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모임 또 모임
2023.07.31 월요일 [대단한 하루]
오늘은 7월의 마지막 날이지만 학원에서는 새로운 한달이 시작되는 날이기도 하다. 문법 교실에 신입생들이 많아서 분위기가 많이 낯설다. 기존의 학생은 '루시'와 나뿐이다. '스튜어트'가 새로 시작되는 단원과 진도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달은 총 5주가 있다. 그런데 이곳의 교육과정은 모두 4주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1주는 교사들이 새롭게 뭔가 만들어야 한단다. 그래서 교사들에게는 좀 힘든 한달이란다. 수업이 매일매일 진행되므로 1주가 추가된다는 것은 5시간 분량을 새롭게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정말 힘들겠다.
진도에 대한 안내가 끝나고 나서 나에게 불꽃놀이 발표를 하란다. 지금 바로? 하긴 아픈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 발표를 시작하면서 우리나라 전통 인형 열쇠고리를 상품으로 걸고 불꽃놀이를 처음 시작한 나라에 대한 퀴즈를 냈는데 '스튜어트'가 맞추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불꽃축제를 몇 군데 소개하고 나서 이번에 보았던 밴쿠버 불꽃놀이 영상을 보여주었다. 호주, 멕시코, 필리핀 세 나라에서 불꽃쇼를 주최했다. 나는 이들을 비교해서 어디가 더 좋았는지 말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감상한 위치가 다르고 각각 특색이 있어서 순위를 매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순위에 상관없이 다같이 영상을 즐기자고 했다. 발표를 준비할 때는 문법에 맞는 문장으로 말하려고 했는데 결국 다 까먹고 단어 위주로 더듬더듬 발표를 했다. 그나마 영상이 많아서 다행이었다. 내 발표가 끝나자 '스튜어트'는 이렇게 학생들이 발표하는 것을 우리의 새로운 전통으로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지난번 한국 친구 '나미'가 시작한 학생 발표가 이렇게 새로운 전통이 되어가고 있다. 하긴 전통이란게 뭐 별거냐? 누군가 시작하고 그게 계속되면 전통이 되는 것이지.
듣기 수업도 학생들이 많이 바뀌었고 새로운 단원이 시작되었다. 주제는 휴가 혹은 공휴일이다. '윌'은 각 나라의 공휴일이 며칠이 되는지 질문했다. 우리나라 공휴일이 총 며칠인지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윌'은 학생들의 국적에 따라 각 나라의 공휴일이 며칠인지 알려주었다. 별거를 다 알려준다. 저번 숫자 단원에서는 각 나라의 인구수를 조사해서 알려주었다. 여기 다니면서 은근히 쓸데없는 상식이 늘어간다. 알쓸신잡인가?
읽기와 쓰기 수업도 새로운 학생들이 합류했고 새로운 단원이 시작되었다. 이번 주제는 아역배우들의 삶이다. 학습자료의 첫 페이지에 아역배우들의 사진이 잔뜩 있다. 익히 아는 배우부터 처음 뵙는 분까지 다양하다. 아역배우가 성장한 모습을 매칭하는 활동을 하는데 내 옆에 앉은 멕시코 학생이 배우 이름을 대부분 알고 있다. 게다가 배우들의 사생활까지 꿰고 있다. '캔디스'와 이 친구가 아주 신이 나서 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영어도 영어지만 이들이 말하는 배우들을 몰라서 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오후 회화 수업은 '캐서린'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갑자기 보강교사가 들어왔다. 그런데 말이 너무 빠르고 몸짓이 지나치게 과장되어서 많이 불편했다. 스스로의 흥겨움에 못이겨 노래도 하고 난리다. 익살스러운 것은 나쁘지 않지만 자기가 말하느라고 바빠서 학생들의 답을 들을 틈이 별로 없다. 질문을 던지고 바로 자기가 답을 말해버리면 어쩌지? 오늘 주제는 영화에 대한 것인데 자기 혼자 묻고 자기 혼자 대답하고 흥겨워서 노래부르고 난리다. 우리의 '캐서린'을 돌려다오.
수업이 끝난 후 이 학원을 연결해준 한국 유학원 밴브릿지를 찾아갔다. 밴브릿지 사무실은 우리 학원에서 3분거리에 있다. 오늘은 여기서 제공하는 영어회화 특강이 있는 날이다. 4회를 무료로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선생님이 내가 다니는 학원 SSLC의 교사라고 한다. 나는 오늘 처음 뵙는 분이다. 하필이면 학생이 나 한 사람뿐이라서 한 시간동안 선생님과 단독으로 대화를 하느라고 진땀을 뺐다. 대신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다. 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이야기부터 요즘 유행하는 먹방 유튜브, 어느 나이부터 휴대폰을 사 주어야 할지 등 이야기를 나누었다. 짧은 영어 실력에 내가 아는 모든 단어를 총 동원해야 했다.
끝나고 나오면서 밴브릿지의 대표 테드님과 잠시 수다를 떨었다. 오늘 너무 좋았다고 하니까 다행이란다. 그리고 내가 지난 주에 다녀온 언어교환 모임과 영어회화 모임에 대해 이야기를 했더니 너무너무 잘했다고 한다. 내가 이 유학원을 알게 된 것은 검색을 통해서다. 나는 어학연수를 오기 전에 500개 이상의 후기를 읽었다. 영어가 자신 있으면 어학원을 직접 컨텍할 수도 있지만 나는 유학원의 도움이 필요했다. 몇 개의 유학원을 선택해서 온라인 상담을 받고 최종적으로 이곳을 선택했다. 참고로 이 글은 결코 광고가 아니다. 내가 실제 경험한 것을 말하는 것이다. 내 나이, 어학연수의 목적 등을 고려해서 지금의 어학원을 추천해주었는데 아주 만족하고 있다. 학생들의 연령대가 다양하고 무엇보다도 선생님들이 너무 좋다. 테드님은 이 어학원의 교사들이 장기근속자가 많고 나이든 학생들도 많아서 권한다고 했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시내 기숙사를 고집하자 테드님은 기숙사 담당자에게 직접 전화해서 가장 빠르게 비는 자리를 문의해서 잡아주었다. 나중에 기숙사 친구들에게 듣기로 이 기숙사는 보통 1년 기다려야 자리가 나는데 6개월 기다린 것은 운이 좋았던 거란다.
영어회화 특강을 듣고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고 집으로 왔다. 오늘도 꽉찬 하루를 보냈다. 제일 큰 일은 문법 시간에 발표를 한 것이고 제일 보람있는 일은 특강을 들은 것이다. 영어로 남들에 앞에서 발표를 하고, 외국사람이랑 단독으로 한시간동안 대화를 했다. 뭔가 대단한 하루를 보낸 느낌이다.
2023.08.01. 화요일 [갈등 해결]
아침에 일어나서 등교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거실이 소란스럽다. 기숙사의 한국 친구와 새로온 멕시코 친구가 언성을 높이고 있다. 추측하건데 화장실 사용 문제 때문인 것 같은데 학원 가야 할 시간이 바빠서 일단 그냥 나왔다. 나중에 무슨 일인지 물어봐야겠다.
문법 시간에 조동사에 대해 배우고 연습문제를 풀었다. 오늘도 숙제가 잔뜩이다. 그런데 숙제로 읽어오라는 부분을 훑어 보니까 기숙사 친구들 사이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이런 우연의 일치가 있나? 서로 문화가 다른 점, 서로 예의를 지켜야 하는 상황을 다루고 있다. 한국친구들에게 카톡으로 아침에 있던 일을 물었는데 예상대로 화장실 사용에 대한 문제였다. 청결에 대한 기준과 생활습관이 다른 점이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일단 저녁에 모든 학생이 다같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어보자고 했다. 우리 모두가 공동으로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다함께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것 같다.
듣기 수업에서는 어제 배운 공휴일과 휴가에 관련된 단어들을 복습하고 나서 듣기 활동을 했다. 수업이 끝날 무렵 '윌'은 뉴스, 특히 날씨 뉴스를 매일 듣는 것이 listening 연습에 도움이 된다면서 제법 긴 날씨 뉴스를 들려주었다. 말이 너무 빨라서 거의 내용은 못 알아들었지만 30degrees, 13%, hot, dry, winds, sunset 같은 단어가 간간히 들렸다. 실제로 지금 캐나다는 너무 기온이 높고 건조해서 인근에서 큰 산불이 났단다. 몇 년 전에도 큰 산불이 나서 밴쿠버까지 그 연기가 심각하게 올라왔었단다.
extra 수업의 주제는 벌레와 곤충이다. 벌레와 곤충에 관련된 관용표현으로 시작했다. '나는 발표가 있는데 이미 뱃속에 나비를 느끼고 있다.' 이게 도대체 뭔말이냐? 뱃속에 나비라니? 발표를 앞두고 긴장되어서 속이 울렁거린다는 뜻이란다. 왜 하필이면 나비냐고 물었더니 '마리아나'가 어깨를 으쓱한다. 그냥 관용표현이란다. 하긴 그러니까 관용표현이겠지. 뱃속에 나비가 날아다니면 뱃속에 꽃도 필 수도 있지 않겠냐고 유머 드립을 치고 싶은데 영어가 짧아서 못하겠다. 언제쯤 영어로 농담까지 할 수 있을까?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고 집으로 왔다. 기숙사의 학생들이 모두 방에 있길래 다같이 모여서 아침에 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화장실 사용 습관의 차이, 사용 후 어느 정도까지 치우는게 좋은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중간중간 어려운 단어들이 있어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흐름은 따라 잡았다. 서로 절충을 해서 화장실 사용 후 치우는 기준을 정해서 합의를 보았다. 그리고 아침에 언성을 높인 친구들끼리는 서로 사과했다. 마지막에 다 같이 허그하고 이야기를 마쳤다. 서로 문화도 다른데다가 개인적인 습관까지 차이가 있는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나마 갈등이 해결되어서 다행이다.
2023.08.02. 수요일 [영어회화 특강과 언어교환 모임]
문법 시간에 나이가 들어서 영어를 배우는 입장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질문이 나왔다. '어떤 나이에 다른 나라 말을 배우는 것이 가능할까?' 물론 당연히 어떤 나이라도 가능하다. 82세의 나이에 외국어를 배웠다는 할머니의 사례가 지문으로 나왔다. 그래. 82세 할머니도 외국어를 배웠다는데 나도 할 수 있어. 물론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읽기와 쓰기 시간에는 '아역스타들의 흥망성쇠' 이야기를 읽었다. 너무 어릴 때부터 스타가 된 배우들 중에 성공한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는 얘기다. 특히 약물중독이나 알콜중독이 된 배우도 있고 아역배우 이미지 때문에 다른 역할을 맡지 못하는 경우도 있단다. 그 대표적인 예가 '맥컬리컬킨'이다. 크리스마스의 단골 영화 '홈어론'의 아역배우다. 안타깝게도 그는 그 이미지가 너무 굳어져서 어른이 되어서는 다른 진지한 역할을 맡지 못했단다. 배우는 겉보기에 화려해 보여도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 연예인은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닌 거 같다. 어려운 단어들을 미리 배우고 읽어서 그런지 대부분 내용이 술술 읽혔다.
회화 수업을 같이 듣는 한국 친구가 extra 수업에 같이 가도 되냐고 물었다. 당연하지. 나는 여기 온 후로 계속 다녔다고 자랑했다. 오늘은 '부사'에 대해 배웠다. 다 아는 얘기지만 예문과 함께 배우니까 더 익숙해진다. 학생들이 문장을 만들어서 파트너와 질문을 주고 받는 활동을 했다. '마리아나'가 한 명, 한 명의 문장을 교정해주어서 더욱 유익한 시간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가방을 챙기는데 '마리아나'가 내일 우리 extra 시간에 무엇을 주제로 이야기하는게 좋겠냐고 내 의견을 묻는다. 나는 여행이나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좋다고 했더니 알겠단다. '마리아나'의 수업 방식과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도 좋은데 이번에는 나의 의견을 물어봐 주어서 더욱 더 좋아졌다.
오늘은 밴브릿지의 영어회화 특강 2번째 시간이다. 오늘도 학생은 나뿐이다. 덕분에 또 많이 이야기를 했다. 교사가 오늘은 무엇을 주제로 이야기할까 묻는다. 아까 extra 교사가 같은 질문을 해서 여행이나 음식이라고 답했다고 했더니 그러면 음식 얘기로 시작해보자고 한다. 왜 한국 사람들은 매운 음식을 좋아하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자신은 김치를 좋아한단다. 우리가 김치에 고춧가루를 넣기 시작한 것은 근대 이후인 것으로 알고 있다. 빨간 고추가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이 근대 이후이기 때문이다. 이 내용을 쉬운 단어로 더듬더듬 설명했다. 내가 개떡같이 말해도 교사는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왜냐하면 선생님의 아내가 한국사람이라서 그렇다. 그밖에 좋아하는 음식, 낯선 음식, 소울푸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도 유익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너무 머리를 쥐어짜면서 영어로 말했더니 머리에 쥐가 날 것 같다.
힘들지만 그래도 '밴쿠버 한영언어교환' 모임에 참여했다. 오늘은 모임 장소가 미어터질 정도로 사람이 많이 왔다. 밖에 있는 테이블까지 사람들이 꽉 찼다. 오늘도 엄청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저번보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와서 한국인들끼리 그룹이 되기도 했는데 그래도 모두 영어로 대화를 했다. 다들 나보다 영어를 엄청나게 잘한다. 한국 사람이지만 캐나다에서 3년 이상 산 사람도 있고 이미 캐나다 시민권을 딴 사람도 있다. 지난 주에 만났던 사람들은 더 반갑게 인사를 했다. 2시간 동안 영어로 떠들었더니 너무나 피곤하다. 아까는 머리에 쥐가 날 것 같았는데 지금은 머리가 터질 것 같다.
하긴 오늘 밴브릿지 특강, 그리고 이 모임까지 연속으로 참여했으니 엄청나게 피곤할 수 밖에 없다. 정말 길고 긴 하루였다. 모임이 끝난 후 친해진 친구들이 저녁 먹으러 같이 가자고 했다. 정말 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으나 도저히 체력이 딸려서 안되겠다. 노후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했다. 나는 정말 열심히 사는구나.
2023.08.03. 목요일 [실전이 중요]
요즘 문법 수업 전에 나와 '루시'만이 숙제의 답을 맞추어 보고 있다. 전에는 누군가 답을 맞추어 보고 있으면 옆자리의 학생들이 함께 하자고 했는데 지금 학생들은 그렇지 않다. 그때 우리 멤버가 유독 궁합이 좋았던 거 같다. '조동사'에 대해 배우는데 우리 문법에는 없는 개념이라 너무 헛갈린다. '루시'에게 포르투칼어에도 조동사가 있냐고 물으니까 있긴 한데 기능이 좀 다르단다. 뭔가 더 설명하는데 그건 어려워서 못알아듣겠다. 영어나 스페인어, 포르투칼어는 다들 라틴어에 뿌리를 두고 있으니까 비슷한 부분이 많겠지. 언어의 뿌리가 다른 우리는 영어 배우기가 더 어렵다.
읽기와 쓰기 시간에는 스타들의 삶에 대한 글을 어느 정도 이해했는지 내용 확인 활동을 했다. 내 흥미를 끈 것은 Drew Barrymore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녀는 10살 때부터 어른들 파티에 다니면서 약물과 알콜 중독이 되었단다. 하지만 중독치료센터에 다녀서 끝끝내 극복하고 다시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단다. 다시 재활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은 지금까지 배운 내용과 단어로 퀴즈를 본다. 품사도 살펴보라는데 나에게 품사는 너무 어렵다.
오후 회화 시간에는 음악과 악기에 대해 배웠다. 그런데 쉽게 생각하고 접근했다가 빈칸 메꾸기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너의 나라 국가를 부를 줄 아니?'라는 질문이 있었는데 많은 학생들이 자기네 나라의 국가를 부를 줄 안다. 학교에서 배운단다. 이런 점은 비슷비슷하다. '락과 클래식 중에 뭐가 좋으니?'라는 질문에는 주로 나이든 사람들은 클래식 종류를, 어린 학생들은 락과 같은 음악을 좋아한다. 역시 세대 차이가 느껴졌다.
오늘 extra 수업에는 특별한 학생들이 참여했다. 대만에서 온 9살과 11살 학생들이다. 아이들의 아빠는 이 꼬마 학생들이 부모 없이 이 수업에 들어와도 되는지 물었다. '마리아나'가 그러라고 하니까 아이들이 신나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오늘의 대화 주제는 음식이다. 꼬마 학생들에게 요리를 할 줄 아냐고 물었더니 11살 친구가 자기는 할 줄 아는데 엄마가 허락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들 흐뭇한 삼촌, 이모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오븐에 대한 단어를 배우는데 '예열'에 대해 11살 학생이 정확하게 설명했다. '마리아나'가 칭찬하면서 어떻게 알았냐고 물으니까 엄마가 요리하는 것을 봐서 안다고 답한다. '마리아나'가 앞으로 네가 요리를 해도 될 것 같다고 칭찬해 주니까 동생이 자기도 오븐 사용법을 안다고 나선다. 너무 귀엽다. 그런데 중간에 아이들이 자기 아빠가 문자에 답을 하지 않는다면서 아빠를 찾으러 나가도 되냐고 물었다. '마리아나'가 단호하게 안된다고 했다. 너의 아빠가 여기 수업에 있으라고 했으므로 아빠가 여기로 와서 너희를 데려갈 때까지 나가면 안된다고 했다. 아이는 알겠다고 하고 그대로 수업에 참여했다. 아마도 어린 아이들은 한번 수업에 참여하면 보호자가 찾으러 올 때까지는 교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 같다. 요리에 관련된 단어들도 배우고 덤으로 요리 레시피까지 배웠다. 채식주의 스파케티 소스, 초코릿 칩 쿠키, 바나나 빵. 세 가지의 자세한 레시피를 배웠다. 모두 어렵지 않아 보였는데 이 중에서 특히 바나나 빵을 만들어 보고 싶다. 한국에 가면 한번 만들어봐야겠다.
오늘도 영어회화 특강을 들으러 밴브릿지 사무실로 갔다. 다행히 오늘은 학생이 나 혼자가 아니다. 다른 학원에 다니는 한국 학생과 함께 특강을 들었다. 대화의 분량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어서 좋다. 영어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교사는 캐나다 친구를 사귀는게 가장 좋다고 추천했다. 하지만 어떻게? 해변으로 나가란다. 그리고 아무한테나 말을 걸어보란다. small talk. 가벼운 대화로도 영어가 많이 늘 수 있단다. 그렇지. 가벼운 대화는 내가 이미 많은 사람들과 해봐서 할 수 있다. 학원 공부만 하면 안되고 많은 외국친구들과 대화를 해야 한다. 맞는 말이다. MeetUp 어플을 사용하는 친구들이 추천해준 모임에 더 참여해봐야겠다. 역시 실전이 중요하다.
2023.08.04. 금요일 [What a small world!]
문법 시간, 오늘도 조동사에 대해 배웠다. 그런데 같은 단어가 왜 이렇게 많은 의미로 사용되는거야? 그리고 답을 할 때 yes와 no가 평소의 의미와 정반대인 경우가 있어서 더 헛갈린다. 내가 비슷한 유형에서 계속 틀리니까 '스튜어트'는 이런 문제가 레벨 테스트에 잘 나온다고 한다. 그리고는 너는 여러번 틀렸으니까 이제 더 잘 기억할거라고 한다. 나를 위로해주는 건가? 위로는 고마운데 막상 시험에 나오면 이게 잘 구분이 안되는게 문제다.
듣기 수업에서는 오랜만에 영어 팝송 빈칸 메꾸기 활동했다. 오늘은 원작 노래와 편곡 노래를 비교해서 들었다. 그런데 한 브라질 학생이 원곡이 어쩌고 편곡이 어쩌고 교사와 토론을 한다. 둘 다 음악에 진심인 것 같았다. 나는 도무지 뭔 소린지 모르겠고 그냥 노래가 다 좋다. 수업을 마치면서 '윌'은 앞으로 자신은 한달동안 휴가를 간다는 폭탄 선언을 했다. 학생들이 다들 충격을 받았다. 보강교사가 걱정된다. 자기 혼자 떠들고 답하는 그 보강교사가 오는 것은 싫다. 부디 다른 사람이 오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읽기와 쓰기 수업에는 중간 시험을 보았다. 시험이 끝나고 채점까지 마친 후 '캔디스'가 갑자기 폭탄 선언을 했다. 자신은 이번달까지만 이 학원에 근무하고 다음달부터는 대학에 가서 초등교사 준비를 한다고 한다. 학생들이 놀라면서 아쉬워했다. 오늘은 여기저기서 교사들이 폭탄 선언을 하는 날인가보다. 엉뚱하지만 밝고 명랑한 '캔디스'에게 초등학교 교사라는 직업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마음 속으로 앞날을 축복해주었다.
점심 식사 후 잠시 쉴 때, 듣기 수업과 읽기 수업을 함께 듣는 한국 친구 '정아'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영어 공부 후의 진로, 여행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는 너무나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와 내가 같은 도시, 같은 구, 같은 동에서 살고 있었다. 여기까지 확인하고 우리는 놀라면서 아파트 단지를 확인했는데 같은 아파트 단지다. 설마 하면서 몇 동에 사는지 말하는데, 이건 미라클, 동까지도 같다. 층수와 라인이 다를 뿐 우리는 같은 동에 산다. 우와! 서로 너무 놀랐다. 알고 보니 이웃주민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니면서 몇 번은 스쳤을지도 모른다. What a small world! 정말 세상 좁다.
오늘은 밴브릿지의 영어회화 특강 마지막 날이다. 어제 왔던 학생과 함께 수업을 들었다. 그런데 오늘은 교사가 자신의 대학생 아들과 함께 왔다. 교사와 학생, 아들과 학생이 각각 파트너가 되어서 휴가 기간에 주로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10분정도 대화를 한 후 파트너를 바꿔서 한번 더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지막으로 다 같이 모여서 한번 더 이야기를 했다. 즉 같은 내용으로 3번 이야기를 한 것이다. 처음에는 단어 중심으로, 나중에는 문장을 다듬어서, 마지막에는 조금더 유창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소규모 그룹의 회화 연습으로 참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집에 와보니까 멕시코 배우 친구 '깔라'가 근사하게 차려입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식탁 위의 초코렛 박스를 보여주면서 먹으라고 준다. 자기 생일이라 받았단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얼른 방으로 가서 한국 전통 열쇠고리를 가져와 생일 선물로 주었다. '깔라'는 그 자리에서 바로 자신의 열쇠에 걸고는 멕시코, 캐나다, 한국 열쇠고리가 함께 있다고 자랑하였다. 그녀가 생일파티하러 나가고 나니 집에는 멕시코 친구 '룰라'과 나만 남아 있다. 역시 불금이라 젊은이들은 모두 나가고 없다. '룰라'와 나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우리는 나이가 들어서 이제는 밤에는 놀기가 힘들다고 이야기했다. '룰라'는 40대의 직장인인데 휴가를 내서 영어를 공부하러 여기 왔단다. 그녀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번 주 일요일에 '그랜빌 아일랜드'에 같이 가기로 했다. 우리 기숙사에서 보이는 섬에 있는 관광지인데 걸어서 갈 수 있다. 야호! 신난다. 기숙사 친구랑 주말에 놀러간다.
2023.08.05. 토요일 [영어회화와 보드게임 모임]
느긋하게 일어나 복습과 숙제를 했다. 공부를 끝내고 거실로 나오니까 마침 한국 친구들은 아침을 먹고 있고, 멕시코 친구들은 그 옆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수다를 떨고 있다. 나도 수다 대열에 합류했다. '깔라'에게 어제 생일파티 어땠냐고 묻자 인도음식점, 노래방, 클럽에서 논 사진과 영상을 보여주었다. 정말 제대로 놀았구나. 시내의 어느 노래방이 평일 낮에는 저렴한 가격이라고 하니까 다 같이 한번 같이 가자고 한다. 시간이 맞으면 같이 가자.
오후에는 시민회관의 영어회화 모임에 나갔다. 지난번에 만났던 '테레사'와 대만 가족 '진', '가와', '카나'가 참여했다. 그리고 6개월동안 영어공부 중인 중국사람 '진'과 퀘백에서 태어나 프랑스어와 영어를 할 줄 아는 캐나다 사람 '케이'가 합류했다. '진'이라는 이름이 같아서 놀랐는데 스펠링은 달라서 발음이 좀 다르단다. 내 귀에는 그냥 다 '진'으로 들리는데 미묘한 차이가 있단다. 하긴 내 베프 '루시오'와 '루시'도 '루'가 같아 보여도 '루시오'는 'R'로 시작하고 '루시'는 'L'로 시작해서 미묘하게 다르다.
미묘한 발음의 차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난 후 '테레사'가 '시간'을 대화 주제로 제시했다. 처음에는 이 주제가 좀 어렵지 않나 싶었는데 '테레사'는 쉽게 접근한다. 하루의 일과, 즐거웠던 시간, 지루했던 시간 등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하루의 일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대부분의 일과는 비슷비슷하다. 공부할 때나 일할 때는 시간이 느리게 가고 놀 때는 시간이 빨리 간다는 이야기에 모두 격하게 동의했다. 인간의 심리는 어디나 비슷비슷하다. 모임이 끝날 때 나는 여행을 가서 앞으로 2주간 못나온다고 이야기했다. 다들 아쉬워하면서 여행 잘 다녀오고 나중에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란다. 그래, 2주 후에 또 만나자.
영어회화 모임이 끝나고 잉베로 향했다. 이번에는 Meet UP의 '보드게임'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이 모임은 '루시'가 소개해서 알게 되었다. '루시'는 보드게임 매니아란다. 잉베 인근의 잔디밭에서 파란색 파라솔을 찾아오라고 했다. 가보니까 벌써 2그룹 정도가 보드 게임을 하고 있다. 나는 보드게임을 잘 모르는데 어쩌나 하고 기웃거리는데 때마침 내 친구 '루시'가 우리 학원 친구들을 많이 이끌고 왔다.
우리 학원 친구들과 낯선 사람들이 모여서 그룹을 만들었다. 주최자가 자기 소개를 하더니 새로 나온 게임이라면서 유니콘 게임을 추천한다. 유니콘 게임 카드를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뭐라뭐라 설명하면서 게임을 시작한다. 영어가 너무 빨라서 나는 도무지 알아듣지 못하겠고 내 옆에 앉은 학원 친구가 하는 것을 보고 따라했다. 그런데 주최자가 게임에 대해 설명하다 말고 갑자기 다른 그룹으로 가버렸다. 뭐지? 그래도 다들 그럭저럭 자신의 카드를 받아들고 어찌저찌 게임은 계속 진행이 되었다. 신기하게도 아무도 규칙을 정확히는 모르는데 게임은 계속 된다. 그나마 캐나다 사람이 두 명 있어서 그들에게 물어보면서 진행을 했다. 그들은 자신들도 이 게임은 처음이라면서 진땀을 뺐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게임규칙이 적힌 종이를 읽어가면서 게임을 이끌었다.
눈치를 보아 하니까 유니콘카드를 자기 테이블(자기 앞자리)에 6개 모으면 그 사람이 승자가 되는 게임인 것 같다. 어떤 카드는 남의 유니콘을 뺏어올 수도 있고 어떤 카드는 남의 유니콘을 포기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공격을 방어하는 카드도 있다. 우리 학원 친구 중 한 명이 거의 이길 뻔했는데 캐나다 사람이 공격 카드를 써서 막았다. '루시'가 빡쳤다. 은근 승부근성이 있는 '루시'는 바로 자신의 공격카드를 써서 캐나다 사람을 견제했다. 그래. 역시 이런 승부가 있어야 게임이 재미있지. 그런데 최종 결론은 어떻게 되었는지 아는가? 가장 어리버리하게 게임에 참여하고 있던 내가 이겼다. 운좋게 방어 카드가 연속해서 나왔고 마지막 카드가 남의 유니콘을 빼앗아 오는 카드였다. 나는 캐나다 사람의 유니콘을 빼앗아 와서 나의 테이블을 완성시켰다. '루시'가 뛸뜻이 기뻐했다.
그밖에도 두더지 게임이라고 불리는 미로 만들기도 하고 익히 아는 카드 놀이도 했다. 보드게임 후에 학원 친구들과 함께 전철역으로 향했다. 그들이 가는 길이 우리집으로 가는 방향과 비슷해서 나도 같이 갔다. 가는 도중에 월요일의 계획을 이야기했다. 월요일은 캐나다의 공휴일이다. 나는 '린 캐년'이라는 곳에 혼자 트레킹을 갈 예정이라고 하니까 '루시'가 놀란다. '루시'와 몇 명 친구들도 '린 캐년'에 갈 계획이었단다. 그 이야기를 들은 또 다른 친구들이 자신들도 함께 가고 싶단다. 그래서 순식간에 '린 캐년' 탐험대가 꾸려졌다. 무려 10명이나 같이 가기로 했다. 다들 우리가 만드는 학원 야외활동이라면서 좋아라 한다. 야호, 신난다. 매일 놀러다닌다. 그것도 친구들과 함께.
2023.08.06. 일요일 [기숙사 친구들과 시내에서 놀기]
오늘은 기숙사 친구 '룰라'와 함께 집 근처의 '그랜빌 아일랜드'에 가기로 한 날이다. 느긋하게 일어나 아침을 먹고 10시에 출발했다. 전에 한국 친구들이 다리를 건너서 '그랜빌 아일랜드'에 갈 수 있다고 해서 용감하게 다리를 건너가 보기로 했다. 다리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이 제법 멋지다. 다리 끝에서 어떻게 관광지로 들어갈 수 있는지 구글맵으로 검색해서 길을 찾아갔다. 멕시코 친구는 이런 식으로 찾아가는 것이 처음인가보다. 신기해한다.
다리 아래쪽으로 '그랜빌 아일랜드'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사람들이 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따라가보니 '그랜빌 아일랜드 퍼블릭 마켓'이 나온다. 사실 이 섬은 아주 작아서 이 마켓이 볼거리의 전부다. 그래도 워낙 밴쿠버의 유명 관광지라서 관광객들이 죄다 모인다. 입구에 기념품 상점들이 있어서 들어가 보았다. 그런데 몇가지 물건의 가격을 보더니 '룰라'는 여기가 시내보다 싸다고 하면서 이것저것 골라 담기 시작했다. 나도 평소 눈여겨 보았던 기념품을 몇 개 골라 담았다. 예쁜 것들이 많아서 하마터면 과소비할 뻔했다.
기념품을 비롯하여 예쁜 소품들도 구경하고 먹거리 장터도 구경했다. 그런데 먹거리는 여기가 시내보다 더 비싸다. 우리는 점심을 이곳에서 먹지 않고 시내로 돌아가서 먹기로 했다. 항구와 해변을 바라보면서 잠시 쉬는데 '룰라'가 여기 너무 아름답다고 계속 감탄한다. 나는 멕시코에도 아름다운 해변이 많지 않냐고 물었다. '룰라'는 제일 유명한 곳은 칸쿤이지만 칸쿤은 너무 비싸다면서 다른 해변을 소개해 주었다. 거기가 자기 고향인데 무척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이란다. 얼른 구글맵에 저장했다. 현지 사람이 추천하는 곳은 저장해두어야 한다.
집으로 오는 길에 퍼레이드를 보았다. 오늘은 밴쿠버의 유명한 게이 퍼레이드가 있는 날이다. 동성연애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든 화려한 퍼레이드 행렬과 그들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잔뜩 몰려 있다. 생각보다 긴 행렬이다. 한참 서서 행렬을 구경하다가 집으로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다. 예전에 어디선가 퀴어 축제를 하려는데 엄청 난리를 쳤던 것이 기억이 난다. 밴쿠버의 개방적이고 허용적인 문화를 다시 한번 느꼈다.
집에 와보니 '깔라'가 쉬고 있다. 내가 거의 매일 '깔라'의 커피를 얻어마셔서 아까 마켓에서 그녀를 위해 커피를 샀다. 커피를 주었더니 너무 좋아하면서 포옹을 하고 하트를 날리고 난리다. 참 감정표현이 풍부한 친구다. '깔라'는 친구랑 점심을 먹으러 나갈 건데 같이 가자고 했다. 좋아, 같이 나가자. 무엇을 먹고 싶냐고 묻길래 뭐든지 좋다고 했다. '깔라'는 자기 생일날 갔던 인도 음식점에 가자고 한다. '룰라'는 인도 음식은 처음이지만 가보자고 한다. '깔라'가 나에게 인도 음식을 먹어봤냐고 묻길래 인도 여행을 가서 많이 먹어 봤다고 했더니 갑자기 난리다. 자신의 버킷 리스트가 인도여행 가는 것이란다.
'깔라'와 그녀의 친구, 나와 '룰라'가 함께 중심상가로 걸어갔다. 그런데 길가에서 어떤 사람들이 '깔라'를 알아보고는 잠시 대화를 나누더니 사진을 같이 찍는다. '깔라'에게 아는 사람이냐고 묻자 자신의 팬이란다. 나와 '룰라'는 우리가 지금 유명한 연예인과 함께 살고 있는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깔라'는 어깨를 으쓱한다. 가볍게 웃으면서 이야기했지만 사실 굉장히 신기한 일이긴 하다. 해외의 여배우와 함께 생활하는 경험을 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
식당까지 걸어가면서 '깔라'는 나에게 인도는 어땠는지 거기서 무엇을 느꼈지는 물었다. 인도의 문화는 매우 독특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그녀는 내가 어떻게 느꼈는지를 궁금해 했다. 이걸 뭐라고 설명할까 하다가 좀 복잡하다고 했다. 인생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했더니 아주 호기심 가득해서 뭐가 복잡하냐고 또 묻는다. 영어로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진땀을 빼고 있을 때 때마침 목적지에 도착해서 너무 다행이었다. 나의 짧은 영어 실력으로 그 복잡한 인도여행의 소감을 어찌 설명하리오. 전에도 느낀 것인데 '깔라'는 대화할 때 뭔가 내 대답에서 더 많은 것을 듣고 싶어 한다. 그래서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게 '깔라'의 원래 성격인지 아니면 나에 대해 호기심인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깔라'와 대화를 하다보면 질문이 끊어지지 않아서 본의 아니게 영어 연습을 많이 할 수 있게 된다.
각자 음식을 고르는데 종업원이 맵기를 어떻게 할지 묻는다. '룰라'는 중간맛을 시킨다. 종업원이 중간맛도 매울 수 있는데 괜챦겠냐고 묻자 '룰라'는 자신은 멕시코 사람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맵기에 대한 부심이 느껴진다. 다른 친구들은 부드러운 맛으로 달라고 했다. 나에게 묻길래 나는 매운 맛으로 달라고 했다. 종업원이 괜챦겠냐고 묻길래 '왜 이래, 나 한국사람이야'라고 했다. 한국인의 맵부심도 멕시코 부심 못지 않지.
음식이 나와서 다들 서로 맛을 보았다. '룰라'는 내 음식을 먹어보더니 자기에게는 맵다고 한다. 나의 입맛에는 여기 있는 모든 음식이 그다지 맵지가 않다. 사실 인도 음식의 맵기는 맵다기보다는 향신료의 향이 강한 것에 속한다. 멕시코 음식의 매운 맛은 짧게 치는 매운 맛이 있지만 오래 가지 않는다. 한국의 매운 맛이 가장 강하고 오래 가는 맛이다. 이런 차이를 설명해주고 싶었지만 아직은 무리다. 이런 것도 영어로 설명할 수 있도록열심히 공부해야겠다.
신기하게도 연예인인 '깔라'는 음식을 두 가지나 시켜서 그걸 다 먹었다. '깔라'의 친구가 원래 이 친구가 많이 먹어서 사람들이 다들 놀란다고 설명해 주었다. '깔라'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과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 것이 인생의 낙이라고 했다. 맛있는 것을 실컷 먹고도 저렇게 날씬할 수 있다니 참으로 복받은 신체 조건이다.
식사 후 '깔라'와 친구는 또 어디론가 놀러가고 '룰라'와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나이 든 사람들 티를 팍팍 내면서 이제 우리는 쉬어야 한다고 했다. 그녀도, 나도 오늘은 참 긴 하루였다. 역시 노는 것도 젊어서 놀아야한다.
그러고 보니까 이번 주는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었구나. 언어교환 모임과 영어회화 모임은 물론 보드게임 모임에도 갔다. 보드게임 모임은 정말 신선한 경험이었다. 영어특강도 들었고 기숙사 친구들과도 같이 놀았다. 정말 다양한 형태로 영어 실전 경험을 했다. 우와, 나는 정말 열심히 사는구나. 정말 열심히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