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16일차
현대인들은 모여서 뭔가를 먹으면서 친해진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무리에서 소외되지 않고 웃고 리액션하는 것도 자리를 잘 보전하는 법이다. 애당초 탁월한 능력은 채 못갖춘 사람들이 하는 일이다. 그런 평범함이 사회를 굴린다.
팀 회식이었다. 딸도 아내도 못보고 밤 10시가 지나 조리원에 들어갔다. 하루 안봤다고 보고 싶다. 사회 생활을 해야 된다는 압박에 저당 잡혀 함께 있을 수 있는 행복을 희생한다.
비극적이게도 회식이 있어도 회사를 그만 둘 수는 없다. 기저귀며 분유를 사야 하고 집 대출비를 갚아야 하며 잡동사니를 사야 한다. 회식이 싫은 사람들은 회식 없는 회사를 찾아가기도 한다. 회식이 아주 싫은 것만도 아니다. 밍글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면서 일이 쉬워지기도 하고 안면이 있어 가볍게 풀리기도 한다. 다만 사와 공의 영역을 넘나드는 K직장이라는 곳이 문제라면 회식도 그 연장이다.
코로나 이후로 많이 없어졌다가 다시 일부 되살아나고는 있다. 자영업자가 절반이 넘는 이땅에서 법인카드가, 회식이 지탱하는 밥값이 경제를 굴리는 면도 크다. 회식 그 자체보다 회식을 빠지면 안된다, 빠지면 소외된다는 면이 더 크다. 일종의 ‘밥상’ 문화, 함께 밥을 먹었냐 아니냐 술을 나눠 마셨냐로 결정되는 친교의 심도에 따라 일의 경중도 달라진다.
딸을 못보는 하루에 회식 단상이 길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