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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May 17. 2023

태양을 피하는 방법(1)

내 사랑 지리산둘레길 오미-방광

오미-방광 구간은 세 번 걸었는데 첫 번째로 걸었던 계절은 가장 무더운 8월이었다. 구간 중에 햇볕을 피하기 어려운 길들이 많은 구간은 해가 뜨거운 한낮에는 가급적 걷지 않거나 산길을 걷도록 계획할 필요가 있다. 2014년 8월, 처음 걸었던 인월-금계 구간은 산길이 많이 포함되어서 이런 어려움을 잘 몰랐다. 걷기를 거듭하면서 이런저런 노하우가 쌓이고 있다. 그래서 한여름에 걸을 때는 코스를 분석한 후에 이른 새벽에 출발하여 서너 시간 걷거나 오후에 출발해서 해가 질 때까지 걷는 방법을 택했다. 둘레길 센터에서 구할 수 있는 지도를 참고하면 좋은데, 초창기에 구간별로 제공하던 지도에는 폭염구간이 표시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지도가 없는 것 같다. 그럴 경우에는 '네이버'나 '다음'의 위성지도를 참고해도 좋다. 어쨌든 초행길이라면 미리 코스를 분석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택시 기사분께 들은 얘기인데, 어떤 둘레꾼들은 한여름 야간에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야간 걷기는 삼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혼자라면 위험하기도 하고 단체라면 자칫 민폐가 될 수도 있다. 특히 한밤중에 마을을 지날 때에는 단체로 다니면서 스틱까지 사용하고 떠들면서 걷는다면 마을 주민들께 큰 실례라고 생각한다. 우리 집 앞을 야밤에 사람들이 우르르 우르르 지나간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지리산둘레길 오미-방광 구간과 오미-난동 구간


오미마을에서 지리산둘레길은 두 갈래로 나누어진다. 오미에서 방광으로 가는 북쪽길(지도의 파란색 길)과 오미에서 난동으로 가는 남쪽길(지도의 초록색 길)이 있다. 오미-방광 구간은 상사마을을 지나 중간에 화엄사 계곡 입구를 지나게 된다. 오미-난동 구간은 구례읍을 스치듯 지나 벚꽃 가로수가 쭈욱 늘어선 서시천이라는 개천을 끼고 가는 길이다. 내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산을 끼고도는 오미-방광 구간을 지리산둘레길의 본선으로 볼 수 있고 개천을 끼고도는 오미-난동 구간은 지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오미-방광 구간(17코스)은 총 12.3킬로이고 보통 5시간 정도 걸리며 난이도는 '중'이라고 한다. 나의 경우에도 5시간 정도 걸렸다. 


이쪽 지역은 구례읍이 가까워서 대중교통으로 접근할 수 있다. 오미마을과 방광마을 모두 구례와 연결되는 버스가 하루에 5~6번 정도 있으므로 시간표를 확인해서 이용하면 된다. 차를 세워두고자 한다면 양쪽 모두 주차하기가 마땅치 않으므로 되도록 차는 구례읍 지리산둘레길센터 주차장에 세워두는 것이 좋겠다.

오미마을에는 식당이 한두 군데 있지만 방광마을에는 아무것도 없다. 다만 이번 구간은 중간에 거치는 화엄사계곡 입구에 식당과 가게들이 많고 그 밖에도 중간중간 길 건너는 곳에 가게와 식당들이 좀 있다.

숙박은 오미에는 한옥민박, 펜션 등이 있지만 방광에는 아무것도 없다. 화엄사계곡 입구에는 다양한 형태의 숙소가 많다. 그밖에 가까운 구례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오미 저수지를 지나 

오미마을에서 출발하면 곧 오미 저수지를 만난다. 2015년에 걸을 때에는 저수지를 지나 인도가 없는 국도를 위험하게 걸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저수지 둑길로 올라가서 산 쪽으로 걸을 수 있도록 길이 생겼다. 다음지도나 네이버지도에서는 지금도 국도 쪽으로 우회하도록 안내하고 있으나 이제는 저수지 앞에 있는 벅수를 잘 보고 산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최근에 걸었을 때도 이 벅수를 놓쳐서 차가 쌩쌩 달리는 국도를 위험하게 걸었던 사람으로서 충고하건대 벅수를 잘 보고 오미 저수지 둑길로 들어서자.




오미 저수지 둑길 끝과 주유소로 내려오는 길

저수지 둑길 끝에는 산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고 벅수가 친절하게 안내하는 길로 올라가면 된다. 약간의 오르막 후에는 얕은 능선을 따라 국도변의 주유소 뒤쪽으로 내려오게 된다. 안타깝지만 주유소에서부터는 찻길을 걸어야 한다. 다만 국도가 아니라 마을로 진입하는 작은 도로를 걷기 때문에 그나마 덜 위험하다. 하지만 인도가 없는 찻길이라 차가 지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내가 전부터 얘기하지만 모든 도로에는 인도가 필요하다.




하사 저수지와 약수터

하사마을을 지나 상사마을로 향한다. 하사 저수지에는 쉬어갈 수 있는 평상도 있고 정자도 있다. 아스팔트길이라 걷기는 별로지만 마을을 따라 걷다 보면 효자각도 지나고 약수터도 지난다. 꽤 넓은 운동장과 의자가 마련된 휴식공간도 있고 작은 가게도 있다.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걷는다.




한여름의 논 풍경

한여름에 걸을 때는 이 구간은 햇볕을 피하기 어렵다. 새벽에 출발했어도 해가 뜨기 시작하면 금방 더워진다. 그늘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너무 반갑다. 대신 녹음이 우거진 풍경을 볼 수 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걸었을 때는 3월, 4월이라 아직 녹음이 우거지기 전이었다. 햇살은 따갑지 않았지만 경치는 황량했다. 어느 것이 더 좋을지는 선택하기 나름이 아닐까?




상사마을에서 우회전

상사마을에는 '윤스테이'를 촬영한 쌍산재가 있는데 둘레길에서 벗어나 200미터 정도 가면 있다. 둘레길은 상사마을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틀어 산 쪽으로 향한다. 마을을 관통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 윗길로 올라가게 되어 있다. 차밭과 묘지들이 있는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다가 숲 속길로 이어진다. 상사마을을 내려다보면서 걷게 된다.



대나무 숲을 지나

숲길은 대나무 숲으로 이어진다. 전에는 없었는데 이제는 쉴 수 있는 의자가 생겼다. 대나무 숲을 지나면 다시 집들이 있는 마을길이 나온다. 마을 위쪽인데 드문드문 주택들이 있다. 어떤 집은 여러 채의 건물이 하나의 울타리 안에 있다. 펜션은 아닌 듯한데 뭘지 궁금하다. 둘레길은 주택들의 위쪽으로 이어지고 곧 숲으로 들어선다. 




숲속의 정자

상사마을을 벗어나 본격적인 숲길을 걷는다. 나무그늘이 우거져서 좀 살 것 같다. 얕은 개울도 건너면서 걷다 보면 다시 시멘트 길도 나오고 또다시 숲길도 나온다. 그리고 중간에 정자가 나타난다. 정자에서 잠시 쉬어간다. 하지만 해가 뜨거워져서 오래 쉬기 어렵다. 이미 12시에 가까워지고 있다. 잠시 산길을 지나 황전마을 입구로 이어지는 도로가 나온다. 




황전마을 가는 길

얼마 전에 걸어보니까 이 쪽 길은 이제 편도 1차선의 아스팔트가 쫘악 깔렸고 주변으로 대규모 전원주택 단지가 들어서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이 변할 것 같다. 둘레길은 황전마을의 옆으로 흐르는 시냇물을 건너고 물길 옆으로 난 길을 따라간다. 이 시냇물은 노고단에서부터 시작해서 화엄사 계곡을 지나 흘러온 물이다. 여기서부터는 민박, 펜션, 식당 등이 보이기 시작하고 곧 화엄사 관광지구를 가로질러 지나게 된다. 첫 번째 걷기는 화엄사 입구에서 끝냈다. 이미 12시가 넘어 해가 너무 뜨거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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