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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그리고 밤(2)

내 사랑 지리산둘레길 덕산-위태

by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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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과 쉼터

한참 오르다 보면 오르막 경사로가 심해지는 구간이 있다. 여기서는 좀 힘들다. 숨을 헉헉 몰아쉬면서 올라가다 보면 적당한 위치에 딱 맞춤의 쉼터가 있다. 작은 평상인데 길가 바로 옆에 있다. 오르막길에 다리가 아프니까 쉬어간다. 아예 드러누워 쉬어도 좋다. 적당한 그늘이고 지나는 사람도 별로 없다. 누워있으니 산들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이런 것이 신선놀음 아닐까 싶다.




IMG_7328.JPG 갈치재를 향하는 숲길

정자를 지나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왼쪽 길로 가면 산길로 접어들게 된다. 푯말이 잘 되어 있어서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산길로 접어들면 이번 코스의 마지막 오르막 구간이 펼쳐진다. 아까 한참 올라왔기 때문에 이번 오르막은 그리 길지는 않다. 흙길을 밟으니 폭신한 것이 너무 좋다. 나무 냄새, 풀 냄새가 진하게 느껴진다. 아직 울창하지는 않지만 녹음이 우거지기 시작해서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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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재

갈치재를 넘는다. 산청 사람들은 위태재라고 부르고 하동 사람들은 중태재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정작 여기에는 갈치재라고 쓰여 있다. 네이버 지도로 검색하면 갈치재는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의 큰 고개 이름으로 나오는데 여기 사람들은 주로 이 고개를 갈치재라고 부른다고 한다. 어쨌든 여기는 산청군과 하동군의 경계이다. 갈치조림과 전혀 상관없는 갈치재를 넘어 산길은 내리막이 된다.





IMG_9722.JPG 밤을 찾는 조카와 올케(가을)

갈치재를 넘어가자 이번에는 밤나무 군락지가 나온다. 산의 이쪽 면은 밤나무가 저쪽 면은 감나무가 많다. 참 좋은 산이다. 봄에 걸을 때는 밤나무인지 잘 모르고 걸었는데 가을에 걸으니 밤송이가 많이 떨어져 있다. 몇몇 구간에서는 밤나무가 많아서 가을에 가면 밤송이를 제법 볼 수 있다. 밤나무도 농사 지으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아마도 마을에서 농사지으시는 분들이 가을 적당한 날짜를 잡아서 털어가시는 것 같다. 그렇게 털어가고 난 후에 잘 찾아보면 제법 실한 녀석들이 남겨져 있으므로 재미 삼아 떨어진 밤송이를 뒤져보는 것도 좋다. 조카들이랑 갔을 때에는 떨어진 밤송이에서 남아있는 밤 찾아내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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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대나무 숲

밤나무 군락지를 지나 내려가는데 이번에는 갑자기 대나무 숲이 나타난다. 꽤 울창한 대나무 숲 사이로 햇살이 비치면서 신비롭기까지 하다. 지난번 보았던 대나무 숲보다 규모가 더 큰 것 같다. 둘레길 길을 걷다가 종종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대나무 숲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대나무는 엄밀히 말하면 나무가 아니라 풀이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 눈앞에 빼곡히 보이는 대나무들은 하나씩 독립된 개체가 아니라 한두 개의 뿌리에서 뻗어 나온 줄기들이라고 한다. 알수록 신기한 것이 대나무이다. 그런데 얘네들은 풀이면서 어떻게 이렇게 키가 클 수가 있는 거지? 세상에서 제일 큰 풀일 것 같다.




IMG_7348.JPG 중택지

대나무 숲을 벗어나 산길을 좀 더 가면 이번에는 숨겨진 듯한 연못을 만나게 된다. 이름은 중택지라고 하는데 이 작은 연못 앞에 벤치가 놓여있다. 벤치에 앉아 산 쪽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세상과 단절된 듯한 느낌이 든다. 마을 쪽을 등지고 산을 향해 앉는 것만으로도 그런 마음이 들 수 있다. 잠시 아무 생각 없이 산멍, 물멍을 하며 앉아 있어 본다. 이런 시간이 필요해서 둘레길에 오는 것이다. 이런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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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마을 도착

길은 다시 넓어진다. 흙길이 곧 끝나고 다시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을 만나면 위태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위태 마을은 작은 마을이라 버스가 하루에 두 번 뿐이지만 인근에 펜션이 두어 개 있다. 이곳에서 숙박 예정이라면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겠다.


이렇게 해서 지리산둘레길 9코스인 덕산-위태 구간을 두 번 걸었다. 조카들이 둘레길을 따라오겠다고 했을 때 걷기가 비교적 수월하면서도 산과 마을을 고르게 지나는 길이 좋을 것 같아서 이 구간을 선택했다. 감나무와 밤나무는 지리산둘레길이 조카들에게 준 선물 같다. 중간에 밤을 줍고 감을 따 먹는 경험이 없었더라면 조카들은 걷기를 지루해했을 것 같다. 나는 봄에 걸었을 때보다 조카들과 함께 걸었던 가을이 더 좋았지만 가능하다면 계절을 달리 해서 걸어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그래서 내가 지금도 지리산둘레길을 가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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