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사람과 더 미운 사람
미운 사람과 더 미운 사람.
간사한 사람 마음 속에 미워하는 마음이 싹 트면 겉잡을 수가 없어. 처마 끝에 고드름처럼 돋아나 꽁꽁 언 송곳처럼 단단해져.
네가 아끼는 사람과 또 그의 사람.
그들을 미워하지 말아야지.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함부로 하지 말아야지. 나는 다짐을 해.
등 돌린다고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시간은 없을 테니까.
잘 해 보려고 시작한 마음이니까
흘러오는 시간 속에서 그것이 바람을 맞고, 비를 맞고 눈비 맞고 한 여름 땡볕에 그을리며 여기까지 왔을 테니까
시간을 돌려도 우리의 선택은 달라지지 않을 테니까
너를 사랑하니까
사랑하는 마음이 휘청휘청
산너머 멀리 호랑이 울음 소리 들리는 밤길을 걸어서
여기까지 왔으니까
그 밤에 나는 혼자가 아니었으니까
눈에 익은 길이라도 한밤 중에 걷는 건 그래도 무서운 일이야.
어둠은 어둠을 불러오고 어둠은 어둠을 삼키고
어둠은 어둠을 다시 토해내거든. 그 어둠 속에서
나는 그 밤길에, 내 그림자도 찾을 수 없는 밤길에서
집을 찾아가. 너를 찾아가.
냇물이 바위돌에 부딪히는 소리가 애달프게 흘러가.
한밤 그 길에서 내 곁을 스쳐가.
네가 없던 겨울에
나는 그렇게 언 길 위에서 휘청휘청
네가 없는 겨울에
떠나온 그 겨울 언 길 위에서 이렇게 아직도 가끔 휘청휘청
네가 있다면,
내 언 발을 감싸고 나를 안아주겠지.
내 언 손을 옷깃 속에 넣어 한동안 데워주겠지.
내 언 몸을 품에 안고 가만히 심장 소리 들어주겠지.
내 언 눈가를 만져주겠지.
너는 따뜻한 사람이라서
너는 따뜻한 사람이니까
내 언 마음의 이야기를 들어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