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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03. 2023
털털 털린 멘털을
털털 털어버리는 법
나는 아마추어 선수다. 프로만큼 잘하는 날을 기다리는 축구 꿈나무다. 여전히 기본기도 잘 안 될 때가 많다. 경기장에서의 기본기 of 기본기는 컨트롤패스이다. 나에게 패스가 온 볼을 제대로 받는 첫 터치가 컨트롤, 그 공을 동료에게 바로 넘기는 것이 패스다. 이 두 동작을 바로 연결하는 게 축구에서는 기본 중의 기본인 것이다.
나는 프로선수가 아니기에, 축구가 어렵다는 것도 알기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되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스스로를 용납 못할 때가 있다. 기본인 컨트롤패스를 실수할 때이다. 특히 기가 막힌 타이밍에 나에게로 굴러온 공을 놓칠 때는 그 잔상이 오래도록 남는다. 팀원들의 눈치를 살피며 '훈련을 그렇게 많이 했는데, 이거밖에 못해?'라는 자책의 구렁텅이에 빠져버린다.
최근 경기에서 기본기 실수를 많이 했다. 꼬리뼈 부상이 나은 뒤로는 거의 매일 훈련 혹은 연습게임을 했는데도 공이 빠르거나 강하게 오면 '우당탕탕 컨트롤'을 해버렸다. 그럴 때의 나는 몇 초 정도 일시정지모드가 된다. '아...'라는 탄식과 함께 동작이 얼어버린다. 놓친 건 공인데 멘털까지 저 멀리 날아가 버리는 것이다. 0. 몇 초로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축구의 특성상 나의 이런 행동은 아주 잘못된 습관이다.
기본기 엉망, 경기 결과 엉망, 기분도 엉망인 채로 집에 돌아가던 날. 팀원들에게는 미안해서 말도 못 꺼내고 친한 코치에게 멘털이 털렸다고 하소연을 했다. 그는 다시 연습하면 된다고 위로했다. 맞는 말이었지만 힘은 나지 않았다. 내가 바보 같았고 한심했다.
'다시 해보자'는 코치의 말을 따라서 며칠 동안 컨트롤 훈련에 집중했다. 컨트롤 동작의 디테일을 하나하나 고쳐나갔다. 공을 받기 전 주변을 체크하고 그 뒤 공을 받을 때는 하체를 낮추고 컨트롤하는 발을 뒤로 빼서 공을 멈춘다. 공을 세운 뒤에는 드리블로 치고 나가거나 동료에게 패스를 하는 2차 동작을 '타앙탕' 리듬에 맞춰 빠르게 수행한다. 이 점에 유의해서 연습, 연습, 연습을 했다.
훈련 중에 찾은 또 다른 문제점은 나의 하체 근력이 너무 부실하다는 것. 다리에 힘이 없어서 컨트롤할 때 자세를 낮추는 것도, 빠르게 2차 동작을 하는 것도 잘 안 됐던 것이다. 두 명의 레슨 코치 모두 이 점을 지적했으니 선출 코치들은 알았던 것이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피지컬이라는 것을. 두 코치 모두 나에게 스쿼트를 자주 하라는 령을 내렸다. '아 공 하나 잘 받기 위해서 해야 할 것들이 이렇게 많구나'. 세상에 거저 얻는 열매는 없는 것이다. 축구는 더욱 그렇다.
멘털이 털렸다고 징징 거리는 나에게 코치가 한 주옥같은 말이 있다.
'멘털은 준비에서 나온다'.
공을 받을 자세, 준비가 되어있다면 멘털(자신감)이 털릴 일이 없다는 말이다. 뼈 때리는 그의 말은 반박불가였다. 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것. 문득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졸업하는 우리들에게 살아가면서 잊지 말라고 당부하시며 칠판에 적어주셨던 사자성어가 떠올랐다.
有備無患(유비무환).
그렇다. 준비하는 자에게 걱정은 없으리라.
어떤 공이 날아와도 받을 준비를 하는 컨트롤 훈련. 나를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나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