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영원하다 믿는 것들 : 부동산 2탄
그러니까 경기도 화성이 아니라, 태양계의 행성 중 하나인 화성(Mars)의 땅을 말이다.
이 우주 부동산은 현재 ‘달 대사관(lunarembassy.com)’이라는 곳을 통해 판매되고 있는데, 미국의 데니스 호프(Dennis M Hope)라는 개인이 운영하는 회사다. 1967년 UN은 우주 조약을 만들어 국가와 기관이 달을 포함한 천체를 소유할 수 없도록 했는데 데니스 호프는 그럼 ‘개인’은 소유해도 되는 것 아니냐며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걸 진짜로 돈을 내고 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미국의 전직 대통령과 톰 크루즈 등 유명인을 비롯해 한국의 많은 연예인들도 구매했다.(검색하면 줄줄이 나온다.) 대다수는 재미 반, 호기심 반으로 구매한 것일 테지만 데니스 호프는 달과 화성뿐만 아니라 수성, 금성, 목성의 위성까지 팔아 100억 원 이상의 돈을 벌었다고 한다.
이런 게 진짜로 가능하다면 나는 이제부터 태양의 소유권을 주장하고자 한다. 내가 지구에서 처음으로 이 브런치 앱을 통해 태양에 대한 자본주의적 소유권을 주장한 사람이니, 이 브런치의 글이 영원히 그 증빙이 될 것이고 앞으로 지구의 모든 인간들은 나에게 이용료를 내고 태양 에너지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내 특별히 1년간 유예기간을 줄 테니 그 사이 태양을 나에게서 사고 싶은 사람은 당장 메일을 보내 가격을 제안하시라!
그렇다. 내가 방금 한 말과 데니스 호프의 주장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니 이 얼마나 허튼 소리란 말인가?
이것을 장난이 아닌 진지한 소유권으로 받아들인다면 본인의 정신상태를 의심해봐야 할 것이다.
달 부동산을 팔고 있는 데니스 호프는 한국인들에게 한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 대동강 물을 팔았다는 전설의 봉이 김선달이다. 하지만 봉이 김선달의 시대에는 물을 돈 주고 산다는 개념이 생소했지만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개념이 되지 않았던가! 그 당시에는 사기였지만 지금은 엄연히 시장에서 판매되는 물품이다. 인류는 언젠가 화성에 갈 수도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달 부동산이나 화성의 부동산을 사고 파는 것도 단순한 농담거리가 아닐 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구의 부동산을 사고 파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하지만 이 지구도 결국은 화성과 같은 행성에 불과하다. 그리고 달은 지구라는 행성의 위성이다. 그러니까 이것들은 모두 우주를 배회하는 돌덩이들이다.
이 돌덩이를 구획하여 사고 팔겠다고 결정한 것은 인간이다.
사고 판다는 것은 오직 인간들 사이에서만 통용되는 규칙이다. 토끼나 고양이는 부동산을 매수하고 싶어도 매수할 수가 없다. 다시 말해 부동산은 인간이 만든 규칙이다.
하지만 원래 이 지구에는 인간만 산 게 아니라 호랑이와 사자, 곰과 토끼, 개와 고양이, 개미와 모기, 풀과 나무, 버섯들도 함께 살고 있었다. 이들은 인간이 지구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게 되면서 힘에 밀려 죽거나 쫓겨나게 된 생물들이다.
인간은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야생동물은 죽이거나 동물원에 가두고, 위협이 안 되는 동물들은 애완용이나 식용 등으로 키웠다. 식물은 또 어떤가. 인간은 부동산에 건물을 짓기 위해 풀과 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산을 깎아낸 뒤 굳이 또 녹지를 만들겠다며 원하는 곳에 식물을 인공적으로 심는 행위를 하고 있다. 결국 인간은 땅도 사고 팔고, 동물도 사고 팔고, 식물도 사고 팔게 되었다.
그러니까 사실 달이나 화성을 사고 팔겠다는 사람들도 어찌 보면 그렇게 정신 나간 사람들은 아니다. 그냥 인간이 늘 해오던 방식대로 달과 화성을 대했을 뿐이다. 어쩌면 정말 정신 나간 짓을 하고 있는 건 인간 그 자체일 지도 모른다.
다른 행성의 부동산을 사고 파는 행위와 지구의 부동산을 사고 파는 행위에 무슨 차이가 있을까?
그러니까 가령 가상의 서울에서 가상의 강남 건물주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체 그게 무슨 소용인가 싶지만, 그래. 컴퓨터로 만든 네트워크 덩어리에 불과한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이라며 사고 파는데 가상 부동산이라고 팔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게 자본주의다. 자본주의는 늘 이전 시대에는 제 정신으로 사고 팔 수 없는 것들까지 사고 팔아 왔다. 그리고 처음에는 이상해 보였지만 결국 그걸 사고 파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사지 않은 사람이 손해를 보곤 했다. (물론 초창기 잘못 샀다가 큰 손해를 입고 망하는 사람도 부지기수였을 것이다.)
그런데 남들보다 먼저 사서 오르기만을 기다리는 것도 좋지만 아직 정신이 온전하다면 한 번 생각해보자.
‘매수자’와 ‘매도자’의 관점에서 벗어나, 지구라는 행성 위를 살아가는 생명체 중 하나인 인류라는 종으로서의 사고를 한번 해보자. 그래도 지구상 유일한 지적 생명체라는 인류가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자’는 생각 말고 다른 건 할 줄 아는 게 없다면 너무 슬프지 않은가.
인류는 정말 어디까지 사고 팔 것인가? 언젠가 정말 태양까지 사고 팔게 될 것인가? 그 다음에는 실물 태양을 못 산 사람들을 위해 메타버스의 태양을 만들어 팔기라도 할 것인가?
우리는 언젠가부터 탐욕에 젖어 부동산이라는 것의 본질은 가격이 아니라 인간들이 자연 속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거주하기 위해 만든 공간에 불과하다는 것을 잊고 사는 건 아닐까? 부동산을 함부로 개발하고 매매하는 동안 자연에 상처를 준다면 그게 결국 인류에게도 대가로 돌아올 수도 있지 않을까?
자본주의의 역사가 200년 이상 지속되다보니 일종의 '매매 중독'에 빠진 우리들이 사고 팔아서는 안 되는 것을 사고 파는 동안 결국 서로와 지구의 생명체들에게 상처만을 남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쯤에서 반성을 해볼 타이밍이 아닐까?
인간의 생각은 어디까지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우리가 고정불변의 진리라고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이 우주에서는 얼마나 사소한 먼지 같은 것인지, 우리의 사고는 얼마나 많은 족쇄에 얽매여 있는지, 그리고 우리는 그 족쇄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 이번 <생각의 날개>에서는 새로운 시리즈로 '우리가 영원하다 믿는 것들'이라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