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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영 Jul 30. 2021

엄마의 책장

오래된 책의 냄새를 좋아하는 사람인지 알고 싶어요


엄마의 책장을 보며 아날로그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곳엔 그리스인 조르바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나 

막심 고리끼 또는 조정래의 책들이 꽂혀있다. 

그 책들은 오래된 냄새가 나고 종이가 누렇고 

가격은 요즘 커피값이다. 

더 오래된 것들은 읍니다 라는 문장으로 글을 맺는다. 

이 책들이 이렇게 낡아지고 한물간 판본이 되기까지 

우리 엄마가 얼마나 늙었는지 생각해 본다. 

반대로 얼마나 많은 과거의 젊은이들이 이 유명한 문장들을 사랑해왔는지도 생각해본다. 

한 사람이 한 권의 책을 사랑하게 되면, 

그는 그 책과 함께 늙어간다. 

나도 함께 하고 싶은 책이 있다. 

커피 튄 자국이나 압사한 벌레의 흔적이 계속 남듯이, 

이 순간의 감상도 조금은 오래갔으면 하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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