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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닝리 Sep 28. 2021

내가 사랑하는 건 권하고 싶어

생각의 날개 : 유일함의 미학 #3

Tell me your taste!

난 여기 커피가 제일 맛있더라. 커피는 역시 산미지.
냉면은 역시 평양냉면 아니니? 넌 양대창 안 먹니?
쌀국수에 고수를 빼면 안 되지. 얼마나 맛있는데?
이 옷 진짜 예쁘지 않니? 요즘 그 옷이 유행이긴 한데 난 별로더라.
난 요즘 정세랑 소설이 재미있더라. 꼭 읽어 봐.
난 일출보다 일몰이 더 좋더라. 오늘 하루 수고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음악은 역시 롸킹(rocking)해야지. 슈퍼밴드 2에서는 크랙샷이 최고 아니니? 아니야. 4기타의 기벤저스가 진짜 유니크하지.
일본 밴드인데 '세카이노 오와리'라고 아니? 한번 들어봐. 정말 힐링돼.
'인셉션'이랑 '인터스텔라'가 내 인생 영화야. 크리스토퍼 놀란은 진짜 천재 아닐까?



이런 류의 이야기는 백만 개쯤이라도 쉬지 않고 계속할 수 있다.

취향(Taste)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취향을 가지고 있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오늘은 그 취향이라는 것의 놀라운 비밀을 밝혀 보려 한다.


내 멋대로 정한 취향의 제1특징, 지극히 '개인적'이다.

그러니까 전적으로 개인의 고유한 감각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취향이란 대상의 속성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커피나 평양냉면이 가진 특성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나'의 특성인 것이다. (이전 글 <영원히 아름다울 수 있을까?>에서도 거론한 적 있다.)


사람들이 개인의 취향, 줄여서 '개취'라는 말을 쓰는데 사실 굳이 '개인'을 붙일 필요도 없다. 원래 취향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가끔 사람들이 깜빡하기 때문에 '개인의' 취향이라고 강조하는 것뿐이다. 주관적이고 개인적이라는 차원에서 각각의 취향은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너무 당연한 얘기 아니냐고? 이게 뭐가 놀라운 비밀이냐고?

진짜 놀라운 것은 제2특징이다.


내 멋대로 정한 취향의 제2특징, '공감'에 대한 욕구다.

순수하게 개인적인 특성이라면 '개취 존중'이라는 말처럼 상호존중하고 끝내면 될 텐데, 실제로 사람들이 취향을 대하는 태도는 그렇지 않다. 자신의 취향을 다른 사람들에게 자꾸 추천하고 권하려 한다. 마치 너와 나에게는 공통적으로 그것을 좋다고 느낄 수 있는 감각기관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남들도 좋아해야 되는 것처럼 말한다. 어조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 좋은 걸 왜 모르느냐고, 그 영화 재미있지 않느냐고, 한번 먹어 보라고 자꾸만 확인받으려 한다. 그럴 때 사람들은 취향이 개인의 특성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똑같이 좋다고 느낄 수 있는 감각기관이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니까 자신의 취향에 대한 '공감'을 강렬히 욕망하고 있는 것이다.


제1특징과 제2특징은 상호모순적이기에 충돌한다. 그 충돌이 바로 제3특징이다.

그러니까 개인의 특성인 걸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감정적으로는 개인만의 특성이 아니길 바라는 것이다.

알고 있지만, 아니길 바라는 것. 아는 것과 바라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충돌이 발생한다.

이는 모두 세상에, 혹은 내 주변에 나와 같은 걸 느낄 사람이 존재하기를 강렬히 욕망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사태다. 그 욕망 때문에 때로는 불편한 일도 발생하고(ex. 권력 우위의 상사가 자신의 취향인 골프와 등산을 강권), 때로는 연인 사이라도 그건 개취니까 건드리지 말라며 단호히 선을 긋는 일도 발생한다. 하지만 욕망하기를 멈출 수가 없는 게 인간이다.


왜냐고? 사실 알 것 같지 않은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걸 같이 좋아해주면 좋겠다.


이 '좋아'의 동어반복 같은 바보 같은 문장이 결국 우리 감정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결국 우리는 이 우주에서 개인으로 태어나서 외로운 거다.

그래서 개인이 아니길 욕망하는 거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균형감이다. 취향에 대한 강요도 소통의 단절도 아닌 적절한 존중과 적절한 권유.

우리의 욕망은 지극히 개인의 것이기에 타인이라는 또 다른 개인의 욕망과 충돌 속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 결국 그게 소통이라는 것을 하고 살아야 하는 인간의 과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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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생각은 어디까지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습니다. 찾은 답을 의심하고, 또 의심하는 행위조차 의심합니다. 질문과 의심, 호기심과 자유로운 생각이 우리를 더 높은 차원으로 날게 해줄 거라 믿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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