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당신만의 책 만들기> 5주 차 수업의 마지막 날입니다. 5주 안에 책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지만 선생님이 일러주신 숙제를 하다 보니 어느덧 책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표지와 내지의 편집을 모두 마쳤습니다. 이제 정말 책이 되는 걸까요?
샘플 책을 살펴보니 '서지 정보'가 빠져있습니다. 그래서 샘플 책을 참고하여 서지 정보를 써 내려갑니다.
책의 제목, 저자, 발행일... 발행일은 아이의 여덟 번째 생일을 맞아 아이의 생일로 넣었습니다.
그런데 출판사 혹은 발행인은 어찌해야 할지?
선생님께서는 출판사 이름을 하나 만들어 보라고 하셨습니다. ISBN을 정식으로 따진 않더라도 출판사 이름을 만들어 보라고 하셔서 '뜬구름'이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제가 이 책을 만들기로 결심했을 때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정말 제가 '뜬구름'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제 아이가 자기 전에 저에게 들려주는 '구름' 이야기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아이는 자신이 태어나기 전에 (어떤 때는 100년 전이기도 했고 어떤 때는 10000년 전이기도 합니다) 이미 구름이었다고 했습니다. 구름 상태로 하늘을 떠돌다가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어서 엄마와 아빠를 서로 만나게 하고 자기가 태어났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자신이 엄마, 아빠보다 나이가 더 많고, 만약 자기가 죽으면 다시 구름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구름의 분류법을 창안한 아마추어 기상학자 루크 하워드의 이야기가 담긴 <구름을 사랑한 과학자>를 보면 구름은 한 번도 같은 모습이 없다고 하지요. 아이의 이야기처럼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이 구름에서 태어나 다시 구름으로 돌아가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책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게 제게 준 '육아'의 시간과 '육아 휴직'의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이 책의 어떤 부분에 아이의 흔적을 남겨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책이 나올 일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뜬구름 잡는 마음을 담아 뜬구름 출판사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지어 놓고 보니 연꽃 바람과 뜬구름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더욱 마음에 듭니다.
뜬구름
이메일이나 SNS 정보도 넣어야 해서 브런치 주소를 써넣으려고 보니 처음에 브런치 사이트에서 자동으로 부여된 것을 고치지 않고 계속 쓰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주소도 새로 만들었습니다. 연꽃 바람을 영어로 표현하기 위해 lotuswind, windtolotus, windfromlotus 가운데 연꽃에서 출발해 온 바람이라는 이름이 가장 어울리는 것 같아서 windfromlotus로 주소를 바꿨습니다. 다행히도 아직 같은 이름을 쓰시는 분이 없었습니다.
제 고향은 여름이면 연꽃이 가득 피는 연꽃 마을입니다. 연꽃마을에서 태어난 제가 바람이 되어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바람’을 담아 연꽃 바람이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서정주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도 함께 떠올라서 더욱 제가 닮고 싶은 이름입니다.
@windfromlotus
발행처에 가격까지 써넣으니 정말 책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선생님께 최종 확인을 받고 드디어 가제본 주문을 하려는 찰나.....! 치명적인 오류를 다행히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인디자인이 한글 기반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에 한글 체계의 구두점을 제대로 표기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제가 브런치에 쓴 글을 MS WORD를 사용해서 편집하고 다시 인디자인에 붙인 것 때문인지 따옴표에 머리가 다 없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일했던 경험도 있는 함께 수업을 받는 분께서 따옴표에 머리가 없으면 한글 체계의 따옴표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출판물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듣게 되었습니다. 저는 머리가 없어도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 말을 듣고 보니 수정이 불가피했습니다. 한번 더 내용을 읽으며 따옴표를 전부 수정합니다. 그 과정에서 발견된 오타들도 수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또 치명적 오류를 발견하게 됩니다. 표지와 내지의 종류와 면수를 입력하면 책등(일명 세네카)의 값이 주문서에 자동 계산됩니다. 그 값으로 표지 디자인의 책등 값을 바꿔야 하는데 그냥 주문할 뻔한 것입니다. 이 오류 역시 함께 수업을 받는 분께서 찾아주셔서 다행히 주문 전에 알게 되었습니다.
책등 값을 변경하기 위해 다시 표지 디자인을 열었는데 여기서도 대칭이 맞지 않는 부분을 매의 눈을 가지신 선생님께서 찾아 주셔서 수정하였습니다.
이래서 아무리 독립 출판이라도 함께 작업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혼자라면 더디기도 하겠지만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을 서로 봐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진짜 주문에 들어갑니다. 인디자인에서 작업한 파일들을 모두 pdf로 변환하여 파일로 만들어서 인터프로 인디고에 주문을 넣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