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네 시 반, 알람이 울렸다. 알람이 울리기 전, 나는 이미 눈을 뜨고 있었다.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너무 일찍 깨어버린 건 아닐까 걱정도 되었지만, 몸이 피곤하지 않은 걸 보니 오히려 깊은 잠을 푹 잔 모양이었다.
가끔 그런 날이 있다. 눈을 감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데 어느새 아침이 되어버린 날. 몸은 가볍고 머리는 맑다. 어제 운동을 하고, 마루와 산책을 하며 몸을 움직인 덕분인지 나의 몸과 마음은 그런 휴식을 허락해 주었다. 덕분에 이른 아침의 시작은 자연스럽고 경쾌했다.
잠에서 일어나 가장 먼저 한 일은 책을 꺼내 읽는 것이었다. 그리고 짧은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무엇이든 쓰자’고 다짐한 적이 여러 번이지만, 늘 그 다짐은 시간이 지나면 흐려졌다. 소재가 없다는 이유, 바쁘다는 핑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쓸 말이 없으면 세상의 잠언이라도 적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매일 글을 쓴다는 건 결국, 나 자신을 마주하고 기록하는 일이다.
여섯 시 알람이 울리기 전, 운동복을 챙겨 입고 헬스장으로 향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그곳은 아직 문이 닫혀 있었다. 안면 인식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어 얼굴을 기계에 들이대자 알람음이 울렸다. 문은 열리지 않았다. 여섯 시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섯 시 정각. 안면 인식을 하자 철컥, 자물쇠가 풀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그 순간 ‘참 좋은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은행의 무인코너처럼 자동으로 작동하는 시스템. 예전엔 헬스장 주인이 직접 문을 열어주던 모습에 익숙했던 나로선 이 변화가 새삼 낯설면서도 신기하게 다가왔다.
오늘도 헬스장의 첫 손님은 나였다. 누구보다 먼저 길을 나선다는 것은 설렘이기도 하지만, 고요한 어색함이기도 하다. 텅 빈 공간 속, 세 번째 러닝머신 위에 올라 시작 버튼을 눌렀다. 속도 3으로 천천히 걷다, 이내 5.5로 올렸다. 어제보다는 몸이 덜 낯설었다. 발걸음도, 숨소리도 자연스러웠다.
어제 보지 못한 드라마를 휴대폰으로 틀어두자 시간도 지루하지 않았다. 20분이 지나자 슬쩍 ‘이쯤에서 그만할까’ 하는 유혹이 스쳤지만,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로 했다. 그렇게 30분을 채우고, 러닝머신에서 내려 깊은숨을 내쉬었다.
스트레칭을 하며 헬스장의 기구들을 둘러보다, 45킬로의 무게를 20회 들어 올렸다. 더 할 수도 있었지만,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했다.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이 루틴을 욕심으로 망치고 싶지 않았다. 예전에도 무리했다가 다음 날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경험이 많았기에, 오늘은 그 기억을 나침반 삼아 마음을 다잡았다.
운동 중 두 사람이 들어왔다. 그들을 뒤로한 채, 땀을 닦으며 다시 집으로 향했다. 샤워를 마치고 체중계에 올라섰더니 어제와 큰 차이 없는 숫자가 떠올랐다. 어젯밤 맛있게 먹은 치킨의 무게가 한몫했나 보다. 그래도 괜찮다. 오늘도 약속을 지켰고, 그게 더 중요하다.
이렇게 또 하루를 기록한다. 휴일이라 느긋하게 글을 쓰지만, 내일부터는 다시 바쁜 일상이 시작된다. 분주한 아침 속에 글을 쓴다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몇 줄이라도 마음을 적어 내려가려 한다.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내는 일. 그것은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내려는 작은 다짐이고,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다.
매일을 감사하고, 매일을 노력하며, 매일을 살아가자. 오늘도 그렇게, 나는 나와의 약속을 지켜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