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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닝리 Jul 16. 2021

 브레멘으로 가자 3. 개와 당나귀 편

미닝리 단편소설


 "댕댕아, 왜 그렇게 개처럼 헐떡거리고 있냐?"

 "나기, 넌 회사에서 잘렸다면서 서류 가방은 왜 들고 있냐?"


 그렇게 잠시 서로를 노려보던 두 사람은 곧 크게 웃으면서 손을 꽉 잡고 악수를 나눴다.

 나기한과 견상근이 만난 곳은 교외의 한적한 공원이었다. 기한은 전화를 받자마자 다짜고짜 지금 당장 만나야겠다며 어디냐고 묻는 상근에게 잠시 당황하긴 했지만, 딱히 다른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모처럼 얼굴을 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 PC방 인근의 공원에서 보자고 했다.

 두 사람은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서 그늘이 짙은 벤치에 앉았다.


 "야, 이게 얼마 만이냐."

 "내가 회사에서 잘렸다고 여기까지 달려온 거냐."

 "뭐, 나도 마침 갈 곳이 없고, 오늘 아니면 못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왜? 넌 또 무슨 일인데?"


 잠시 후 서로에게 있었던 모든 일을 털어놓은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맥주를 홀짝거렸다.


 "사장이 설마 진짜 죽이겠냐?"

 "죽도록 괴롭힐 순 있지. 그런 인간이야. 펑크낸 돈은 오늘 전부 송금했으니 잠깐만 숨어 지내면 돼. 사장도 분이 풀리면 더 찾진 않겠지. 아씨, 퇴직금도 못 받았네."


 그러면서 상근은 전원을 꺼놓은 업무용 휴대전화를 흔들어 보였다. 다시 말없이 맥주를 홀짝거리던 기한이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서류 가방을 뒤적거렸다. 브레멘 라이브 클럽의 밴드 구인 광고를 굳이 출력한 것이었다. 기한의 세대는 꼭 출력을 해야만 실물이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습성이 있었다.


 "댕댕아, 우리 브레멘 클럽에 가자. 나는 기타를 치고 너는 베이스를 연주하는 거야."


 상근은 출력물을 손에 받아들곤 한참 동안 바라보기만 했다. 기한은 은근히 긴장했다. 막상 말은 꺼냈지만 자신조차도 지금 대체 무슨 일을 저지르려 하고 있는 건지, 이게 대체 가당키나 한 일인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마침내 출력물을 돌려준 상근이 입을 열었다.


 "양희도 연락해 보자."

 "뭐?"

 "라이브 밴드 급구라며. 우리 둘이서 무슨 밴드냐. 일단 보컬이 있어야지."

 "너 양희랑 연락돼?"

 "모르지. 전화는 해봐야지."


 곧바로 휴대전화에서 양희의 번호를 찾아 거침없이 전화를 거는 상근이었다. 기한은 자신을 만나러 올 때도 그렇고 과연 이것이 추심팀 팀장의 추진력이라는 건가 감탄했다. 멀뚱히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는지 상근이 갑자기 씩 웃었다.


 "왜? 궁금해? 스피커 폰으로 할까?"


 상근이 스피커로 전환하자마자 전화를 받는 소리가 들렸다. 양희의 목소리였다.


 "댕댕이 오랜만이네."

 "냥이, 어디야?"


 대화 내용이 그렇게 개와 고양이 같을 수가 없었다. 상근이 다짜고짜 어디냐고 묻는 것도 놀라웠는데 양희의 대답은 더욱 놀라웠다.


 "나 마포대교야."

 "거기서 뭐해?"


 불안하게도 양희는 한참 동안 아무 대답이 없었다.



>> 4편에서 계속 >>



브레멘 음악대 원작에서는 당나귀가 사냥개에게 이렇게 말하죠.

"나는 류트를 연주하고 당신은 팀파니를 치는 거예요."

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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