버는 것이 좋은 걸까요? 아님, 가족들과 공동으로 써야 할 재산의 일부를 자신을 위해 쓰는 것이 미안해서 일까요? 인생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지금 가진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50년에서 60년을 열심히 사신 분들이, 그 이후 자신의 삶을 사는 방법을 찾는 방향이 “돈을 버는 것”에 집중이 되어야 하는 것 이외의 방법은 없는 것인지요. 아니 가족이 있는 다른 분들은 놔두고, 가족을 위해 유산을 남길 필요가 없는 저 같은 중년 싱글남은 뭔가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할 수도 있는 거 아닐까.. 답은 모르겠지만 고민이 됩니다.


단위조합장을 하신 어르신이 그 지식으로 지역사회의 협동조합에서 일을 하고, 대기업 금융기업에 다니신 분이 노인센터의 재무상담을 하고, 결혼 전에 선생님이셨다는 그분이 아동교육을 위한 자원봉사를 하는 삶을 사시는 모습을 그려보는 건, 제가 너무 현실감각이 결여된 걸까요? 하긴, 제가 예시로 드는 모습들도 뭔가 ‘돈을 버는 것’의 연장선이긴 한 듯하네요 ^^”


나이 먹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무엇을 하면 행복하게 살 것인가. 어느 정도의 돈이 있으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 수 있을까.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인가.

중년 백수의 고민은 끊이질 않습니다

이런저런 멍 때리기 정말 좋았던, 얼마 전 다녀온 부산 스카이 전망대 사진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봄소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