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엄지손톱 만한 흙 속. 그 안에 씨앗이 깃들어 한참을 머물다가 뿌리를 내려. 기어코 기어올라가 담장에 얼굴을 부비고 기지개를 켜. 잿빛 벽 위에 더 짙은 빛깔로 덮어. 봄바람을 맞아. 커다란 종이를 채워 넣은 연필로 그은 선처럼 너는 참 따듯하다. 꽃샘추위. 제 힘에 겨운 겨울 바람이 봄꽃 피는 것을 시샘해서 한번 더 차갑게 몰아치는 그 바람을 맞으며 남향으로 몸을 기댄 너는 3월 볕을 머금고 묵묵히 또 4월을 기다려.
정다운 너의 브런치입니다. 한국을 떠나 살고 싶다는 숙원이 성취된 이후, 이방인이었던 한국을 벗어나 아웃사이더로 국외에 체류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