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했던 시간을 이야기하는 건 어쩐지 과거형이 되어버린 동화책을 읽는 것 같아. 먼지 덮인 그것의 책장을 후, 하고 불면 마법의 가루가 날려서 호화로운 선상에서 넘실대는 불빛 아래에 가 닿아. 반짝이는 비즈 박힌 드레스를 걸치고 감미로운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밤. 점점이 찾아드는 별빛으로 깊어가는 밤. 무도회의 주인공이 되어 사랑하는 당신과 그 밤의 끝으로 가려는 거지. 바다의 물결은 그 모든 걸 지켜보지. 어림없는 소리라고 호통을 치지. 우리는 처음부터 눈을 보았고 어쩌면 그것 때문에 사랑에 빠진 거겠지. 그건 목소리를 잃어버린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백을 멈출 수 없는 마음과 같아서 그 바다를 떠날 수 없어서 그 차가운 바다에서 헤엄을 치며 사람도 물고기도 아닌 인어공주가 된 운명을 생각하는 거지. 화려한 이름보다, 화려한 비늘보다 그저 나일뿐인 지느러미를 움직여 마녀에게 목소리를 건네는 거지. 너의 안부를 묻는 거겠지. 그건 사랑이겠지.
고요한 물결에 비추는 하늘이 바다처럼 파랗게 우리를 감싸고 우리는 서로 너무 먼 곳에서 태어난 숙명 탓에 이 바다에 머무는 동안에만 우리인 거야. 그것은 돌이킬 수도, 어찌할 수도 없는 거란 걸 우리는 알아. 그것에 감사해야지. 저 파도는 네가 탄 배를 어느 뭍으로, 내가 숨 쉬지 못하는 곳으로 밀어 넣는데, 그건 내가 거스를 수 없는 파고라서 나는 도리어 심해의 어둠으로 헤어쳐 가. 깊이 갈수록, 멀리 갈수록 어쩌면 내 잃어버린 목소리는 너에게 가 닿을지도 모르겠어. 너의 안부를 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