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흐르는 대로

나는 베프가 많다.

by 바람

2023.08.07. 월요일 [린 캐년 탐험대]

오늘은 월요일이다. 하지만 즐거운 공휴일이다. '루시'를 비롯한 학원 친구들과 함께 '린 캐년'에 가기로 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연휴라서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서 일찍 만나기로 했다. 나는 친구들과 함께 먹을 주먹밥을 쌌다. 채식주의자인 '루시'를 위해 당근, 양파, 토마토만 넣고 고추장, 참기름으로 맛을 냈다.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학원 앞에서 다 함께 만나서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벌써 학원 앞에는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낯선 학생이 와서 기웃거린다. 우리가 린 캐년에 가냐고 물었더니 아니란다. 자기는 신입생인데 아직 학원 문을 안 열어서 물어보려고 온 거란다. 오늘 공휴일이라 학원이 문을 닫았다고 설명해주니까 살짝 좋아하면서 돌아간다. 긴장하고 왔는데 휴일이라서 안도의 한숨을 쉬고 가는 것 같았다.

함께 갈 친구들이 모두 모였다. 브라질, 멕시코, 중국, 대만, 일본, 한국 등 국적도 다양하다. 나 외에도 한국 학생이 한 명 더 있다. 우리는 신나게 버스를 타고 린 캐년으로 향했다. 일행 중 브라질 학생이 유튜버를 시작했다고 해서 모두 그녀의 채널을 구독하고 좋아요를 눌러 주었다. 영어 공부 과정을 브이로그식으로 보여주는데 자기 나라 말로 해서 우리가 이해할 수 없을 거라고 했다. 나는 번역 기능으로 영어 자막을 이용해서 보고서 엄지척을 해주었다. 되게 수줍어하면서 좋아한다.

린 캐년까지는 약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중간에 한번 버스를 갈아타야 했는데 앞장서는 대만 친구가 있어서 나는 그냥 뒤를 따라 갔다. 보통은 내가 길잡이를 하는데 여기서는 편하게 따라 다녔다. 버스에서 내려서 5분 정도 걸어가니까 협곡 입구가 나온다. 거기에 협곡을 가로질러 놓인 출렁 다리가 있다. 우리는 신나게 출렁다리를 건넜다. 다리 중간에 서서 사진도 찍고 영상도 찍었다.

출렁 다리를 한바탕 흔들어 놓고 계곡을 따라 걸었다. 계곡의 중간에 작은 폭포와 물 웅덩이가 있는데 거기에서 사람들이 수영을 하고 있다. 브라질 친구 한 명이 자기는 수영할거라고 옷을 벗는다. 이럴 줄 알고 수영복을 입고 왔단다. 나와 다른 친구들은 양말을 벗고 발만 담갔다. 다들 물이 차갑다고 난리다. 내가 느끼기에는 호들갑을 떨 정도로 차가운 것은 아니다. 사실 우리 나라의 계곡 물이 뼈가 시리도록 차갑다. 여기는 그냥 시원한 정도다. 수영하는 친구의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우리끼리도 사진을 찍었다. 다들 맨발로 걸으면서 자갈 때문에 발바닥이 아프다고 난리다. 너희는 아직 젊은데 벌써 그러면 어쩌냐. 발을 말리고 다시 신발을 신고 길을 나섰다. 아까 수영한 친구는 가져온 숄로 간단하게 치마를 만들어 입는다. 참 자유로워 보인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니까 나무로 둘러싸인 넓은 공간이 나와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점심보다는 브런치에 가깝다. 한 친구가 가져온 돗자리와 내가 가져간 비치타올을 펼치니 근사한 피크닉 공간이 되었다. 각자 가져온 것을 꺼내서 다같이 나누어 먹었다. 나의 주먹밥은 단연 인기! 야채로만 만들었다고 하니까 '루시'가 매우 좋아한다. 친구들이 주먹밥을 어떻게 만드냐고 묻길래 아는 영어단어를 총동원해서 설명해 주었다. 참기름과 고추장이 치트키라고 했더니 한국 마트에서 사서 시도해 보겠단다. 그래. 도전은 좋은 것이다. 유튜버 친구가 내 주먹밥을 들고 뭐라뭐라 영상으로 찍다가 갑자기 나에게 이 음식에 대해 설명하는 내 모습을 찍어도 되냐고 묻는다. 그래서 심플한 영어로 다시 설명해주었다. 이렇게 의도치 않게 브라질 친구의 유투브에 출연하게 되었다. 이것 역시 재밌는 경험이다.

밥을 먹고 근처 호수를 한바퀴 돌았다. 호수에 비친 나무와 하늘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다들 사진도 찍고 수다도 떨면서 느긋하게 산책을 했다. 그리고 다시 출렁다리를 건너기 위해 돌아왔는데 허걱! 양쪽으로 다리를 건너려는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 있다. 우리는 나가는 쪽이라 그나마 줄이 길지는 않았는데 이쪽으로 들어오려는 줄은 한도 끝도 없다. 이제서야 사람들이 마구마구 이곳으로 밀려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주차장도 꽉 차서 차들이 줄 지어 서 있다. 우리는 일찍 오기를 너무 잘했다고 서로서로 칭찬을 했다.

버스를 타고 오면서 우리는 '린 캐년 탐험대'라는 이름으로 인스타그램 그룹을 묶었다. 오늘 서로 찍어준 사진과 영상들을 그룹방에서 공유하기로 했다. 일본 친구 한 명만 인스타가 없고 다들 있다. 역시 인스타 계정을 만들어 두기를 정말 한 것 같다. 버스 안에서도 신나게 수다를 떨었다. 집에 와서 씻고 노트북을 켜니까 인스타그램의 메시지가 난리가 났다. 친구들 중에는 사진을 그냥 올리지 않고 재밌게 편집해서 올리는 친구도 있다. 다들 재주들이 많다. 학원에도 친구들이 더 많아졌고 학원 밖에도 모임이 많아졌다. 매일 매일 신난다.


2023.08.08. 화요일 [히치하이킹]

오늘은 화요일이지만 어제가 휴일이었기 때문에 한 주를 시작하는 첫날이다. 어김없이 새로온 학생들이 엄청 많다. 학생 라운지가 꽉 찼다. 어제 함께 린 캐년에 갔다온 학생들과 반갑게 인사했다. 아는 친구들이 무척 많아졌다.

그런데 문법 수업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스튜어트'는 오지 않고 복도에 몇 명의 교사들이 뛰어다닌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전철이 너무 막혀서 많은 교사들이 아직 도착하지 못하고 있단다. '루시'가 오늘 전철 안에서 숨막혀 죽는줄 알았다고 했는데 정말 난리가 났나 보다. 어떤 교사가 와서 지금 어디를 진도 나갈 차례냐고 묻는다. '루시'가 어디어디가 숙제였는데 오늘 처음 온 학생들이 많으니까 그들이 숙제 부분을 풀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 '루시'에게 리더가 되어서 학생들에게 알려주라고 한다. '루시'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새로온 친구들에게 숙제를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나는 옆에서 해당 페이지를 펼쳐서 학생들이 볼 수 있게 도왔다. 본의 아니게 '루시'와 내가 새로온 학생들을 도와주게 되었다. 하긴 지금 여기 있는 모든 학생들 중에서 우리가 가장 오래된 사람들이다. 이런걸 짠빱이라고 하지.

30분 정도 지나서 '스튜어트'가 도착했다. 그는 전철에 사람이 꽉 차서 아예 타지를 못하고 몇 대를 보냈다고 한다. 이런 것은 처음 본단다. 지금 밴쿠버는 사람들로 넘쳐 난다. 관광객, 어학연수생 등으로 가득하다. 우리가 숙제 부분은 다 했고 연습 문제도 몇 개 풀고 있는 중이라고 했더니 잘했다고 한다. 그리고 새로 온 학생들 신상을 파악하고는 바로 문법 설명을 했다. '스튜어트'가 다행히 지금 진도 나가는 부분이 조동사 부분이라 쉬운 편이라고 말하는데 나와 눈이 마주친 몇 명의 학생들은 결코 쉽지 않다는 눈빛을 교환했다. 교사의 기준으로 쉬운 거고 학생들에게는 쉽지 않다.

듣기 수업 교사인 '윌'이 휴가를 가고 보강교사가 들어왔다. 다행히 내가 싫어하는 그 보강교사는 아니다. 보강교사는 '아민'이라고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고는 자기에게 궁금한 것을 하나씩 질문하도록 시켰다. 아주 쉽게 나이, 결혼 여부, 사는 곳 등으로 질문이 시작되었다. 학생 수가 많아서 기본 질문만으로는 안된다. 나는 후반부에 질문하게 되었는데 내가 메모한 것들을 이미 다 질문했다. 취미, 여행, 음식 등이 이미 다 나왔다. 나는 간단하게 스포츠를 좋아하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재치있게 자기 몸을 보면 어떨거 같냐고 되묻는다. 다들 웃었다. 그래서 질문을 바꿔서 스포츠 시청을 좋아하냐고 물었다. 그는 결혼 전에는 운동을 좀 했지만 지금은 바빠서 못하고 운동과 스포츠 시청을 못한단다. 질문과 추가 질문을 하다보니까 이런 것도 좋은 수업 방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 시간에 김밥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한국 친구, 일본 친구는 물론 브라질, 멕시코 친구들도 김밥을 좋아한단다. 생각보다 많은 나라 사람들이 김밥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까 김밥을 말고 싶어졌다. 나의 특제김밥을 나의 학생들이 무척 좋아했다. 아침 자습 시간에 슬쩍 김밥을 풀어놓으면 우리 아이들이 우루루 모여서 순식간에 동이 났었다. 이번 주말에 김밥이나 말아볼까?

밥 먹고 나서 숙제를 하고 있는데 '하루'가 와서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이 친구는 요즘 점심 small talk를 나누는 일본 고등학생이다. 지난 주 화요일쯤 우리 앞 테이블에서 밥을 먹던 일본학생들 중에 한 학생이 나에게 와서 한국사람이냐고 묻고는 자기 소개를 했다. 여기 학생들은 전부 15살인데 자기는 16살이란다. '네가 형아구나'라고 했더니 가끔 자기랑 영어로 대화해도 되겠냐고 물었다. 내 영어실력이 좀 낮다고 했더니 자기도 그렇다면서 그래도 여기서 쟤네들과 일본말을 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점심 small talk 시간이 생겼다. 몇 번 대화를 나누어보니까 의젓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학생이다. 아직 정확한 진로는 정하지 못했지만 무언가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단다. 내가 어제 린 캐년에 갔다 왔다니까 알고 있단다. 어떻게? '하루'와 함께 문법 수업을 듣는 학생이 우리 '린 캐년 탐험대' 친구인데 그녀의 인스타그램을 보고 알았단다. 어쩌다보니까 이 학원의 꽤 많은 학생들과 친구가 되고 있다.

extra 수업에 오늘도 귀여운 11살, 9살 대만 친구들이 참석했다. 지난번 수업이 마음에 들었나보다. 오늘의 주제는 '여행'인데 히치하이킹에 대해 아는지 묻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11살 꼬마가 손을 번쩍 들더니 안단다. 설명하라니까 차를 세워서 태워달라고 하는 거란다. 꼬마가 어떻게 아는지 궁금해졌다. '마리아나'가 히치하이킹에 대한 유튜브 영상을 보여주었다. 어떤 캐나다 청년이 히치하이킹으로 캐나다를 횡단하는 내용인데 그 목적이 암에 걸린 어린이를 위한 모금이었다. 정말 세상에는 대단한 사람들이 많구나.

여행에 대한 질문지를 파트너끼리 묻고 답하는 활동을 했다. '마리아나'가 우리 꼬마 친구들과 함께 대화하고 싶은 사람이 없냐고 묻길래 내가 번쩍 손을 들었다. 나는 우리 꼬마 친구들 사이에 앉았다. 11살 오빠에게 히치하이킹을 어떻게 아냐고 물으니까 전에 아빠 차를 타고 가다가 어떤 사람이 손을 이렇게 들어서 아빠에게 물어보니까 히치하이킹이라고 알려주었단다. 그런데 얼마 전에 영어 수업에서 히치하이킹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자기가 그것을 까먹었단다. 그래서 다시 아빠에게 물었더니 아빠가 왜 그걸 모르냐고 했단다. 꼬마가 아주 신나서 다다다다 이야기를 하는데 끊을 수가 없었다. 나는 9살 여동생에게도 말할 기회를 주고 싶어서 질문지의 내용을 물었다. 그런데 11살 오빠가 대답을 자꾸 가로채서 열심히 말한다. 나는 오빠의 답을 들은 후에 동생에게 너는 어떠냐고 물었더니 자기 생각을 또박또박 야무지게 말한다. 너무 귀엽다. 신나게 꼬마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나니까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마리아나'가 수업을 끝내면서 내일은 문법 보충이라고 말해주었다. 꼬마들이 내일은 그러면 여기서 수업을 하지 않는 거냐고 묻는다. 이 교실에서 같은 선생님이 수업을 하는데 내용은 회화가 아니라 문법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내 느낌에는 우리 꼬마 친구들이 이 수업을 몹시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다. 하긴 '마리아나'도 친절한 선생님이고 여기 학생들도 다 착하다. '마리아나'는 나에게 아이들과 대화해주어서 고맙다고 했다. 나는 내가 더 즐거웠다고 했다. 아이들과의 대화는 늘 즐겁다. 나는 역시 아이들과 함께 해야 행복한 사람이다.


2023.08.09. 수요일 [1년 정도 살아볼까?]

문법 시간에 그동안 세 단원에 걸쳐서 배운 조동사를 총 정리했다. 작은 테스트도 보았는데 역시 아는 것도 문제로 풀려면 어렵다. 아무래도 예외적 용법 부분은 예시문을 더 찾아봐야겠다. 교재에 나와 있는 문장 만으로는 충분히 연습이 되지 않는다. 전에 '루시'가 알려준 영문법 설명 사이트를 뒤져봐야겠다.

듣기 수업은 어제의 보강교사 '아민'이 이어서 들어왔다. '아민'은 웹사이트 LongMan dictionary를 통해 강세와 의미를 이해하는게 좋다고 하고 시범을 보여주었다. 음성지원도 되고 예시문도 많아서 아주 유용한 사이트인데 휴대폰 어플로도 제공된다. 네이버 사전에서도 음성지원이 되지만 기왕이면 영영사전으로 공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어서 지도에서 위치를 표현하는 것도 배우고 캐나다의 주 이름도 배웠다. 캐나다는 10개의 주와 3개의 해외영토로 구성되어 있다. 만약 캐나다의 영주권 혹은 시민권 이런 것을 받고 싶다면 인구가 적어서 누구나 환영하는 낯선 이름의 주로 가란다. 여기 BC주는 사람이 많아서 좀 기다려야 한단다. 캐나다는 비교적 이민 정책에 허용적인데 그것도 주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나보다.

오늘도 점심을 먹고 '하루'와 대화를 나누었다. 오늘은 이름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하루'는 봄, 파도, 바다라는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나는 덕담으로 봄은 계절의 시작이고 파도는 늘 움직이고 바다는 넓으니까 아주 좋은 의미라고 말해주었다. 그랬더니 자기 부모님이 그런 의미로 이름을 지은 것이란다. 자기는 이번에 방학동안만 여기서 공부하지만 나중에 여기에 또 와서 공부하고 싶단다. 나에게 언제까지 여기서 공부하냐고 묻길래 5개월 동안 공부한다고 했더니 너무 짧단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처음에는 남의 나라에서 5개월 정도 살아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1년 정도는 살아봐야 거기서 살아봤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회화 수업에서는 일상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루 종일 일정하게 반복되는 일들에 대해 묘사할 수 있는 단어를 찾아보니까 꽤 많았다. 하루 일과에 대해 그룹을 지어서 대화를 나누었다. 일본 학생 둘과 그룹이 되었는데 모두 내년에 대학에 가는 고3 학생들이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까 대체로 이 학생들이 나보다 더 일찍 일어나고 공부하는 시간이 많다. 그리고 TV나 온라인 접속은 나보다 덜하고 자유시간은 충분하지 않단다. 나는 휴대폰과 컴퓨터를 꽤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온라인 접속 시간이 긴 편이다. 내 학창시절은? 비교 불가다. 그때는 컴퓨터가 없었다.

오늘 extra 수업에도 우리 꼬마 친구들이 왔다. 얘들이 재밌다고 해서 오는 것일까, 부모가 여기에 맡기려는 목적이 더 강한 것일까? 오늘 새로온 학생들이 많아서 그런지, 아이들이 들어올 때 좀 쭈볏거렸다. 내가 반갑게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면서 인사했더니 쪼르르 와서 내 옆자리에 앉았다. 어제 같이 파트너 활동도 해서 이젠 많이 친해졌다.

오늘 배운 것은 비교급에 대한 것이다. 밴쿠버와 몬트리올 중에 어디가 더 생활비가 비쌀까? 오늘 유난히 캐나다의 도시와 주에 대해 많이 듣게 된다. 밴쿠버가 더 비싸단다. 밴쿠버가 속한 BC주가 세금이 비싸단다. 캐나다는 각 주마다 세금이 다르기 때문에 물건을 살 때 주의해야 한단다. 팁 문화도 조금씩 차이가 있단다. 곧 캐나다 동부로 여행을 가기 때문에 이런 것은 유용한 정보다. 빈칸 메꾸기 활동과 문장 매칭하기 활동을 했는데 우리 꼬마 친구들이 제일 먼저 끝냈다. 교사의 칭찬을 받고 아이들이 아주 좋아한다.

'밴쿠버 한영언어교환 모임'에 가서 2시간 동안 정신없이 떠들고 지쳐서 기숙사로 돌아왔다. 씻고 나오니까 거실에서는 '룰라'가 노트북을 앞에 두고 온라인으로 화상통화를 하면서 일을 하고 있다. '깔라'는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왔다갔다 하고 일본 친구도 들어와서 요리를 준비하고 있다. 아까는 우리 한국 친구들이 요리를 했다. 나는 지금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살고 있음을 다시금 실감했다.


2023.08.10. 목요일 [Let it go가 최고]

문법 시간에 '스튜어트'가 재밌는 영상을 보여주었다. 교재에 나온 공항에서 해야 할 것과 하면 안되는 것에 관련해서 기막힌 방법으로 밀수를 시도하는 사람들에 대한 영상들이다. 누가 봐도 티가 나는 가발 속에 마약을 숨기려고 한 사람, 아기 타이거를 인형과 함께 가방에 넣어 온 사람 등이 나왔다. 제일 충격적인 것은 침대 매트리스 속에 사람이 숨어 있다가 적발된 것이다. 허걱이다. 침대 매트리를 찢으니까 성인 한 사람이 나온다. 영상이 너무 웃겨서 교재에 나온 내용보다 영상의 내용이 더 기억에 남았다.

듣기 수업에서는 어제에 이어서 캐나다의 각 주에 대해 좀더 자세히 배웠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강원도, 경기도 같은 그런 개념이지만 크기로 따지면 대체로 한 개의 주가 우리나라보다 더 크기 때문에 느낌이 다르다. 각 주마다 정부가 있고 세금, 교통법규 등의 정책이 다르단다. 내가 다음 주에 퀘백 주와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주에 여행을 간다고 했더니 '아민'이 그곳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땡큐! 아민.

읽기와 쓰기 수업에서는 계속 해서 쓰기 연습을 했다. 주제를 선택해서 소주제를 만들고 각각 이유를 구성했다. 그럭저럭 도입 부분을 작성했다. 아직 서투르지만 그런대로 작문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보강 교사는 학생 한 명 한 명의 도입문을 일일이 보면서 문법적으로 수정할 것이나 단어를 짚어주었다. 덕분에 좀더 나은 글이 될 것 같다.

점심을 먹고 나니 '하루'가 와서 자기는 오늘 다른 친구들과 밖으로 나가기 때문에 small talk를 못한단다. 대신 내일 새로 만난 한국 친구를 소개시켜주겠단다. 그래, 친구들과 즐겁게 놀라고 말해주었다. '하루'가 가고 나니까 이번에는 나의 이웃(한국의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사는 지역주민) '정아'가 왔다. 그녀는 곧 여행을 가는데 비행기 표의 이름이 잘못되어서 곤란을 겪고 있었다. 나는 영어가 짧아서 그녀를 어떻게 도와야 할지 난감했다. 마침 비행기 회사와 채팅으로 상담하는 내용을 내 휴대폰의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서 즉시 번역할 수 있었다. 어찌어찌해서 다행히 비행기 표의 이름을 제대로 수정할 수 있었다. 그나마 조금 도움이 되어서 다행이었다.

extra 수업 시간, '마리아나'에게 나는 다음 주에 퀘백과 앤섬(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으로 여행간다고 말했다. 그녀는 두 곳 모두 아주 좋은 곳이라면서 여행 끝나고 돌아오냐고 물었다. 당연히 이곳으로 돌아와서 계속 공부할거라고 했더니 그러면 돌아와서 여행 얘기를 들려달란다. 물론이지.

오늘도 꼬마 학생들이 함께 했다. 오늘은 좋아하는 활동, 좋아하는 노래 등에 대해 파트너와 대화를 나누었다. 어느 정도 대화를 나눈 후에는 각자 자기 파트너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전체 학생들에게 소개하라고 했다. 나는 어린 친구 중에서 9살 여동생과 파트너가 되었다. 이 꼬마 아가씨가 좋아하는 계절은 겨울이란다. 겨울에는 눈이 와서란다. 그런데 이 친구들은 지금까지 한번도 눈을 손으로 만져본 적이 없단다. 아, 그렇지. 대만에는 눈이 오지 않는다. 한번도 만져본 적이 없는 눈 때문에 겨울이 제일 좋다는 이 꼬마 친구에게 눈사람을 선물하고 싶어졌다.

제일 좋아하는 가수나 음악을 말하는 대목에서는 이 꼬마 친구가 무엇을 말해야 할지 주저하길래 나는 애니메이션 '모아나'의 노래가 좋다면서 유튜브로 찾아 들려주었다. 그랬더니 자기는 '엘사'의 Let it go가 좋단다. '겨울왕국'의 엘사! 그렇지, 노래는 단연코 Let it go가 최고지. 우리는 나즈막히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를 흥얼거리면서 즐거워했다.

파트너 활동 후에 전체 학생들 앞에서 서로 소개를 했다. 그런데 '마리아나'가 우리가 각자 좋아하는 노래나 가수 말하는 것을 귀담아 들었다가 한 명씩 소개하는 활동을 할 때 찾아서 노래의 앞부분을 들려주었다. 다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니까 표정이 밝아진다. 역시 '마리아나'는 너무 좋은 선생님이다.


2023.08.11. 금요일 [나는 베프가 많다]

문법 수업에서 이제 드디어 조동사의 끝을 본다. 숙제를 확인하고 문제를 몇 개 풀었다. 문법의 함정과 어휘의 장벽을 겨우 넘었는데 맥락을 잘못 파악해서 틀린 문제가 있었다. 음,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군. 오늘이 마지막날인 인도 학생이 있어서 다같이 작별 사진을 찍었다. 3주 동안 같이 수업을 들었던 학생이다. 아무래도 '루시'와 나는 이 클래스에서 살아있는 전설이 될 것 같다. 아니다. '루시'는 다음 레벨 테스트에서 UP할 것 같다. 그러면 나만 남는다. 아, 혼자 남는 것은 너무 슬프다. 내 친구 '루시오'가 보고 싶다.

듣기 수업에서는 지도를 보면서 방송을 듣고 길을 찾아가는 활동을 했는데 다들 엉뚱한 장소로 찾아갔다. 쉬울 것 같았는데 의외로 혼동스러웠다. 왼쪽, 오른쪽, 위, 아래 왔다갔다 하는 것도 헛갈렸는데 중간에 '그래 맞아(right).'가 같이 나오니까 더욱 헛갈렸다. 그게 트릭이란다. 요즘은 구글 맵으로 길을 찾기 때문에 길거리에서 물어볼 일이 별로 없다. 하지만 간혹 필요할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 깊게 들어보자.

읽기와 쓰기 수업은 오늘도 쓰기 활동을 했다. 본문 내용도 쓰고 마무리 문장을 쓰는 연습도 했다. 아마도 다음 주에 지금까지 연습한 다섯가지 주제 중에서 하나를 가지고 쓰기 레벨 테스트를 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여행을 가기 때문에 시험을 보지 않는다. 얘들아. 시험 잘 봐! 새로 온 학생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시험을 보는지 알려 주었다.

점심 시간에 '하루'에게 작별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오지 않았다. 나는 다음 주에 여행을 가는데 내가 돌아올 때쯤이면 '하루'는 귀국하고 없을 것 같다. 아무래도 인스타그램으로 작별인사를 해야겠다. 짧은 기간이지만 즐거운 small talk였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이 친구가 자기 꿈을 잘 찾고 꿈을 이루기를 바란다.

회화 수업은 오늘도 보강교사가 들어왔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일상의 루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몇 가지 활동을 하고 나서 게임을 하려는데 주사위가 없다. 교사가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주사위를 못 찾겠다면서 휴대폰을 이용하란다. 잽싸게 어플 중에서 주사위 어플을 깔아서 사용했다.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에 대한 질문인데 다들 비슷하다.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당연히 양치질하고 세수하는 것이지. 잠자기 전에 하는 일은 음악 듣거나 책을 읽는단다. 나는 잠자기 전에 휴대폰을 본다고 했더니 그건 눈 건강에 좋지 않단다.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더 현명하군. 주말 아침에는? 늦잠이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우리 그룹은 죽이 잘 맞아서 재미없는 질문은 건너뛰고 재밌는 질문들만 골라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 몇몇 한국 친구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이제 주변에 한국 친구들이 많이 남지 않았다. 그리고 초반에 함께 공부했던 일본 친구, 모로코 친구도 다음 주가 마지막이란다. 아마도 다음 주에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정말 많은 친구들이 떠나고 없을 것이다. 정말 인생은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이구나. '루시오'가 멕시코에 잘 도착했고 친구들이 그립다고 인스타그램에 소식을 전해왔다. 어찌나 반가운지 살짝 눈물이 났다. '루시오'가 떠난 후 지금은 '루시'가 나의 베프가 되었지만 그래도 '루시오'는 변함없는 나의 베프다. 나의 베프가 자꾸 바뀌니까 어떤 친구가 그건 베스트 프렌드가 아니라 가까운 친구(closer friend)라고 해야 한단다. 하지만 뭐라고 부르는 것이 중요할까 싶다. 내 마음에 베스트 프렌드라고 느끼면 그게 중요한 것이지. 그냥 내 마음이 흐르는대로 나는 부를 것이다. 나는 베프가 많다. 그래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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