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 나를 밝힌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주일 중 어느 날
이름처럼 평범했던 평일 어느 오후에도
나는 어렴풋이 삶이 짧다는 현인의 말과
죽음 앞에서 후회할 것들을 떠올리며
푹신한 소파에 등을 뉘어 시간을 보냈다.
현자들의 말은 경험과 지혜가 씨줄과 날줄처럼
엮어져 거스를 수 없는 진실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으면서도
인생이 짧다는 말의 의미를
한 해 한 해 더해가는 나의 나이를
하루라는 짧은 시간을
삶의 덧없음에 견주며
정답 없는 질문을 읽는 것처럼 무력해졌다가
뭐라도 써 보자는 생각에서
두서없는 단어들을 연습장에 적었었었다.
겨울밤은 길고 어둠은 아침까지 이어지고
새벽에 일어나는, 고쳐질 것 같지 않은 이상한 습관이 나를 갉아먹을 때 나는 불빛 곁에 있으려, 네 곁에 있으며 촛불을 밝힌다.
그래, 삶은 저 촛불이 타 들어가는 속도일 거야,라고 지레짐작했다가
그 촛불 심지에 불 붙이는 성냥의 길이.
성냥을 긋자 타오르는 작은 폭발. 그것을 손 안에 모아 쥐고
격렬하게 타들어가는 성냥을 손에 쥐고
세 마디가 채 되지 못하는 성냥개비가 타 없어지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다가
부질없이 툭 끊어진 성냥.
절반이 부러져
힘없이 부러져
절반을 잃은 성냥개비를 손에 쥐고
예고 없는 찾아드는 죽음과 마주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른다.
절반만 남은 성냥개비를 촛불 곁에 놓는다.
촛불이 나를 밝힌다.
아침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