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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닝리 Jul 21. 2021

 브레멘으로 가자 5. 고양이와 닭 편

미닝리 단편소설

 << 1편부터 보기 <<





 “다 큰 어른들이 없어 보이게 왜 공원에서 이러고 있어?”

 “오, 냥이 왔어?”


 공원에는 야외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 술 마시기 좋았다. 기한이 일어나 상근 옆에 나란히 앉으며 양희가 앉을 자리를 만들었다. 상근이 양희에게 맥주를 건넸다.


 “안주는 없어?”

 “시켰어. 올 거야.”

 “여기로? 너네 너무 웃긴다.”

 “옛날 생각나고 좋잖아? 그땐 공연만 끝나면 공원에서 밤새 술 마셨잖아.”

 "그래, 술 마시려고 공연하는 거 아니냐고 할 정도였지."

 “마셔! 위하여!”


 뭘 위하는지 모르겠지만 다들 유쾌한 기분으로 건배했다. 맥주 캔을 내려놓자마자 곧바로 기한이 서류가방에서 출력물을 꺼냈다.


 “너 무슨 영업사원 같아.”


 양희가 웃으며 종이를 받아 들었다. 아까 상근에게도 보여준 밴드 구인 광고였다.


 "브레멘 라이브 클럽?"

 "그래. 해보자."

 "진심으로?"

 "그럼 진심이지. 거짓이겠니?"

 "아니, 나야 노래 부르는 건 좋긴 한데."


 양희가 기한과 출력물을 번갈아 바라보며 고민하는 표정을 짓자 상근이 거들었다.


 "냥이 노래 실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 너만 있으면 클럽 밴드 면접 정도는 쉽게 통과할 수 있을 거야."


 이번에는 상근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양희가 마침내 활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 내가 재수가 없었지, 실력이 없었니? 해보자!"

 "가자! 위하여!"

 

 여전히 목적어가 없어서 뭘 위하겠다는 건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각자 자신이 위하는 것을 위해 건배했다. 나기한과 견상근은 하이파이브를 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고양희까지 합류하고 나니 슬슬 실감이 났다. 정말로 다시 음악을 할 수 있게 된 걸까. 모두의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그럼 이제 우리 드러머 하나 남았네."

 "이번에도 섭외 전문가, 댕댕이 씨가 연락해 보셔야죠."

 "아니. 치킨이한테는 냥이 네가 전화해봐. 걔가 너 좋아했잖아."


 그 말을 들은 양희가 마시던 맥주를 허공에 뿜었다. 영롱한 맥주 방울 사이 아련한 추억들이 지나갔다.


 "무슨 소리야? 절대 아니야! 그리고 그게 벌써 20년 전 얘긴데 무슨."

 "아니야. 너만 빼고 다 알았어. 계치킨이는 지금도 네가 연락하면 백퍼 드럼 치러 달려온다. 내가 장담해."


 덤블링 팬더즈에서 드럼을 치던 계지훈은 성이 '계' 씨라는 이유로 치킨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지훈은 배달 음식 중에 치킨을 유난히 좋아하기도 해서 그 별명이 더 공고해졌다. 매번 합주 연습하다 출출할 때면 치킨을 먹자고 해서 놀림감이 되곤 했지만 개의치 않고 치킨을 시켜댔다. 지훈이 드럼을 두드리는 힘은 모두 그가 먹어치운 치킨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상근이 지훈에게 전화를 건 후 양희에게 넘겨주었다. 양희는 여전히 상근을 미심쩍은 표정으로 흘겨보며 전화기를 받아 들었다. 스피커 폰에서 신호가 가는 소리가 들렸다. 달칵.


 "예, 36계 치킨입니다."


 지훈이 전화를 받자마자 세 사람 모두 웃음이 빵 하고 터져버렸다. 그렇게 한참을 웃은 뒤 양희가 전화기에 대고 말했다.


 "치킨이 요즘 치킨 파니?"

 "어, 양희?"




>> 6편에서 계속 >>


브레멘 음악대 원작에서는 고양이에게 당신은 세레나데를 잘 부르니까 음악대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설득합니다. 그러니까 원작에서도 고양이는 보컬이었던 것이지요. 놀랍게도 원작을 충실히 잘 따라가고 있답니다. 오늘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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