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도시 이야기 - 케이스 스터디
최근 네덜란드와 덴마크에 있는 방송국 두 곳에 컨설팅을 다녀왔다. 각 방송국씩 일주일간 총 40여 시간에 걸친 인터뷰를 통해 뉴스국의 조직 구조와 시설장비 체계, 팀 간의 협업 구조 등을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다.
베타 테이프로 촬영·편집하던 시절에 구축된 시스템에 AI 기술을 적용한 통합뉴스룸 소프트웨어를 도입하여 보다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뉴스를 생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우리 회사의 일이다.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을 파악하기 위한 이 인터뷰들은 뉴스국 총책임자에서부터 현장에서 직접 뛰는 기자들과 기술 엔지니어까지 다양한 직급과 부서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방송국의 역사가 깊을수록 시스템 체계도 아날로그 기술에 맞춰져 있어, 새로 도입하게 될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방식을 설명하는데 시간이 꽤 소요된다.
이번에 네덜란드와 덴마크 회사를 연이어 컨설팅하면서 두 회사의 현저히 다른 분위기가 업무방식과 우선순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방송국 1은 무슨 일을 진행하려고 해도 산에 산을 넘는 느낌이었다.
클라이언트 쪽에서 각 부서와 인터뷰를 잡아주면 그 스케줄 데로 우리가 움직이는데, 막판에 이랬다 저랬다 하는 바람에 맞추어 움직이느라 진을 뺐다. 중간에 쉴 틈도 없이 빡빡하게 일정을 잡아두어 쉴틈도 없이 하루종일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도 고역이었다.
통합디지털뉴스룸 프로젝트를 이끄는 총책임자 R는 매사에 염려와 불안함이 가득했다.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에 이 말은 해선 안되고, 이 부분은 예민한 부분이니 건드리면 안 된다 등 등, 조심해야 할 부분들을 당부하고 또 당부했다. 부서 간의 원만하지 않은 관계과 쌓인 오해가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R는 하루 일과가 끝나면 우리 앞에서 항상 징징대는 목소리로 힘든 점들을 털어놓았다. 특히 아직 아날로그 시스템을 고집하는 부서들과의 마찰을 많이 힘들어했다. 어려운 점들은 충분히 공감이 가고 이해가 가는 부분들이었지만 견고한 중심이 되어 차분하게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할 리더가 매사에 떨며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니 이래서 다른 부서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구나 싶었다.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킨 회사의 분위기는 각 부서의 담당자들과 인터뷰를 할 때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다른 팀원들 앞에선 이 말, 우리와 둘만 있을 때는 저 말하는 매니저도 있었고, 심지어 우리와 인터뷰를 거부하는 부서도 있었다. 우린 이들이 도대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한층 더 촉을 세워 파악한 뒤 이해 당사자들의 난해하게 꼬인 관계 사이를 파 집고 들어가 설득해야 했다.
일부 팀원들은 새로운 시스템에 대해 얼마나 방어적이었는지 가끔 벙찌는 소리를 하곤 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파일 전송 시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면 업무 효율성에 방해가 된다'라는 이야기를 하면, '파일 전송 시간이 길기 때문에 생각할 시간도 생기는 거다'란 대답을 하는 거다.
반면 방송국 2의 분위기는 너무나 달랐다.
이 회사는 현저하게 달라질 방송기술에 대비해 몇 년 전부터 그에 알맞은 시스템을 구축해 둔 상태였다.
각 부서 수장들끼리 세세한 디테일의 차이는 있었지만 커다란 비전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를 냈고, 변화에 대한 거부감 없이 열린 마음으로 우리 회사의 제안들을 경청했다.
생소한 정보나 제안엔 예전 방법을 고집하는 대신, 많은 질문을 하면서 더 깊게 이해를 하려고 했고, A를 이야기하면 거기에 따른 B와 C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 냈다.
리더들의 미래를 보는 눈과 열린 마음은 솔루션에 집중할 수 있는 생산적인 환경을 만들어냈다.
회사란 조직은 숨을 쉬는 유기체와 같아서, 조직원의 건강상태에 따라 민첩성과 효율성이 결정되는 것이다.
#조직문화