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한국에 하나의 식문화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웰빙의 유행 이후 균형 잡힌 식사에 대한 인식이 항상 문화 한쪽에 자리 잡고 있고, 현재도 특히 요리 채널이나 다이어트 포스팅에서 비교적 원물에 충실한 소담한 요리를 찾을 수 있었다. 애초에 식문화의 트렌드 일원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병존은 계속되리라.
그러나 잘 살펴보면 정갈한 식사의 트렌드가 유행하는 영역은 비교적 한정적이다. '자기관리, 다이어트·미용, 운동, 건강식' 등 특정 카테고리가 아니라 식문화 전체를 잡고 보면 특별히 우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주류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함께 하는 문화이어야 하지 않을까? 친구들과 같이 샐러드를 먹으러 가거나, 가족 외식으로 한정식 등 정갈한 음식을 찾는 케이스가 이전보다 많이 늘기야 했다. 그러나 다른 선택지가 더 유력해 보인다. 함께 고기를 구우며 찌개, 냉면, 볶음밥 등을 더하거나, 아예 뷔페에서 다양한 음식을 섭취하거나, 회와 함께 한 상차림을 해치워야 기분이 나니깐! '평양냉면'처럼 니치한 반례가 떠오르기도 했다만 이러한 범주의 음식이 십 여개는 되어야 메가트렌드를 뒤엎을 수 있을 것이다.
'외식' 카테고리 상위권은 여전히 '충만한' 음식으로 가득 차 있다. 물론 가족 외식 등은 원래 요란한 식사를 요청하기에 다른 나라에서도 정갈하지만은 않으리라. 하지만 한상차림을 빼곡히 채워야 하는 한국 외식에 비할까? 프랑스처럼 긴 시간 동안 먹어야 될 코스를 그저 동시에 주는 것뿐이라고 말한다면, 샤브샤브 뒤에는 칼국수랑 죽을, 구운 고기 뒤에는 냉면과 볶음밥을 만들어주는 먹잘알들이 친히 K 코스를 전파할 것이다.
다이닝에 대한 관심 또한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지만 아직 주류 식문화로 보이지는 않았다. 아마 내가 사는 세상이 소탈하여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2010년대에 드라마 ⟨파스타⟩, 예능 ⟨마스터셰프코리아⟩, ⟨냉장고를 부탁해⟩ 등을 보았고, 이에 따라 스타 셰프들의 탄생을 목도했다. 또 작년에는 ⟨흑백요리사⟩라는 걸출한 프로그램의 대유행을 통해 이전보다 한껏 띄워진 열기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이 '파인한' 음식에 대한 선호에서 기인한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경연이라는 보증된 컨셉과, 방송사의 연출력, 그리고 셰프들의 낭만과 열정이 섞여서 인정을 받은 것일 따름이리라. 프로그램에 등장한 요리가 화제성이 크다고 해서 일상적으로 소비되진 않으니 말이다. 물론 일련의 계기로 이러한 소비문화가 점차 바뀌어갈 것이라는 기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담백하고 정성 어린 요리에 대한 지향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이다. 우리나라에서 파인다이닝 운영이 쉽지 않다는 점을 봐도 그러하다. 옆나라 도쿄의 미식도와 비교하면 명확한 차이가 있다.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치로서가 아니라, 진지한 열의로 다이닝 문화를 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그러지 않았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