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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닝리 Aug 13. 2021

네 잎 클로버를 발견하면 정말 행운이 올까?

취미로운 생활 : 네 잎 클로버 찾기


나는 네 잎 클로버 찾는 게 취미다.

그러니까 길을 가다가도 주변에 클로버만 있으면 일단 멈추고 잠깐의 시간을 들여 네 잎을 찾아본다. 그러다 보면 매년 한두 번씩은 네 잎 클로버를 발견하곤 한다.



처음 몇 번은 “우와! 내가 행운의 네 잎 클로버를 찾았다!” 감격하며 복권을 사서 거기에 붙여두거나 사리사욕에 가까운 행운을 기원해보기도 했지만 사실 이렇다 할 행운이 실제 결과로 돌아온 적은 없었다. 경험적으로 네 잎 클로버와 소원성취는 완전히 무관함을 검증 완료한 셈이다.


그러니까 이건 일종의 삶의 재미 요소 같은 거다.

네 잎 클로버를 찾아서 주변에 보여주면 다들 우와 신기하다 감탄하고, 나도 은근히 ‘나는 운 스탯이 높은 사람이야’ 으쓱하게 되는 자부심 같은 걸 즐기곤 하는 정도의 용도다. 스스로 운이 좋다고 믿게 되면 어려운 일도 잘 풀릴 거라는 긍정적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는 효과도 있다.

이 얼마나 건전하고 긍정적인 취미인가!



클로버의 잎은 기본이 세 개인데 유전학적으로 0.01% 정도의 확률로 네 잎 클로버가 발생한다고 한다.

즉, 약 1만 개의 클로버를 뒤질 시간과 노력, 그리고 약간의 시각적 센스만 있으면 통계학적으로 네 잎 클로버를 발견할 확률이 성립한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과학적으로 네 잎 클로버의 발견이 행운이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발견할 확률(0.01%)보다 압도적으로 높아야 한다.

쉽게 말해 아무 생각 없이 클로버를 집었는데 거기에 네 잎 클로버가 있었다 정도는 되어야 비로소 '행운'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엔 다섯 잎 클로버도 있었다. 아직 발견은 못했지만 간혹 여섯 잎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내게 그런 신기한 일이 생겼다.


작년 여름이었다. 평창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리조트 안에서 도서관을 발견해 더위를 식힐 겸 들어갔다. 물론 리조트 안에서 도서관 같은 걸 이용하는 사람은 우리 일행을 빼고는 아무도 없었다. 조용한 도서관을 둘러보다 책 한 권이 눈에 띄었다. 예전에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란 소설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책을 집어들어 펼쳤다. 그런데 그 펼친 자리에 마치 거짓말처럼 네 잎 클로버가 꽂혀 있는 게 아닌가.


여행지에서 우연히 펼친 책에 네 잎 클로버가 있을 확률은?


그 당시엔 정말 깜짝 놀란 정도가 아니라 책 제목처럼 내게 기적이라도 일어난 줄 알았다. 심지어 어쩌면 그날 이후의 삶이 완전히 달라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도 했었다! 이건 혹시 무슨 계시라도 되는 걸까? 평소 로또 덕후이기도 한 나에게 드디어 로또 1등을 당첨시켜주겠다는 행운의 메시지 같은 건 아닐까? (5천 원의 행복, 취미로 로또 사기 참고)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로또 1등은커녕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는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을 해본다.

어쩌면 이미 나는 매일 행운을 누리고 살고 있는 거라고. 하루하루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살아가고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내가 누리는 특별한 행운일지도 모르겠다고. 나의 소중한 일상이 바로 네 잎 클로버가 준 선물인 것이라고.


그리하여 어릴적 좋아했던 판타지 소설 <드래곤 라자>의 한 구절을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려 한다.


필요할 때를 위한 작은 행운을!



그래. 인생에서 절실히 필요할 때를 위해 킵해둘 수 있는 작은 행운 하나 정도만 있어줘도 충분히 감사할 일이다.



우리 아이도 네 잎 클로버를 잘 찾는다. 유전인가?

<취미로운 생활> 시리즈

일상을 덕질하듯 살아가며 매일 새로운 것에 꽂히는 '취미 작가'가 들려주는 슬기롭고 풍요로운 취미생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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