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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어풍차 Nov 07. 2020

왕초보 요리 탈출기

 요리 만든 재미를 알아가는  시간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아이는 코부터  벌름거린다.


   "엄마, 오늘은 무슨 요리를 했어. 제법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 오오 우리 엄마."

하며 냉큼 주방으로 달려가 냄비 속을 들여다본다. 저녁이면 가끔씩 벌이지는 우리 집 풍경이다.


요즘 코로나 19로 인해 우리 사회는 소소한 일상은 물론이요, 산업 전반에 걸쳐 모든 것이 예전과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변화고 있다. 거기에 하나가 음식 문화의 변화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사람들 간의 접촉 기피로  회식은 물론 외식을 주로 했던 사람들이 집에서 식사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우리 집도 하루 한 끼만 집에서 먹던 남편과 아이들이  삼시 세끼를 거의 집에서 먹는다. 그러다 보니 날마다 식구들이 먹을 반찬 준비만도 만만찮다. 살림을 하는 주부들은 늘 해 온 일이겠지만 몇십 년 동안 그 알량한 일을 핑계로 요리와 담을 쌓고 살아온 나로서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상황이 렇다 보니 특별한 반찬은 언감생심이고 기본 반찬만 하는 것도 버겁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주부로 살면서 밑반찬은 물론 김치를 담가 본 기억이 손에 꼽을 정도다. 그 불량주부의 빈자리를 어머니가 채워주셨다. 어머니는 수시로 우리 집을  드나드시며 밑반찬은 물론 제철에 나는 채소로 김치도 담가 주셨다. 이제는 늘 방어막이  되어 주었던 일도 코로나로 인해 실직한 지 오래고, 항상 구원투수가 되어 주셨던 어머니도 곁에 안 계신다. 이제 요리는 오로지 나의  몫이 되었다.


궁여지책으로 나는 날마다 유튜브와 인터넷으로 한 가지씩 요리를 배우고 있다. 그들이 요리하는 것을 볼 때는 쉽게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해 보면 만만치가 않았다. 분명 모 요리사 레시피를 보고 따라 했는데 완성해 놓고 보면 국적불명의 음식이 탄생할 때가 많다. 또 어떤 날은 오븐의 시간을 잘못 맞춰서 새카맣게 타는 날도 있었다. 그야말로 좌충우돌 왕초보 요리 탈출기다. 그래도 가끔은 요리 다운 요리가 하나씩 완성될 때가 있다.


"엄마 너무너무 맛있어요. 이거 진짜 엄마가 만든 거 맞아요."

가족들이 그럴 때는 마음이 뿌듯하고 그 요리를 기다리며 맛있게 먹어줄 때 행복하다. 예전에 어머니가 해 놓은 음식을 우리가 맛있게 먹고 있으면 그 곁에서 흐뭇하게 바라보시던 어머니의 마음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다가오는 주말에는 가족들과 함께 하얀 에프런을 앞에 두르고 피자를 만들 것이다. 밀가루를 반죽해 도넛을 만들고 여러 가지 토핑에다 치즈를 듬뿍 넣고 오븐에 구우면 피자가 노릇노릇해지면서 온 집안은  피자 냄새로 가득 찰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오랫동안 내가 서  있어야 할 나의 이상적인 모습이었다.


그동안 빙 둘러  오느라 시간이 조금 걸렸을 뿐, 어린 시절 꿈이 뭐냐고 물었을 때 현모양처라 대답했던 그 꿈은 아직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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