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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May 15. 2023

피아골을 건너(2)

내 사랑 지리산둘레길 가탄-송정


숲길과 섬진강

넓은 길을 지나 좁은 오솔길로 들어선다. 약간의 오르막을 오르면 갑자기 눈앞에 섬진강이 나타난다. 지리산둘레길 전체 구간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풍경이 펼쳐진다. 섬진강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그냥 와~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섬진강을 배경으로

섬진강이 휘돌아나가는 풍경을 뒤로하고 길을 알려주는 벅수가 서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벅수를 주인공으로 한 사진 중에서 가장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다. 나중에 벅수 사진만 따로 모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 그리고 위의 사진은 2015년 여름 사진이 아니라 2022년 가을 사진이다. 이 길도 두 번 걸었는데 여름과 가을 모두 걷기 좋은 길이다. 적당히 그늘이 있어서 여름에 걸어도 좋고 단풍이 물들어가는 가을에 걸어도 좋다.





사이 좋은 나무와 쉼터

능선을 따라 걷다가 다시 숲길로 들어선다. 숲길에서는 역시 나무들이 눈을 즐겁게 해 준다. 나무들 중에서 종류가 다른데 사이좋게 붙어 자란 나무가 있다. 뿌리가 서로 엉켜 있을 것 같은데 나란히 자라고 있다. 서로 다름을 존중해 주면서도 서로 의지하고 있는 것 같다. 중간에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도 있다. 참 고마운 쉼터다.





고사리밭

나무들이 우거진 숲길에서 벗어나 갑자기 넓은 고사리밭을 만난다. 다시 한번 느낀 것이지만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고사리를 이렇게 많이 먹는 줄 몰랐다. 처음 걸었던 3코스에서도 어마어마한 고사리밭을 봤는데 여기에도 고사리밭이 많다. 그런데 누가 이 깊은 산골에 고사리밭을 만들었을까? 고사리는 공기가 좋은 곳에서 잘 자라나 보다.





목아재

오르막 숲길을 한참 오르면 목아재에 이르게 된다. 목아재는 옛날부터 구례에서 화개장터로 가는 길목이었고 지리산 쪽 방향의 '당재'라는 곳으로 올라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그래서 구례로 가는 길, 화개장터로 가는 길, 당재로 가는 길이 만나는 삼거리다. 지리산둘레길 중에 지선으로 '당재-목아재' 구간이 있었는데 2019년에 폐쇄되었다. 오른쪽 사진을 보면 벅수가 세 방향을 안내하고 있는데 이것은 2015년에 찍은 사진이라 그렇다. 지금은 가탄과 송정 방향만 안내하고 있다. 목아재에는 편히 쉬어갈 수 있는 쉼터가 있고 스탬프 찍은 곳도 있다.





송정마을을 향하여

목아재에서 충분히 쉬고 다시 송정마을을 향하여 길을 나선다. 오르막 숲길이 이어지는데 가다가 목책이 둘러진 길도 걷고 능선길도 만난다. 그리고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구간을 걷게 된다. 섬진강 줄기를 멀리 내다보면서 걸으면 어디를 찍어도 사진이 잘 나온다.





섬진강

특히 날씨가 맑으면 이런 사진도 건질 수 있다. 이런 경치를 두고 무슨 말이 필요하랴. 이럴 때는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하늘멍, 구름멍을 해도 좋다. 굽이굽이 흐르는 섬진강과 멀리까지 이어지는 산의 능선들, 푸른 하늘을 수놓은 구름들. 어느 것 하나 빠질 수 없이 그야말로 자연이 빚어놓은 예술 작품이다.





농로와 산길

송정마을까지 가는 길은 흙길과 포장된 길이 번갈아 이어진다. 섬진강 물줄기를 닮은 굽이진 길도 걷는다. 중간에 개들이 묶여있는 집도 지나가게 되는데 몹시 사납게 짖어대서 좀 무서웠다. 줄이 잘 묶여 있어서 다행이다. 개들이 진정하도록 서둘러 지나간다.




송정마을

농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집들이 한두 채 나오다가 작은 계곡을 끼고 있는 송정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작은 계곡이지만 물이 아주 맑고 수량도 풍부하다. 징검다리를 건너 마을을 통과하면 차들이 다니는 아스팔트길을 만난다. 이번 구간이 여기서 끝나게 된다. 이 아스팔트길을 따라 30분 정도 내려가면 구례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가탄-송정 구간은 어느 계절에 걸어도 좋은 길이다. 숲길과 농로가 적당히 섞여있고 중간중간 쉼터도 있어서 힘들지 않게 걸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피아골을 건너고 섬진강도 시원하게 바라보면서 걸을 수 있어서 더욱 좋다. 

후일담으로 피아골의 은어마을에서 2022년 가을에 10일간 머물렀다. 30년 동안 일했던 직장생활을 명예퇴직으로 마무리하고 나서 나에게 주는 선물로 지리산 10일살기를 한 것이다. 이 기간 동안 가탄-송정, 송정-오미 구간도 다시 걷고 연곡사, 쌍계사, 화엄사, 사성암 등도 다녀왔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숙소에서 피아골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숙소는 은어마을의 봉쥬르 펜션으로 잡았는데 피아골 물소리를 지척에서 들을 수 있는 위치에 있고 무엇보다도 운영하시는 분들이 따뜻하게 살펴주셔서 집처럼 편하게 지냈다. 갑자기 은은하게 흐르는 피아골의 물소리가 그리워진다. 아무래도 다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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