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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꽃 바람 Apr 06. 2022

오래된 오해의 이해

지금, 라이브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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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를 정확하고 군더더기 없는 정보 전달의 도구로 생각했다. 말로는 중언부언 하게 되지만 문자는 돌처럼 단단하고 간결하고 정확해서 믿음직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짧은 글을 쓸 때도 글에 대한 어떤 경건한 숭배의 마음과 두려움의 마음이 있어서 편하게 쓸 수가 없었다. 말은 어딘가를 맴돌다 사라지지만 글은 그 곳에 견고하게 '나'의 이름을 이마에 턱 붙이고 있는 조각처럼 엄연히 존재할 것이라는 두려움이었다.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도 돌처럼 남아 있어도 크게 상관이 없도록 간결하고 명확한 정보만 담아 보내려고 했다. 특히 친밀한 관계가 아닌 일로 만난 사이나 단체 채팅창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인사말은 간결하게 나의 정체는 명확하게. 개조식으로 줄을 바꿔가며 본론이 무엇인지 누구라도 단박에 알 수 있게. 답장에 대한 부담감도 없이 감정이나 질문이나 안부는 빼고 정보만.


그런데 오해의 여지가 없이 정보를 완벽하게 이해시킬 수 있으리라 믿었던 그 문자에 오해가 있음을 이제 이해했다. 정보는 오해 없이 전달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문자를 보낸 나라는 사람에 대한 오해가 쌓였다.


시간을 뺏기 싫었던 나의 간결함은 군인처럼 딱딱하고 질문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견고함으로 전달되었다. 이모티콘은 상대방에게 정중하지 못한 것 같아서 경어체의 마침표로 맺은 문장은 감정의 교류는 하지 않겠다는 날 선 선언으로 전달되었다. 


나름의 배려라고 생각했던 발신자로서의 나의 문체는 내용을 전달하기에는 적당했는지 모르지만 수신자가 받아들일 내용 너머의 메시지는 고려하지 못했음을 수신자의 입장이 되어 보니 이해가 된다. 이모티콘 하나에 혹시나 조심스러웠던 마음의 경계가 조금 흐릿해지는 것 같고 경계를 잠깐 넘어갔더라도 쉽게 용서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이의 담임선생님이 보낸 이모티콘 가득 문자 메시지에서 넘어오지 말라며 금을 긋는 짝꿍이 아니라 다정하게 곁을 내어주는 짝꿍을 만난 기분이었다.


 '문자'가 아니라 메시지를 더하는 일은 아직도 나에겐 너무 어렵다. 담백하지만 다정하고 싶은 게 내 마음이지만 적당하고 편안한 거리감을 둔 채 서로에게 딱 맞는 정도의 다정함을 담는 일이 참 어렵다. 그래서 이렇게 한걸음 먼저 다가서는 유머가 있지만 지나치지 않은 다정함과 약간의 진지함이 섞인 내용도 단단한 문자를 만나면 반갑고 한편으론 탐이 난다. 


브런치에 글을 쓰며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의 '나'와 글 속의 화자인 '나'에 대한 고민도 깊어간다. 작가와 화자는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진정성'이라는 가치와 나를 어디까지 드러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 


좀 더 나은 '나'가 되고 싶고 '진짜'가 담긴 이야기를 쓰고 싶다. 좀 더 나은 내가 되면 내가 쓰는 진짜가 담긴 이야기에 마음에 닿는 '메시지'가 담길 것임으로 정보가 아닌 마음을 담는 글을 쓸 용기가 생길 것 같다. 글쓰기가 '나'에게 더 좋은 '나'로 성장하라고 말을 거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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